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여름, 겨울하여 두 차례 여행을 통한 친목도모 모임이 있다.
몇 년 연륜이 쌓이니 그간 다닌 곳도 적지 않다.
10명 가까운 사람이 1박2일 움직이려면 사전 준비가 필수적인데,
그간 부지런하고 마음씨 좋은 후배 덕분에 매번 여행이 성공적이었다.
이번에도 그의 사전 노력에 의해 삼척으로 목적지가 결정되고,
첫날인 7월 13일(토)에 전국 여기저기에서 합류하여 늦은 점심을 해결한 후
삼척시 도계읍의 무건리라고 하는 산속의 한 계곡을 찾았다.
이곳은 이제까지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던 그야말로 자연그대로의 청정계곡이었으나,
최근에는 사진가들이 작품을 찍기 위해 찾아들면서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여행지로는 처녀지인 셈이다.
서울에서 충주로 와서 나를 픽업하여 제천, 영월을 지나 태백, 삼척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영월의 동강 위를 지난다.
도로 자체의 해발 높이가 1000미터가 넘는다.
두문동재 터널.
찾아가려면 네비의 도움이 필수.
삼척시 도계읍 무건리 산50번지.
국도를 벗어나 산속으로 난 길로 접어든다.
무건리로 오르는 길 초입에는 지금도 작업 중인 탄광도 있다.
탄광을 지나 조금 더 오르면 도로의 끝에 다다르게 된다.
그곳에 달랑 두 집이 있는데,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계곡 쪽으로는 차량통행이 차단되어 있다.
좁은 땅에 억지로 공간을 찾아 주차시키고 잠시 전열을 가다듬는다.
여기서부터 계곡까지는 도보로 한 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산악회를 통해 단체로 올 경우는 버스를 탄광 아래쪽에 세워두고 더 오래 걸어야 한다.
인터넷에 올라있는 정보에 의하면
이장댁에 이야기하여 차량통제 차단기의 열쇠를 얻어 차를 몰고 포장도로 끝까지는 갈 수 있다고 하는데...
지금 보니 아예 전면적으로 차량을 통제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올라온 쪽으로 두 가구의 것으로 보이는 밭이 보인다.
계곡과는 다른 쪽 끝에 한 가구가 보이고.
계곡 쪽에도 한 가구가 있는데, 이 벌통은 바로 사진에 없는 집의 것이다.
주인이 출타 중인지 문은 모두 자물쇠가 채워져 있고, 마루 한 쪽에는 봉침을 취급한다는 광고스티커만 잔뜩 보인다.
무슨 나무일까?
개인적으로 이게 얼마만의 산행이던가?
비가 약간 뿌리는 듯도 하는 날씨.
한 번 올라가보자.
조금 올라가니 리기다소나무 숲이 나타난다.
시멘트포장도로가 끝나는 지점.
굽이 돌아가는 길에서 잠시 쉬었다 가자.
포장도로가 끝나고 부터는 금강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쭉쭉 뻗은 금강송의 자태가 늠름하다.
오른편으로는 깍아지른 듯한 절벽이 계속되고,
오른편으로는 암석단층이 이어진다.
절벽 중간으로 임도를 내었던 모양이다.
초반의 헉헉대던 숨결이 내리막을 만나자 조금 잦아든다.
이 깊은 첩첩산중에도 인가가 보인다.
금강송 군락지.
물을 미리 준비해오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약수.
한 바가지 퍼서 마시니 물맛이 달다.
중요한 것은 이끼폭포로 가려면 바로 이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난 좁은 비탈길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는 것.
계속 이어지는 길에는 더욱 경탄할 만한 안내문이 보이는데,
이 첩첩산골에도 학교가 있었다는 사실이 가히 놀랄 만하다.
소달초등학교 무건분교.
1966년부터 1994년까지 대략 30년 동안, 89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고 한다.
그들은 지금 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좁은 비탈길,
찾는 사람들의 발길 때문에 길은 엄청 미끄럽다.
미끄러져 몇 번이나 엉덩방아를 찧는다.
길 주위의 애꿎은 작은 나무만이 사람들이 매달리는 손길 때문에 수난을 당한다.
드디어 도착.
이하 설명이 필요 없을 듯.
폭포 아래쪽.
속세의 올챙이들은 이미 개구리로 변했건만
이곳은 아직도 올챙이다.
폭포 왼편으로 밧줄이 드리워져 있는데,
저 밧줄을 타고 폭포 위로 올라가면 또 다른 폭포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원래는 밧줄쪽도 오른쪽과 마찬가지로 이끼가 바위를 덮고 있었을 것인데,
사람들의 발길 때문에 이끼가 사라지고 없음을 알 수 있다.
아예 못 올라가게 하든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올라갈 수 있게 따로 통로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일단 올라가보면.
동굴에서도 물이 흘러나오고.
아래쪽 폭포보다 경사는 완만하지만 이끼의 보존상태는 훨씬 좋아보인다.
무건리 이끼계곡, 이끼폭포.
우리가 잠시 사진 찍고 머무는 사이에도 크고 작은 그룹들이 끊임없이 찾아온다.
이미 등산동호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기에,
조만간 원래 모습을 볼 수 없게 될 지도 모르겠다.
지금처럼 사람들이 찾게 되면 추측컨대 얼마 못가 원래의 모습을 잃고 평범한 계곡이 되고 말 것 같다.
도에서, 시에서 적극적으로 보호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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