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의 대학동기의 번개팅이 그놈의 정 때문에 2박3일로 늘어져
지난 주말 금요일부터 어제까지는 온통 술독에 빠졌다가 나온 듯 정신이 혼미한 월요일이다.
그새 내겐 보고도 없이 강풍을 동반한 강력한 태풍 "무이파"가 한반도의 서쪽을 남쪽부터 종으로 훑고 지나가고 있다.
얼마나 범위가 넓기에 국토의 중심인 이곳 충주에까지 간밤, 비바람소리가 휴일밤 달콤하게 잠자야할 이들을 그렇게도 떨게 만들었는지,
얼마 전에 매스컴을 통해서 들은 뉴스, 한반도에도 미국의 토네이도, 허리케인 같은 초대형 태풍이 불어닥칠 수 있다는 경고. 그럴수도 있겠다 수긍은 하면서도 한켠에선 설마...했더니,
어쩌면 그 도래의 시간이 점점 가까와지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지구 전체를 개발이란 미명 하에 마구잡이로 자연을 훼손하고 있는 우리 인간들은
앞으로 그 자연의 상상하기 어려운 보복과 재앙으로 자주자주 몸서리를 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세계는 훼손에 비해 훼손된 것의 복원의 비중을 조금이라도 늘여가는 노력을 보일 때다.
그건 그렇고 점심 한 끼를 때우기 위해 아직도 먹구름으로 잔뜩 찌푸린 하늘을 보며 맛집을 찾아갔다.
특별한 고유의 상호가 아니라, 일반명사를 상호로 쓰고 있는 집, 지금은 대소원면으로 바뀐 이류면 소재지 내의 해물손칼국수.
이 집은 면류를 좋아하는 내가 충주에 입성하던 때부터 그 독특한 맛에 반해 한동안 정말 자주 찾았던 집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근래에는 자주 찾지 못했었고, 그러다 보니 아직 블로그에 오르지 못하였었다.
흐름한 슬레트 지붕에 오래된 미닫이 출입문.
그러나 맛집매니아들은 아시리아. 이런 집일수록 그 음식맛이 좋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위치는 시내에서 충주대학교를 지나 이류면소재지로 접어들어서 면사무소 네거리에서 면사무소와 정확히 대각선 대척점이다.
옛날과 바뀐 것은 현관에서 주방으로 이어지는 중앙통로를 중심으로 오른쪽의 방을 틔여서 공간을 넓혔다는 것.
메뉴는 지금보니 달랑 두 가지, 해물손칼국수, 냉콩국수.
전에는 토종순대도 취급해서 종종 먹었었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전에 자주 먹던 해물손칼국수가 댕긴다.
기본 찬인 두 종류의 김치. 고추장은
칼국수가 나오기 전에 나오는 보리밥을 비비는 데 쓴다.
쓱싹 비벼서 먹으면 보리밥의 구수함과 고추장의 달콤함이 입안에서 조화를 이루어 식욕을 돋군다.
보리밥을 다 먹을 때 쯤이면 이렇게 칼국수가 나온다.
기본적인 느낌은 칼국수가 조금 두꺼우면서 쫄깃하다.
그리고 국물은 어떻게 해서인지 껄쭉하다. 그래서 맛도 구수하다.
또한 해물은 바지락 몇 개와 칼로 자른 미더덕 또는 오만둥이[오만디]가 전부다. 그런데도 깊은 맛이 나는 것은 왜일까.
역시 맛에 대한 평가는 어렵다.
아니 평가가 불가능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맛을 타인에게 어떻게 권하랴.
그래서 인터넷에 소개된 맛집의 음식은 소개하는 사람의 평가를 그대로 믿었다간 실패할 확률이 많으니,
항상 기본적인 정보만을 얻어서 선입견을 버리고, 자신이 직접 맛을 보며 확인하는 게 최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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