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허전한 옆구리를 스쳐가면
마음까지 따라서 쓸쓸해지는 계절.
퇴근하고 바로 귀가하려니 역시 뭔가 허전하다.
어디로 갈까요?
요즘 맛집의 대세는 리슈빌 앞 연수신택지지구에 들어서고 있는 상가쪽인 듯,
이구동성으로 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연수동 아이파크와 주공7단지 사이 도로에서 유원아파트로 나 있는 큰 길 가로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이 커피점이나 음식점들이 들어서고 있다.
그러한 신흥상가 한복판에서
일행은 일차에서 모처럼 장어구이로 보신을 한 뒤,
마치 정해진 메뉴얼을 따라 하듯 근처의 노래방으로 향한다.
노래방 역시 내가 유원에 살 때만 해도 전체에 하나뿐이던 것이
지금은 서 있는 자리에서 눈을 돌려보면 몇 군데가 보일 정도로 많아졌다.
간단히 목청을 가다듬은 뒤,
다시 멤버를 정리하여 2차로 향한다.
어디로 갈까요?
근처를 둘러보니 눈에 쏙 들어오는 식당 간판이 보인다.
역시 이구동성으로 저 집으로 가자!
체인점으로 보이는, 바다양푼이동태탕이란 집이다.
동태? 얼린 명태.
얼리지 않은 신선한 생물 명태는? 생태
새끼명태 말린 것은? 노가리
반쯤 말린 명태? 코다리
말린 명태는? 북어
노랗게 잘 말린 명태는? 황태
명태알은? 명란
명태내장은? 창란
많은 이름으로 불리는 명태, 이 집에서는 그 중 동태를 주재료로 한 탕과 찜이 대표메뉴이다.
위치는 대로에서 작은 블록 한블록 들어간 곳이다.
새 건물이라 깨끗하고, 또 넓다.
노래방에서도 맥주를 적잖게 마신 탓에 이 집에서의 기억은 거의 없다.ㅠㅠ
뭘 주문했을까?
게다가 내가 시킨 게 아니라 더욱 기억이 어슴프레하다.
굴의 계절이 돌아왔나 보다.
식당마다 생굴이 곧잘 상에 오른다.
섞어탕 같은데, 양푼이가 아닌 걸로 보아 어쩌면 동태해물전골인가 싶기도 하고...
메뉴에 대한 기억조차 없으니, 맛에 대한 기억은 당연히 없을 수밖에.ㅠㅠ
다음날 일행의 말에 따르면 좀 매웠다고 한다.
매운 걸 좋아한 나로서는 괜찮았을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이 다음에 맑은 정신으로 다시 한 번 가볼 수밖에.
동태, 명태 하니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한국가곡 - 명태
(양명문 시 / 변훈 곡 / 오현명 노래)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고 춤추며 밀려 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
에지푸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 늦게 시를 쓰다가 쐬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짜악 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은 남아 있으리라
명태, 명태라고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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