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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본능

[경주여행] 역모의 전설이 서려있는 서출지(書出池), 그리고...

by 유경재 2013. 7. 15.

경주여행의 마지막 코스,

신라 소지왕 암살 시도와 관련된 전설이 서려있는 서출지.

예전 학창 시절에 소풍 코스로 지나가보곤 처음이니, 좀 설레기조차 하다. 

 

중국어와 일어 안내문도 있다.

 

지금이야 규모가 작은 저수지에 불과하지만 생각컨대 신라시대에는 어쩌면 이 동네 전체가 저수지였을 수도 있을 지 모르겠다.

아, 참, 바로 오른쪽이 1970년대 말에 조성된 태종무열왕, 김유신 등 삼국통일의 영웅들을 기리는 통일전과 옛날 화랑정신을 계승하도록 청소년을 교육시키는 도량인 화랑교육원이 있다.

이제 안내판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연못을 한바퀴 돌아가면서 느긋하게 경치를 감상해 보자. 

 

오래된 나무들이 수호신처럼 연못을 지키고 서 있다.

 

 

안내판 뒷쪽.

편지를 열어보면 두 사람이 죽고, 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는다...

 

 

마을쪽으로 연못 안에 "이요당"(二樂堂)이란 이름의 정자 하나가 있는데, 조선 현종 때 지어진 것이라 한다.

아마도 <논어>에 나오는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인자요산仁者樂山, 지자요수智者樂水)에서 따온 말로, 바로 마을 뒷쪽이 남산이요, 앞에는 연못이 있으니, 요산요수를 겸비했다고 보았던 모양이다. 

 

마을쪽.

집들이 단아하고 골목이 정갈하다.

 

텃밭까지도 잘 손질되어 있어, 이 마을 사람들의 단아한 성품을 짐작케 한다.

 

이요당.

 

 

남산쪽으로는 무량사란 절이 조성되고 있다.

 

 

 

 

 

동편으로 보이는 풍경.

 

 

 

비가 분위기 좋게 내리고 있는 서출지 연못, 그리고 마을, 그 뒤로 안개가 살짝 서린 남산.

 

 

 

 

 

도로쪽 둑으로는 육질이 붉은 소나무들이 보기 좋게 휘어져 자라고 있다.

 

 

야간에는 조명을 밝히는 모양이다.

불빛에 어린 서출지의 풍경을 상상해 본다.

 

 

 

 

오래된 향나무.

세월의 무게에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힘든 나무들이 서로를 의지해가며 버티고 있다.

 

내친 김에 부근의 칠불암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조금씩 내리던 비가 갑자기 폭우로 변한다.

칠불암까지는 걸어서도 한참을 가야하니 결국 아쉽게도 포기하고 돌아나온다.

아쉬움을 염불사지 삼층석탑으로 달래본다.

 

 

 

주춧돌 흔적.

 

자태가 단아하면서도 장중하다.

 

 

닳아서 떨어져 나갔기에 더 고풍스럽다.

 

 

 

 

 

염불사지에서 서출지 쪽으로 나오는데 다시 눈에 띄는 삼층석탑. 

 

이렇듯 경주는 도처에 탑이고, 도처에 릉이고, 도처에 불상이다.

땅을 파면 어김없이 유물이 나오니 경주 전체가 거대한 박물관이 아니고 무엇이랴.

수학여행 같이 단시간에 휘딱 보고 가서는 경주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법.

시간이 날 때마다 한 구역이 정해서 천천히 자세히 관찰하고 느껴야 한다.

 

다음에 다시 경주에 올 때면 또 한 번 새롭게 경주의 옛날을 더듬어 보리라 생각하면서...

 

비를 뚫고 올라오는 길에 경부고속도로 동대구ic를 지나 북대구쪽으로 진입할 무렵 끊임없는 정체,

알고 보니 빗길의 대형사고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뒤로는 영천ic 조금 지난 곳에 절개지 산사태로 인해 상행선 전체가 막혀서 교통대란이 발생했다는 뉴스.

어쨌든 어렵사리 체증 구간을 통과하여 무사히 충주에 안착.

오랫만에 경주를 여행할 기회를 가져, 고향의 푸근함을 느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