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어째 바쁘다 바쁘다 하면서도 예년에 유례가 없게
유경재를 자주 찾게 되고,
자주 찾는만큼 텃밭 관리도 가장 잘 되고 있는 해인 것 같다.
바쁘니까 더 자주 찾게되는 이유가 뭘까?
아마도 계속 바쁘니까 억지로라도 시간을 내거나,
아니면 시간이 날 때마다 지금 아니면 또 언제 가겠나 싶어 더 자주 찾게 되는 모양이다.
그게 아니라면
바쁜 심신을 조금이라도 쉬게 하고 싶어서 다른 일을 다 팽개치고 틈만 나면 이렇게 찾게 되는 모양이다.
바로 엊그제 현충일 날 왔었는데,
금요일 근무, 토요일 지방 출장에 새벽이 되어 귀가,
그런데도 일요일에 다시 유경재를 찾았다.
3일만에 호박이 이렇게 마디마디 주렁주렁 열매를 맺었다.
그야말로 마디마디 열렸다.
제발 중간에 떨어져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오이도 3일 전에 비해 줄기가 뚜렷이 더 길어졌다.
가만 보니 한 포기지만 줄기는 한 줄기가 아니다.
여기저기로 마구 벋어나간다.
3일만에 이렇게 굵어졌다니...
저 두 개는 다음 주에는 따 먹어도 될 정도다.
그뿐인가.
3일 전까지도 열매가 보이지 않던 고추도
이제 하나둘씩 열매가 달리기 시작했다.
참 특이한 경우다.
심을 때 결코 함께 심은 적이 없는 고추와 들깨가 한 구덩이에서 마치 한 포기처럼 자라고 있다.
그것도 지금에야 눈에 띈다.
추측컨대 고추는 내가 모종을 심은 게 분명하고,
그렇다면 들깨는 작년 씨앗이 정말 우연잖게 그 모종의 구멍에 들어가 이렇게 함께 자라나게 되었을 것이다.
연리지도 아닌데, 어찌 전혀 다른 두 품종이 마치 한몸처럼 자라고 있는 것일까.
두고 보리라.
좀더 크면 어떨지를...
여기저기로 벋어나가는 오이의 줄기를 아쉬운대로 나뭇가지 몇 개를 더 세우고,
노끈을 좀 더 구해와서 얼기설기 묶어서 타고 오르기 쉽게 해 준다.
저녁식사 메뉴는 나의 제안과 가족들의 찬동에 힘입어
메밀비빔국수.
따로 먹을 거 뭐 있느냐.
국수와 양념, 온갖 재료를 다 넓은 양푼이에 넣어서 함께 비벼 같이 먹으면 되리라.
매워서 연신 호호거리면서도 금새 바닥을 보이고 만다.
6월 10일,
일기예보에 따르면 30도를 넘는 올여름 들어 가장 더운 날씨가 되리라는 한 주의 시작 월요일.
정오의 캠퍼스 한 켠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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