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출장 중 확인한 메일로
2012년 인문주간 행사의 하나로
인문사회 기초학문 10년 성과물 인증식이 열린다는 것.
아울러 총 147편의 성과물 중에 나의 번역도 들어있으니,
행사에 참석하라는 것.
연구재단 관련 일은 주로 내가 중국에 있을 동안 곧잘 생긴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한편으로는 바쁜 업무 중에도 기분을 업시키는 소식이었다.
교과부가 주최하고 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인문주간 행사 초대장.
올해 주제는 힐링 인문학, 즉 치유의 인문학으로, 슬로건은 "인문학, 사람을 품다"이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8번출구로 나가면 인문주간 행사장인 세종문화회관이 나온다.
8번 출구 나가기 전 역사 안의 한 조형물 전시.
식전 행사로 퍼포먼스가 벌어지는데...
피어날 꽃들에게...
교과부 장관 개회사.
바로 곁에 교과부 청사가 있으니...
박영식 대한민국학술원 회장의 격려사 겸 특강.
한때 교육부 장관까지 역임하신 분으로, 작금의 우리나라 인문학 홀대의 현실을 흥분된 어조로 설명하신다.
지금 우리나라는 대학에서는 인문학을 기피하고, 사회에서는 오히려 인문학을 찾는 기형적 인문학 환경이 형성되어 있다고 하는데...
대학에서는 취업을 강조하다 보니 취업과 직결되는 실용학문 쪽으로 몰려들고, 사회에서는 실용학문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끼게 되니 다시 인문학에서 해답을 찾기 위해 몰려든다고 보았다.
경쟁사회에는 필연적으로 수많은 패배자를 양산하게 되고, 그런 패배자들은 당연히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가능하면 경쟁에 내몰리지 않도록 정책을 펴야 하고, 어쩔 수 없는 경쟁에 몰려 패배한 사람들은 인문학으로 치유해주어야 한다는 논지.
인문학의 치유의 능력을 문학, 역사, 철학 등의 세 방면에서
시간에 쫓겨가면서 열심히 말씀하신다.
문학은 시적 정의[poetic justice]와 감정의 정화[catharsis]를 통해 치유의 기능을 갖는다.
문학작품을 읽고 악이 패배하고 선이 결국 승리한다는 권선징악의 시적 정의를 통해 정신적 쾌감을 향유할 수 있으며, 나아가 비극을 통해 감정을 정화시켜 정신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는 말씀.
역사는 과거사에 대한 반사를 통해 현재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면서 인간의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기능을 가지며, 철학은 끊임없이 구습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길을 제시해주는 기능을 가지기 때문에 이 세 가지, 즉 인문학을 외면해서는 바른 삶을 살 수 없다는 말씀.
허여된 시간이 너무 촉박해 여든이 다 되어가는 노지식인의 지혜를 더 듣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이었다.
이어서 146명의 선정자 중에서 각 분야별로 6명의 대표를 뽑아 인증패를 수여하고 있다.
개회식이 끝난 후 전시회가 열리는 장소인 세종로로 이동.
인문사회기초학문육성 10년성과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곳.
147개의 성과물을 이렇게 전시하고 있다.
시간이 좀 걸렸을 뿐 남들보다 번역을 그렇게 잘한 것은 아닌데...
그래서 부끄러울 따름이다.
미니 도서관.
여기에도 부끄러운 작품이 꽂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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