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왕각(滕王阁)은 중국고대건축예술의 독특한 풍격과 찬란한 성취를 보여주는 뛰어난 건물이다. 등왕각은 남방의 유일한 황실 건축으로, 이곳 강서성(江西省) 남창시(南昌市) 서북의 공강(赣江깐쟝) 동안에 위치해 있는데, 당나라 고조(高祖) 영휘(永徽)4년(653)에 당태종(唐太宗) 이세민(李世民)의 동생인 등왕(滕王) 이원영(李元婴)이 홍주도독(洪州都督)으로 있을 때 세웠다.
후에(675), 도독으로 있던 염백서(阎伯屿)가 누각을 중수하고 빈객들을 청해 크게 잔치를 열었는데, 그때 마침 심전기, 송지문, 노조린 등과 함께 초당사걸의 한 사람인 왕발(王勃)이 남쪽 교지(交趾)에서 벼슬하고 있는 아버지를 찾아가다가 이곳에 들러서 시를 쓰고 그 서문을 썼으니, 그로 인해 이 누각은 호북성(湖北省) 무한(武汉)의 황학루(黄鹤楼)、호남성(湖南省) 악양(岳阳)의 악양루(岳陽楼)와 함께 “강남삼대명루(江南三大名楼)”로 일컬어지며, 명루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던 것이다.
<등왕각시서>는 등왕각 일대의 형세와 경치 및 연회의 성대함을 묘사함과 동시에 “떨어지는 놀은 외로운 물오리와 나란히 하늘을 날고, 가을강물은 하늘과 한빛이로다.”(落霞与孤鹜齐飞,秋水共长天一色)란 인구에 회자되는 명구를 남겼다. 장구한 역사의 흐름에 따라 이 누각은 도합 29차례나 중수를 거쳤으며, 지금의 건물은 1989年10月8日에 낙성된 것으로, 1985年에 량사성(梁思成)의 그림인 《重建滕王阁计划草图》에 따라 그대로 지은 총 9층의 남창시를 상징하는 건물이다.
조금씩 내리던 비는 누각 내부에 들어서면서부터 소나기처럼 세차게 내리기 시작한다. 평일 오전인데다 비까지 오니 찾는 사람이 적어서 좋았다. 느긋하게 누각 내부를 둘러보며 한 층씩 올라가며 사방을 조망해본다. 서쪽으로는 강과 산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남창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조금씩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시야도 그만큼 더 넓어진다. 규모가 엄청나다. 마지막 층까지 올라가서는 내려오기가 싫어진다. 높은 자리에 오르면 자리에서 물러나기가 싫은 게 이런 심정이런가.
느긋한 나그네는 층층마다 반복하며 마치 학습하듯 꼼꼼하게 구경을 하고, 누각 아래 별도의 정자에까지 가서 분위기를 만끽한다. 본래 계획은 오후에 남창기의기념관을 들렀다가 장사로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전날 박물관에서 혁명전람관에서 남창기의에 대한 대부분 내용을 보았기 때문에 생략하고 대신에 이번 여행의 주제인 누각을 한껏 느껴보았던 것이다.
전편에 이어서,
남창 여행 이틀째, 숙소 체크 아웃 후 보행로를 지나서 큰길을 건너오니 드디어 등왕각 입구가 나타난다.
입구를 들어서니, 등왕각이 드디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비는 계속 내리고.
표를 사서 출입문을 들어서니 마당이 넓다.
입장권.
가격이 그럭저럭 이해할 만한 수준.
입장권에 표시된 그림을 보면 등왕각 주각 외에도 부속 건물이 여러 개 있다.
비오는 월요일, 그래서 입장객이 적어서 좋다.
출입문에서 등왕각을 향하여 좌우로 회랑이 길게 이어져 있다.
그중 오른쪽 회랑에는 이와 같이 등왕각 관련 시문들의 비, 글씨가 전시되어 있다.
등왕각을 유명하게 만든 장본인 당나라 시인 왕발의 <등왕각시>가 첫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서 잠시 왕발의 작품을 감상해보자.
滕王高閣臨江渚(등왕고각임강저)등왕의 높은 누각 강가에 임해 있고, 佩玉鳴鑾罷歌舞(패옥명란파가무)패옥 소리 방울 소리 가무도 사라졌네. 畫棟朝飛南浦雲(화동조비남포운)아침에는 단청한 대들보에 남포 구름 날아가고, 朱簾暮捲西山雨(주렴모권서산우)저녁에는 붉은 주렴 걷으니 서산에 비가 내리네. 閑雲潭影日悠悠(한운담영일유유)떠도는 구름 물에 비친 해는 한가롭기 그지없고, 物換星移度幾秋(물환성이도기추)세상이 바뀌고 세월 흘러 몇 해나 지났던가. 閣中帝子今何在(각중제자금하재)누각 속 왕자는 지금 어디 있는지, 檻外長江空自流(함외장강공자류)난간 밖 긴 강물만 부질없이 흘러가네.
이 시를 쓴 후 그 서문(<등왕각시서>)을 유려한 변려체의 산문으로 썼는데, 역대 명문장으로 꼽힌다.
규모가 웅장하다.
어설픈 설명이 명루 감상에 방해가 될 것 같다.
위에서 보니 등왕각 마당에 태극 문양을 중심으로 둘레에 주역의 괘가 그려져 있다.
무슨 의미일까?
누각은 층별로 바깥으로 한 바퀴 돌 수 있는 난간 있는 복도가 있고, 안쪽 공간에는 이렇게 등왕각 관련 역대 유물 사진 등의 전시가 있으며, 곳곳에 기념품 판매점도 있다.
여긴 기념품 가게.
한 층 한 층 가능하면 천천히 안과 밖을 꼼꼼히 구경하면서 올라간다.
보이는 강이 바로 공강[깐쟝]이다.
여기에도 예외없이 크고 작은 화물선이 떠가고 있다.
조금 더 높아졌다.
높아진 위치만큰 아래가 멀다.
그래서 아래쪽 사정이 어둡게 된다.
그래서 위정자, 관료들이 높은 자리에 있으니 백성들의 세세한 사정에 어두운 것인가???
비는 줄기차게 내린다.
강산입좌. 강산이 자리에 들어앉았다.
중국 부처의 특징은 배불뚝이 부처가 많다는 것이다.
고래로 백성들은 배불리 먹는 게 최고란 말인가.
중심 누각 왼편에도 정자가 있다.
내려와서 정자에서 비를 피하면서 바라본 등왕각.
올라갈 때 들어가보지 못했던 곳인 1층의 전시관.
죽간모형의 대련.
동쪽으로는 구월족을 끌어들이고,
서쪽으로는 만형의 이족들을 제어한다.
공강 건너편 안개 속의 빌딩들.
다음 편에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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