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이 된 지 일주일을 넘어서자 움직임이 확실하게 활발해졌다.
식사량도 한계를 모를 정도로 많아져, 처음 왔을 때 3.4kg이었던 체중이 3.8kg까지 늘었다.
대소변 가리기는 본능적으로 훈련이 되어 있는 모양으로,
아침이면 꼭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 하고, 밖에 나갔을 때 해결하던 것이
식사량이 많아지자 어쩔 수 없었던 모양으로
베란다 빗물받이관 옆에 소변을 보기 시작하다가,
어느 순간 대변도 그곳에서 해결하였다.
변의를 느끼면 베란다로 통하는 문으로 가서 낑낑 대고,
문을 열어주면 한참 베란다에서 왔다갔다 하다가 해결하고 다시 들어온다.
혼자 두고 모두 외출할 경우는
베란다쪽 문을 조금 열어두면 알아서 해결한다.
첫주에 그렇게 많던 잠이 둘째주에 들어서자 조금 줄어든 것 같다.
그래서 지난 주에는 아침에 가족 모두가 나갈 때는
잘 때 살며시 나가면 저녁 때까지 별 탈 없이 혼자 집에 남아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누군가 화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는 모양을 보면
자지도 않고 따라나설 생각에 발끝을 맴돈다.
그러다가 모두 외출하면
현관쪽에서 심하게 낑낑대며 큰소리로 울어서 이웃에게 미안할 정도가 되었다.
앞으로 이와 같은 상황이 계속될 건대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 된다.
저녁에 가족들이 귀가하면
어두운 현관 입구에서 반갑게 맞이한다.
저녁 식사 후에는 한바탕 신나게 노는데,
장남감 삑삑이를 물고 마치 음악을 연주하듯 시끄럽게 소리를 내며 돌아다니기도 하고,
마치 최선을 다해 왕복달리기를 하듯 거실 끝과 끝에서 쏜살같이 달려갔다 달려오기도 한다.
그런 달리기를 때로는 10여 분 계속하기도 한다.
암컷이라 그런지 성격이 매우 소심하고 예민한 듯 보인다.
신발을 물고 거실로 들어오거나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할 경우,
큰소리로 꾸짖으며 신문지 뭉치로 때리면 적어도 한 시간 이상 의기소침해져버린다.
특히 꾸중한 사람에게는 가까이 가지도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한다.
반면에 신기하게도 꾸중 들은 짓은 한동안 하지 않는 듯 하다.
이 녀석의 특징은 차 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트 타는 것도 무서워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시골 마당에서 자랐기 때문일까.
어쨌든 엘리베이트를 탈 때 안고 있어도 몸을 벌벌 떤다.
차에 탈 때도 마찬가진데,
차에 타자마자 침을 심하게 흘리다가 어떤 경우 토하기도 한다.
어쩌나? 설 쇠러 경주로 가야할 날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
뭐든 딱딱한 것이면 자기의 이빨로 물어뜯어본다.
어린 것 치고 다리가 튼실하다.
청소를 해도 해도 거실은 항상 세리로 인해 더럽혀져 있게 마련이다.
이제 옛집은 잊은 것인가. 엄마아빠와 형제들 기억도 사라져가고 있겠지.
송곳니가 무척이도 날카롭다.
말 그대로 송곳이다.
성견이 되었을 때를 생각하니 무섭기조차 하다.
플래쉬를 터뜨리니 색깔이 좀 밝게 보인다.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쌍꺼풀이 있는 듯도 하다.
평소 같으면 외식할 때도
세리 때문에 시켜서 먹게 된다.
메뉴도 은연 중에 세리가 좋아할 것들을 시키게 되고...
족발을 시켜서 먹다가 뼈를 주니 처음 접하는 맛이어서 그런지 거의 1시간을 뼈에 집중한다.
뼈의 에나멜질이 다 벗겨지고, 동강날 때까지 뼈를 가지고 논다.
좁은 거실이 온통 이 녀석 차지가 되었다.
뭣이든 새로운 것이 보이면 한참을 가지고 놀다가 제 자리 주변으로 갔다 놓으니,
세리 자리 주변은 마치 옛날 난지도 쓰레기장 같다.
잠이 없다 했더니
왠걸, 아이방에 들어가더니 가장 편한 자세로 잠에 빠져들었다.
가족들이 그 모습을 보고 웃고 떠들고 플래쉬를 터뜨려가며 사진을 찍어도 모르고 자고 있다.
아직은 어려서 그런지 바깥에 나가면 주인의 통제를 잘 따르지 않는다.
아무에게나 접근하는 등 아직은 주인과 타인에 대한 구분이 잘 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섭섭함이 들기도 한데, 그렇지만 이것은 아마 같이 생활하는 시간이 더 쌓이고
세리가 더 커지면 저절로 해결될 문제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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