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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재와 태리 이야기

[2013.7.2-6] 장마의 한가운데

by 유경재 2013. 7. 8.

마른 장마는 끝나고 이제 본격적으로 장마전선이 한반도를 오르락내리락 거리면서

국지성 호우를 쏟아붓고 있다. 

아침 출근하는 길, 탄금대교를 지날 때 쯤 우연히 건설 중인 우회도록 쪽을 보니

차량 한 대가 휙 지나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공사관련 차량인가 하면서 지나치려는데, 그 뒤를 이어서 두어 대가 다시 지나가는 게 보인다.

어~그렇다면 저 도로가 개통되었다는 말인가.

 

퇴근시간을 기다렸다가

용두동 인터체인지에서 우회도로에 올라 새로 개통된 도로를 달려 유경재로 가 볼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낮동안 잠잠하던 비가 퇴근 무렵이 되자 다시 마치 퍼붓듯 쏟아지기 시작한다.

 

용두동 관현각 맞은 편으로 진입하기 전에 신호등에 걸려 대기 중이다.

최대 속도로 와이퍼를 가동했건만 창밖 풍경이 사진에 담기질 않는다.

 

희미하게 보이는 이정표.

왼쪽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는 원주, 제천으로 가는 길을 타게 된다.

 

바로 이 길을 따라 들어간다.

수안보에서 충주로 오다가 유주막 삼거리 못미쳐서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바로 이 길로 이어진다.

바로 엊그제까지만 해도 길은 여기에서 끊기고, 여기서부터 남한강, 공군부대 등을 거쳐 동량 대미까지는 공사 중으로 막혀 있었다.

 

2007년 초 베이징에 가기 전에 이미 시작된 공사였었는데,

이제 2013년 다시 상하이로 떠나기 전에 개통되었다.

그래도 떠나기 전에 개통되었으니 다행이란 생각이다.

 

신나게 달려보고 싶건만 쏟아지는 장대비에 도로 위로 물이 가득하다.

자칫 수막현상에 사고의 위험이 있으니, 조심하는 수밖에.

 

게다가 이렇게 사진까지 찍어가면서 가니, 속도는 아예 생각도 말아야 한다.

 

남한강 위로 나즈막한 아치를 만들며 난 교량.

시공에서 개통까지 정말 오래도 걸렸다.

애당초 설계된 아치는 훨씬 높았었는데,

부근 공군부대의 전투기 이착륙에 방해가 된다고 하여 지금의 높이로 낮춘 것.

조금 볼품은 없어 보인다.

 

충주댐으로부터 흘러오는 남한강.

 

비가 조금 잦아든 것 같다.

어느 새 종점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종점인 대미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나와 예상한 길을 잘못 들어 한참을 헤메다가 유경재에 도착.

 

그 정도 비바람에 키큰 채소들이 쓰러지기 일보직전이다.

 

그간 우리 가족들의 쌈채를 해결해주던 착한 녀석들인데,

그래도 꽃은 피워보고, 씨도 맺어보고 사라져야지.

그래서 잠시 소강상태를 이룬 비를 틈타 삽을 꺼내와 줄기를 세워서 뿌리에 북을 돋워준다. 

 

 

유경재에서 돌아와 간단히 만든 유경표 비빔국수.

 

다시 며칠이 지난 주말.

날은 개었으되 무척이도 습하고 더운 날이다.

장마전선이 잠시 아래 남부지방으로 내려가 있다고 한다.

 

 

쑥갓 꽃.

 

 

 

청겨자 꽃.

쑥갓꽃처럼 노랗다.

 

 

 

 

 

유경재를 떠나는 길에 마침 석양이 아름답다.

 

하루 뒤 일요일.

장마 전선이 다시 올라왔다.

비가 내린다.

이제 다시 며칠 못 올 거라고 생각하니 다 자란 오이를 딸 수밖에.

 

길가로 한바탕 빗물이 휩쓸고 지난 흔적이 역력하다.

그렇게 씩씩하던 개망초도 쓰러지는구나.

 

자두나무에는 열매가 보이지 않는다.

심은 이래 몇 년 동안이나.

 

왕고들빼기는 덩달아 키가 엄청 자라 있다.

 

 

여기 자두는 어째 제초제 세례를 맞은 듯 시들하다.

 

 

 

 

 

장마 기간 동안 비가 내렸다 더웠다 하는 사이,

잡초들은 한껏 키를 키우고 번식해가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