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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재와 태리 이야기

[2013.6.6] 현충일 유경재

by 유경재 2013. 6. 10.

순국선열을 기리는 공휴일인 현충일에 찾은 유경재.

화단 오른쪽 끝자락 귀퉁이 아래쪽의 토끼풀을 걷어내자

언제부터인가

잡초들 속에서 잔디의 또다른 세력이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었다.

조금씩조금씩 텃밭과 마당을 향해 뻗어나가고 있는 잔디.

그러고 보니

풀들도 저마다 같은 종류들끼리 의지해가며 살아가고 있었다.

토끼풀은 토끼풀끼리, 잔디는 잔디끼리, 또 개망초는 개망초끼리,..

토끼풀 주 군락을 대강이나마 걷어내버리니

나머지 토끼풀들은 뽑지 않았건만 어느새 기가 죽어 힘을 쓰지 못하고 만다.

그래,

독불장군처럼 살아갈 수는 없는 법.

서로 의지해가며 산다는 게 그만큼 중요한 모양이다.

 

작년까지, 아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토끼풀의 번져가는 속도를 보고,

자꾸만 제초제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었는데,

요즘 보니 토끼풀이 비록 뿌리가 깊고,

덩굴 뻗어가는 속도가 굉장하다고 할 지라도

약점은 오히려 강점 속에 숨어있는 듯, 덩굴을 따라가니 뿌리를 숨길 수가 없고,

덩굴째 엮여 있으니 하나를 뽑으면 줄줄이 뽑히고 만다.

그뿐인가 잎이 둥글고 꽃이 하얗게 뚜렷하다 보니 사람 눈을 피해 어디 숨을 데도 없으니 나름대로 얼마나 불안하기 그지없는 생명인가.

요즘은 토끼풀들이 나에게 불평을 심하게 해대는 듯 들린다.

"왜 우리만 따라다니면서 못살게 굴어요?ㅠㅠ" 

 

토끼풀이 떠난 자리는 조만간 잔디가 차지할 테고.

 

 

 

 

 

문제는 지금 사람의 보호 속에 뻗어나가는 잔디가

결국 이 좁은 텃밭과 대지를 몽땅 다 차지해버릴 지도 모를텐데,

그땐 다시금 잔디와의 전쟁을 벌여야 될 지도 모른다는 것.

 

 

 

조그만 열매를 달고 있는 오이.

 

가지가 잘 벋어나가게 노끈과 기둥을 얼게설게 엮어준다. 

 

 

씨를 뿌린 상추와 씨를 뿌리지도 않은 풀들이 함께 경쟁하듯 자라나고 있다. ㅆ

 

 

 

 

아무런 비료의 혜택이나 농약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자랐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니 대견하고도 놀랍다.

 

작년부터인가

유경재를 갈 때마다 일부러 건빵을 사 가지고

틈이 나면 연못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에게 건빵을 부수어 던져주는 게 하나의 낙이 되었다.

처음에는 인기척을 내거나 건빵을 던지면 물고기들이 놀라서 깊은 데로 숨곤 하였었는데,

지금은 인기척이 나면 오히려 물 위로 떠오르고,

 

건빵을 던지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덥석덥석 입에 문다.

큰 놈 세 마리에 새끼들이 수십 마리다.

 

큰 놈들은 입도 큰 모양이다.

시험삼아 건빵을 통째로 던져줘도 덥석 먹어버린다.

 

나와 물고기들은 건빵으로 맺어져 이제는 어느 정도 소통까지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착각인가...

 

거실 천정.

형광등 옆의 허연 그림자는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