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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가니 추위가 오네

[진돗개 세리의 일기] 새 식구가 된 세리

by 유경재 2012. 1. 14.

지난 주 월요일,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깜짝 놀랄 새 얼굴이 거실을 차지하고 있었다.

생일: 2011년 11월 23일,

성별: f

견종: 순종[50여%, 약60%] 진돗개

 

동호회 일로 일주일에 한두 번 제천을 내왕하던 아내가 가져온 것이다.

사연인 즉, 같은 회원 중의 한 분의 오빠가 모 대학 동물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는데,

거기에서 얻어온 순종진돗개 암컷이 작년에 새끼를 낳아, 한 마리 얻게 된 것이라고 한다.

 

나는 본래 시골에서 자랐기에 개를 애완 여부를 떠나 항상 가족과 함께 하는 식구 쯤으로 알고 자랐었다.

그 당시 아마도 대부분은 똥개로 불리는 잡종개였을 것인데,

개마다 나름대로의 특징을 가지고 주인을 잘 따랐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어른이 된 한참 후,

도시 생활을 하면서 주위에서 조그마한 애완견을 데리고 다니는 것을 보고는 도무지 별 감흥이 생기질 않다가

충주로 오기 두어 해 전에 우연히 누구에게서 얻은 요크셔테리어 한 마리와 그만 많은 정이 들었었다.

 

이후 충주에 자리 잡을 동안도 항상 우리와 함께 했으며,

특히 내가 밤새 내 일을 보느라 잠을 자지 않을 때면 슬그머니 내 문을 발로 긁으면서 내 방에 와

10여 분씩 함께 놀아주다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 잠이 들곤 했었다.

그런 영특하고 귀여운 녀석으 똘망한 눈망울이 그렇게도 귀여웠었는데,

어느날 막내와 함께 아침 일찍 산책을 나갔다가 그만 실종되고 영영 소식이 없어

우리 가족들을 한동안 우울함에 빠지게 했었던 그 개가 생각나서

그 이후 다시는 애완견을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어쩌랴.

이렇게 내 허락도 없이 벌써 집에 들어와 버렸으니.

 

그러나 천성적으로 동물, 특히 개를 좋아하던 나였기에 다시 한 번 식구로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아직 두 달이 채 되지 않아서 그런지 잠이 엄청 많다. 

 

자기를 두고 식구들이 시끄럽게 떠들어도 마냥 잠만 잔다.

 

이부을 덮어준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쿨 쿨~

 

업어가도 모를 정도다.

 

순종 진돗개라고 하는데, 아직은 보통 잡종개와 구별이 가지 않는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다.

심부름을 그렇게도 안하던 아이들이 개껌과 그릇 등을 사기 위해 밤늦게 갔다 왔다.

 

또 잔다. 

 

깨어나선 먹고,

 

아직은 많이 낯설겠지.

제 형제들이 그립겠고, 더욱 엄마가 그립겠지.

 

시간이 지날수록 움직임도 조금씩 활발해진다.

 

줄, 끈, 천 등을 물어뜯는 것을 좋아한다.

벌써 핸드폰충전기 줄을 동강내놓았다.

애완견 키우기의 가장 큰 문제, 오줌 똥을 어떻게 가리게 하는가 인데...

 

다행히 하루 종일 오줌과 똥을 누지 않는다.

아침에 아이들이 밖으로 데리고 나가 산책을 시키는 동안 으슥한 곳에 볼 일을 보았다고 한다.

아직 별다른 훈련을 받지 않았을 텐데, 아마도 유전적으로 알고 있는 모양이다.

 

돌아와서는 이렇게 손?발을 깨끗이 씻긴다.

 

우리집에 온 지 5일째 되는 날, 1월 14일(토) 날씨가 너무 좋다.

중앙탑공원으로 산책을 갔다.

처음 외출다운 외출에, 모든 게 신기한 모양이다.

솔방울 하나를 갖고도 한참을 논다.

 

중앙탑과 세리.

뭘 보고 있을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