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잔디밭과 건물 사이 비교적 음지인 곳에 심어놓은 서너 포기 딸기가
그새 주변으로 많이 번져나가고 있었다.
자연이 내리는 우로(雨露) 외에는 주인의 아무런 돌봄도 없었건만 올해는 그래도 제법 먹음직스런 열매를 맺고 있었다. 심은 사람으로서 많이 미안할 따름이다.
상추는 하루가 다르게 잎사귀를 넓혀가는 모양이다.
아이 둘이 객지로 떠난 우리 세 식구 먹기에는 도저히 그 성장을 따라갈 수가 없다.
조만간 이웃 사람들에게도 무공해유기농 쌈채의 맛을 보여줘야 되리라.
오른쪽 대접 하단부의 치커리를 닮은 것은 야생의 속칭 "새똥잎"이라고 부르는 풀이다.
삼겹살 먹을 때 함께 싸서 먹으면 좋다고 한다.
이름도 모를 나무가 전망을 가리고 있었던 곳, 지난 주에 왔을 때 아예 베어버렸다.
화단이 훤하다.
안방 앞 화단에 자리잡은 가죽나무도 궁극적으로는 제자리가 아닌 듯.
옮겨심고자 하나 심을 자리가 없으니...ㅠㅠ
조금만 더 지켜보자.
도로 가장자리로는 키큰 개망초가 자연적인 울타리를 만들어주고 있다.
산에서 캐온 당귀 세 뿌리.
곧 죽을 것만 같더니 두어 주 지나니 생기를 찾는다. 생명력에 짝.짝.짝...
지난 주에 왔을 때 힘듦을 무릅쓰고 텃밭 공터를 가득 메운 잡초들을 낫으로 벤 효과가 있나 보다.
텃밭은 노력의 흔적이 정확히 드러나는 법인 모양이다.
다만 납작하게 땅을 기어가며 세력을 키워가는 키낮은 토끼풀만 마치 잠시 숨어있는 듯 곳곳에 잠복해서 호시탐탐 주인의 나태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외로운 소나무 한 그루, 고송(孤松).
호박 세 포기.
부지런하게 주변에 준 거름의 효과를 배반하지 않는다.
영역을 확장할 만반의 준비를 끝낸 듯한 모습이다.
대추나무.
키에 비해 열매가 맺히지 않는 것은 왜일까?
파종한 상추는 이랑 사이로 어린 잡초들이 무성하다.
가만 놔두었다간 조만간 연약한 상추들을 습격해 내몰아낼 게 뻔하다.
그래서 아직 어리지만 부지런히 뽑아준다.
오늘 비로소 고추와 오이, 가지 등에 지줏대를 설치한다.
고추가 조금 더 자라면 노끈으로 하나하나 묶어주면 되겠지.
텃밭 가장자리에 자라고 있는 야생 들깨.
아마도 작년 들깨의 씨가 저절로 퍼져 자란 것이리라.
청겨자도 잎이 무성하다.
조만간 진딧물의 습격이 두렵다.
고추도 벌써 하얗고 앙증맞은 꽃을 피우고 있다.
머위밭을 침범한 돌나물.
돌나물의 노란색 부분은 자세히 보니 돌나물의 꽃이다.
돌나물도 꽃을 피운다는 사실 또한 새롭다.
몇 해 전 산에서 서너 뿌리 캐온 취나물은 그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며 세력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노란 꽃을 피운 돌나물.
토요일 밤을 유경재에서 묵었는데,
새벽 4-5시부터 지저귀는 새소리 때문에 잠이 깬다.
아침을 먹고 밖을 나오니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를 희뿌염 속에서 아침 해가 달처럼 떠 있다.
오전 내내 풀을 맨 후,
점심은 유경재의 재료들로 국수를 만들어 먹기로 한다.
상추와 깻잎도 썰어두고.
호박과 양파를 볶고,
달걀 후라이해서 채썰어 두고,
멸치와 청양고추로 다시물을 끓이다가 건데기를 건져낸 후 콩나물 한 줌을 넣어 다시 끓여 육수를 준비하고,
부추와 콩나물을 넣어 국수를 끓여 함께 섞어서 먹는다.
거기에 신김치 약간 채썰어 넣고, 가끔씩 청양고추를 한 입 베어 물면 나에겐 지상최고의 점심식사가 된다.
부추를 함께 넣어 끓인 국수를 사리로 준비한다.
이렇게.
또 이렇게.
나뭇잎에 어린 물그림자는 또다른 세계다.
쌈채 따는 아낙네.
잔디의 영역을 넓혀주기 위해 화단 아랫쪽의 딸기는 모조리 캐어서 화단 윗쪽으로 옮겨 심었다.
착근이 잘 되어 내년에도 더욱 무성하게 자라기를 바랄 뿐.
지금 비록 힘없이 고꾸라져 있는 것 같아도
몇 일 후면 생기를 되찾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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