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쁠수록 더 한가함을 찾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유경재가 생긴 이래로 올해만큼 텃밭을 제대로 손질한 해가 없는 것 같다.
틈만 나면 만사를 제쳐두고 찾게 되고,
갈 때마다 잡초를 뽑아내고, 주변을 손질하다 보니 제법 텃밭 꼴을 이루고 있다.
잔디밭 안에도 끊임없이 자라는 잡초들,
보이는대로 뽑아버리니 올해는 유경재 잡초들에게는 최악의 해가 될 지도 모르겠다.
작물과 상대적으로 잡초라고 하지만
실재로는 하나하나마다 고유의 이름을 가진 고귀한 자연계의 생명들이다.
흔히 재배하지 않은 야생의 풀이기 때문에 야생초라고 하기도 한다.
야생초, 저절로 자라고 꽃을 피우고 씨를 뿌리기 때문에 자생초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유경재의 야생초, 자생초들은 해마다 종류와 숫자가 변하는 것 같이 보인다.
초기에는 방동사니 종류가 엄청 많더니,
작년부터인가는 토끼풀이 전체를 뒤덮다시피 하고 있다.
그런데 늘 아쉬웠던 것은 우거진 야생초들이 실재로 자세히 보면 종류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올해는 열심히 풀을 매면서 나름대로 어떤 종류들이 또 새로 터전을 잡고 있나 유심히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이제는 기록에 남겨서 내년의 식생과 비교해 볼 요량으로 이렇게 사진을 찍었다.
먼저 작년까지만 해도 거의 눈에 띄지 않던 질경이가 보인다.
한방에서는 이것을 차전초, 그 씨를 차전자라고 하는 약재로 쓰인다.
주로 길 주변에 많이 자란다.
뱀딸기와 그 앞에 보이는 개망초.
바람이 심하게 불어 흔들리는 가녀린 꽃대를 폰카로 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처음부터 변함없이 유경재에 흔하게 자라는 애기똥풀.[노란꽃]
또 그 옆의 쑥.
개망초의 활짝 핀 꽃과 그 옆의 터지지 않은 꽃망울들.
작년부터 갑자기 개체수가 많아진 클로버[토끼풀].
올해는 열심히 제거한 덕분에 세력이 많이 꺽인 채 텃밭 한 쪽으로 밀려나 나를 원망하는 무리를 짓고 있다.
유경재 주변으로 특히 쑥이 많은데,
모양이 제각각인 걸로 보아 다양한 쑥들이 공존하고 있는 듯하다.
마당 입구 바위 아래에서 예쁜 꽃을 피우고 있는 개망초.
하나하나 꽃들은 자세히 보면 마치 계란프라이처럼 희고 노랗게 이쁜데,
뭉쳐 있는 모습을 좀 떨어져서 보면 노란색은 보이지 않고 별로 이쁘지 않은 흰꽃으로만 보인다.
개망초가 유경재를 위해 자연 울타리를 만들어 주고 있다.
여기에도 뱀딸기.
어릴 때 시골에서 따먹던 기억이 새롭다.
유경재의 뱀딸기는 4-5월부터 빨갛기 시작해 거의 서리가 내릴 때까지 그 모습을 유지하는, 정말 생명력이 강한 놈이다.
속칭 새똥잎으로 알려져 있는 왕고들빼기.
끝부분의 순을 따서 삼겹살 등 고기를 먹을 때 쌈채와 같이 먹으면 좋다고 한다.
질경이, 왕고들빼기, 뱀딸기.
질경이.
전에 보지 못하던 것이라 생각되어 뽑지 않고 놔둔다.
이건 또 무슨 쑥일까?
키가 엄청 크다.
혹시 약쑥?
명아주.
지금 비록 키가 작아보여도 가을에는 엄청 크게 자란다.
뿐만 아니라 곧은 줄기가 마치 나무줄기처럼 딱딱해
옛부터 지팡이로 쓰였는데, 명아주 줄기로 만든 지팡이를 청려장(靑藜杖)이라고 한다.
이 역시 유경재에는 개체수가 그리 많지 않아 뽑지 않고 놔둔다.
제비꽃.
어릴 적 시골 담장 밑에 가냘프게 자라던 제비꽃 기억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제비꽃 하면 가냘픈, 연약한 꽃이란 생각이 진리처럼 굳어져 있었는데,
올해 유경재의 잔디밭과 그 주변에 총생, 군생하는 제비꽃들을 보고는 그만 그 생각이 깨어져 버렸다.
연약보다는 왕성하다는 표현이 맞을 듯.
게다가 초봄부터 이 모습이 변함이 없다.
올해 처음 텃밭 이랑 사이에 등장한 쇠비름.
소조차 먹지 않는 잡초였지만
웰빙에 대한 관심 때문에 갑자기 귀한 몸이 되고 있다.
그래서 일단 놔두고 뻗어가는 모습을 조심스럽게 관찰해 보려 한다.
밭 이랑 사이의 명아주.
민들레의 조금은 징그럽기까지한 모습.
민들레 홀씨가 막 바람에 날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강아지풀도 처음 본다.
들깨.
작년 들깨씨가 어쩌다 보니 저절로 떨어져 밭 가장자리 척박한 땅에서 이렇게 자라고 있다.
직접 심지 않았으니 이 역시 자생초?
그 앞에는 왕고들빼기.
이건 또 무얼까?
참외?
역시 심은 것이 아니라 저절로 자란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여름방학 숙제로 곤충채집과 함께 했던 식물채집에 단골로 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 그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주변에 물어보니 닭의장풀이라고 하는 자주색 꽃을 피우는 달개비라고 하는데, 인터넷상의 달개비 그림과 맞춰보니 정확한 것 같지는 않는데...잘 모르겠다. 일단 꽃이 필 때까지 지켜보는 수밖에.
혹시 아시는 분 계시면 댓글 감사.
이런 모습으로도.
작년까지만 해도 밭이랑 사이를 점령했었던 바랭이.
아직은 어려 보이는데, 잘 뽑히지도 않는다.
그러나 장마철이 지나면 덩굴로 뻗어가면서 뿌리를 내려 어마어마한 세력으로 커진다.
제일 골치를 아프게 하는 야생초.
아예 잡초라고만 부르고 싶을 정도다.
치커리.
역시 작년 심었던 치커리가 야생으로 자란 것이다.
바랭이.
어릴 때 시골 기억으론 소가 잘 먹었던 풀이었던 것 같다.
제법 줄기가 뻗어나가기 시작하고 있다.
쇠뜨기.
흔한 곳에서는 정말 지천으로 늘려있는 야생초이지만 유경재 텃밭에는 보기가 드문,
어쩌면 올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풀이다.
유경재 초기에 가장 많았던 방동사니.
지금은 개체수가 확 줄어 역시 보기 드문 풀이 되었다.
고추밭 이랑 사이에 가득한 야생초들.
조만간 무성하게 우거지리라.
이건 또 무슨 쑥인지.
길가에 자라던 전형적인 질경이의 모습.
벌레들이 먹은 것인지 구멍이 그물처럼 쑹쑹 뚫려 있다.
다시 개망초.
그동안 한낱 잡초로만 여기고 무심히 보아넘겨왔던 야생초들을, 오늘 비교적 자세히 관찰하고 나니, 조만간 야생초를 본격적으로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관찰하고, 인터넷을 뒤지고, 책을 보고,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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