동명항의 영금정과 시내쪽 청초호를 둘러보고 나니,
길지 않은 겨울해가 벌써 저물고 있다.
저녁 시간.
바닷가에 자리한 횟집에서 싱싱한 활어회와 소주를 곁들이며
미각을 충족시킬 시간이다.
대포항? 동명항? 설악항?
어디가 좋을까?
검색에 검색을 거듭한 끝에 비록 규모는 작지만
동명항과 마찬가지로 자연산활어를 취급한다고 하는 숙소 인근의 설악항으로 정했다.
설악항은 몇 년 전인가 설악산 입구의 한 호텔에서 회의가 있었을 때, 회의를 마치고
회를 먹기 위해 밤에 콜택시를 불러서 갔던 곳이기도 하다.
7번 국도와 설악산 가는 길의 삼거리에 있는 항구.
해맞이공원이라고 하여 자그마한 공원도 꾸며져 있는 곳이다.
숙소인 마레몬스호텔에서 내려다 본 설악항.
빨간 등대가 보이는 방파제 안쪽이 설악항이다.
숙소 앞쪽 7번국도변의 바다.
설악항 입구의 해맞이공원.
바닷가에 세워놓은 인어연인상.
한쌍의 인어.
벗은 몸에 꼬리쪽에 붙은 얼음을 보니 몹씨 추워 보인다.
해맞이 공원 내의 조각작품들.
아이고 망칙해라~~
ㅋㅋ튼튼해서 부럽다는
이 공원에 전시되어 있는 조각의 컨셉이 뭐랄까...
연인, 이성간의 사랑이 아닐까.
이곳에 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공원 끝자락에 일렬로 도열해있는 설악항 횟집들.
바닷쪽 풍경.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다.
여름엔 야외에서 먹는 게 좋고.
가장 왼쪽, 높은쪽에 마레몬스호텔이 보인다.
풍경? 정물?
설악항 뒷편으로 저문 시간의 설악산이 우람하게 자리잡고 있다.
방파제끝 등대까지 산책한 후 다시 설악항 회센터로 와서 끝자락 쪽의 어느 한 집에 들어간다.
우선 밖에서 흥정을 하고, 방안에 들어가니 셋팅비를 따로 내야 한다고 한다.
바깥에서 주문한 회를 장만하고 있는 주인 아줌마.
싱싱하다고 보고 먹는데, 그렇지가 않은 듯. ㅠㅠ
동해안의 붉은 살 멍게.
아쉽지만 이렇게 소박한 생선회 만찬은 시작되고.
추가 얼마를 내면 회센터 중간쯤에 위치한 매운탕전문집에서 이렇게 매운탕을 가져다 준다.
소주 몇 병에 회맛도 흐지부지.
약속 잡힌 주인 아줌마의 초조한 몸짓에 만찬 기분도 제대로 느긋하게 내지 못한 채
밀리듯 밖으로 빠져나온다.
인어연인들은 아직도 그 자리에 있고.
호텔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누이니 하루의 피곤함이 밀려온다.
잠깐 눈을 붙인 듯.
눈을 떠 시간을 보니 열 시 정도.
결혼기념일 여행의 밤을 이렇게 허무하게 보낼 수는 없는 일,
이번에는 대포항으로 가 본다.
역시 대포항이다.
그 시간에도 아직 불이 켜져 있는 가게들이 많다.
그래서 좋다.
예전 정비되기 전의 대포항 입구의 몇 집 튀깁집이 새로 정비된 이후에는 아예 큰 골목을 하나 형성하고 있다.
그 중 한 집,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지성이네 튀김집.
친절해서 좋다.
아래쪽 푸짐한 새우튀김들은 모형이라고 한다.
속초의 세 항구의 횟집들을 나름대로 비교해 본다면,
일단 자연산을 취급한다는 두 곳 중에서는 설악항보다는 동명항이 더 나아보인다.
규모면이나 친절도, 가격면 등에서...
그리고 회의 신선도에 민감한 게 아니라 푸짐한 부식 등을 원한다면
오히려 대포항의 정식 횟집이 더 나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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