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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행기

국망산에 올라 한양을 바라보다

by 유경재 2010. 12. 13.

본래 어제 산을 가려 했었는데, 전날과 그 전날 이틀간 이어진 과음 때문에 왼종일 녹초가 되어 하루 늦춘 오늘, 온 가족이 함께 산행을 가졌다.


어제 세비 등산화도 거금(?)을 들여 구입하였으니, 모두 그럴 듯한 등산화를 갖추게 되었다. 아내는 어제부터 뭔가를 열심히 준비하며 가족 산행에 만전을 기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난 오늘 아침까지도 비몽사몽 목적지조차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거의 9시가 다되어 일어나 10여 분만에 준비를 서둘러 집을 나섰다. 역시 맛나니김밥집에 김밥 5인분을 샀다. 괴산의 희양산을 갈 생각이었지만 진입로나 등산로 등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였기 때문에 다음으로 미루고, 지난 주에 보련산 갔을 때 보아두었던 국망산으로 정했다.

국망산은 하남재를 중심으로 보련산과 이어진 산으로, 지난번처럼 하남재에 주차를 하고 왼편으로 오르면 되었다. 우리는 주차시켜 놓고 신발끈을 다시 한번 죄어 매고 출발했다.

전에도 이상하게 생각했었지만 등산로 입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곁의 사슴농장 표지가 되어있는 신작로를 따라 걸어들어갔다. 개짖는 소리, 끼~익대며 사슴 우는 소리(사슴이 그렇게 시끄럽게 우는 소린 처음 들었음)로 조용하던 농장이 온통 시끌벅적했다. 순간 여긴 아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좀 가니 그 길은 농장안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농장문은 닫혀 있었다. 그래서 좀 망설이다가 길 위쪽 사슴축사 옆으로 길이 약간 보이는 듯 해 내가 먼저 탐색해보기로 하고 올라갔다. 올라가니 길을 찾을 듯 해 식구들을 불렀다. 한참 산 속 덤불을 헤치며 무작정 능선으로 보이는 쪽으로 치고 나가니 반가운 산길이 나타났다. 등산로가 시작되는 셈이었다. 지난 주 보련산 등산에 비해 8일이 더 지났건만 단풍은 그다지 더 들진 않아 보였다. 아마도 지금부터 한 열흘은 지나야 한창이 될 듯 보였다.

좁은 산길은 비교적 걷기에 좋았다. 적당히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참나무 등의 낙엽이 깔려 있고, 계절에 민감한 나뭇잎들이 벌써 빨갛고 노랗게 물이 들어 있었다. 다른 산들과 차이점은 수령이 많은 소나무가 능선을 따라 많이 분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저마다 기묘한 형상을 이루고 있어 신기하였다.

조금 올라가니 등산객들이 쌓은 것으로 보이는 돌탑이 있었다. 우리도 몇 개 돌을 더 보태었다. 간간히 바위도 나타났고, 굵은 동앗줄이 험한 길을 도와주고 있었다.

한 시간을 갔을까 마지막으로 경사가 심한 봉우리를 하나 오르니 정상에 도달하게 되었다. 아들 세민이, 장녀 세비, 막내 혜림이 순으로 정상을 밟았다. 정상에 오르니 주변 산 중에는 가장 높은 것 같았다. 그래서 전망도 탁 트여 장호원, 노은, 앙성, 보련산 등이 눈 아래로 펼쳐졌다. 아침부터 비가 오려는 듯 찌푸린 하늘도 우리의 산행을 축하해주듯 햇살이 나기 시작했다.

우리는 둘러 서서 사진도 찍고, 묵념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야호 삼창도 했다. 그리고 준비해온 음식을 펼쳐놓고 과식이라고 할 정도로 많이 먹었다. 지난번처럼 국화주에 족발, 사과, 김밥, 고구마, 과자, 빵, 찌짐 등 정말 잔치집 음식 같았다. 등산 입구부터 점심 식사 때까지 다른 등산객은 한 사람도 발견하지 못했는데, 식사가 끝날 무렵 젊은 남자 한 사람이 정상에 올라왔다. 반가와 음식도 권하고 했으나, 조금 뒤에 우리를 뒤로 하고 하산해버렸다.


거의 1시간 반 가까이 식사를 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오는 길도 경사가 급해 쉽지만은 않았다. 나는 제일 뒤에 서서 캠코드로 나무나 바위 등을 찍으며 천천히 내려왔다. 그런데 한참 내려오다 보니 길이 낯설었다. 다른 식구들은 벌써 저만치 내려가버려 나도 걸음을 빨리해 따라 잡고 같이 서서 방향을 보니 주차해둔 곳보다 한참 아랫쪽인 동네쪽으로 내려가고 있는 것 같았다. 보련산 출발지가 저만큼 멀어져 보였다. 그래서 우린 다시 힘든 산을 올라 원래길을 찾기로 결정하였다. 어른도 다시 올라간다면 짜증이 날텐데 저 아이들은 어떨까 싶었다. 나는 앞장 서서 숨을 헉헉대며 잘못된 길의 출발지를 찾으러 갔다. 한참을 그렇게 올라가니 세갈래 길이 나타났다. 안도의 마음으로 식구들을 볼러 힘을 내게 격려했다.


길이 참 묘했다. 그 많던 표식들도 이 부근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 희미한 색 한두 개뿐이었고, 내려오는 쪽에서 보자면 잘못된 길은 직선으로 이어져 있었고, 본래길은 왼쪽 나무 사이로 숨어 있어 발견하기가 용이하지 않은 곳이었다. 설령 발견한다하더라도 왼쪽 본래길은 직선길로 방향이 빙 둘러져 있어서 누가 봐도 같은 길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길을 잘못들 확률이 매우 높은 곳이었다. 그래서 세민이가 다른 데서 빨간색 표식을 하나 가져와 명확히 표시를 해 두었다. 우린 물도 마시며 좀 쉬었다가 다시 제대로 된 길로 하산하였다.


제법 한참을 내려오니 그제서야 올라갈 때 봤던 돌탑이 나타났다. 그래서 우린 정성이 부족해서 길을 잃었다 생각하고 정성껏 돌탑을 더 쌓았다. 얼마 더 내려가니 사슴농장이 왼쪽에 나타났다. 내려오면서 늘 궁금하게 생각한 것은 등산로 입구가 과연 어디일까란 것이다. 좀 더 내려오니 오른쪽으로 과수원철망이 쳐져 있었고 그 철망곁을 따라 내려오니 드디어 도로로 내려서게 되었다.


그곳은 바로 안내도 왼쪽이었다. 안내도를 볼 때는 전혀 입구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입구는 숨어 있었던 것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차를 타고 앙성쪽으로 해서 귀가했다. 정말 좋은 하루였다.

[산일정]
집 출발(8:50)---김밥집 출발(9:10)---하남재 도착 및 등산 시작(9:40)---정상 도착(11:15)---점심 식사 후 하산 시작(12:35)---주차장 도착(2:30)---집 도착(3:10)

[등산팁]
조선 말 명성황후가 한양을 그리던 산이기 때문에, 그 역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안 연후에 등산하면 의미가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