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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맛집

[충주맛집] 백수생복

by 유경재 2011. 7. 17.

과음 다음날 주당들의 유일한 즐거움은 바로 제대로 된 해장을 하는 일이다.

대부분은 먹는 것을 통해 해장을 하게 되는데, 먹는 것 중에서도 아마 대부분은 해장국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지역으로 이사온 이래 숙취 후 정말 해장을 잘했다고 느낀 때가 별로 없었기에 주당으로서의 하나의 낙을 잃어버린 듯 하여 그 점은 아직도 늘 아쉽게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해장국 중에도 특별히 복어탕을 좋아한다.

때로는 맑은 국물의 지리를 좋아하기도 하고, 또 기분에 따라서는 콩나물을 건져서 새콤매콤하게 무쳐주는 매운탕도 좋아한다.

미나리, 콩나물, 무 등이 적절히 복어와 조화를 이루며 시원한 맛을 내는 복어해장국.

 

처음 이곳으로 이사와서는 전화번호부를 뒤져가며 복어집을 찾아다녔었는데,

옛날을 추억하자면 한때 자주 가던 곳은 연수동 2-3단지 앞의 지금은 우럭무침회 전문인 강릉집이 있던 자리의 "배불뚝이"가 있는데, 어느날 간판을 내려서 많이 아쉬워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시청 정문 앞 오른쪽의 "성진복집"을 자주 찾았었고, 그와 함께 관아공원 바로 앞의 "방어진복집"도 자주 찾았었는데, 후자는 얼마 전 그곳을 지날 때 문을 닫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 집, 역시 시청 앞 공영주차장 이면 골목에 뒤늦게 생긴 복집으로 "백수생복"이란 식당이 있다.

몇 차례 들렀지만 어느날 없어졌기에 알고 보니 지금의 자리인 시청 서문 앞으로 옮겼었다.

그 밖에도 충주공고앞 큰길 어느쯤인가에 복집이 또 하나 있어 두어 차례 간 적이 있는데, 지금은 그 이름도 잊었고 정확한 위치도 잊어버렸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2010] 알게 된 집으로, 칠금동사무소 앞 맛집골목 중간에 생긴 지 오래지 않은 이름도 고상한 "소소"라는 복어전문 요리집이 있다.

이 집 역시 두어 번 들러서 복어정식을 괜찮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이상에서 언급한 집들이 아마도 20만 인구의 충주라는 도시의 복집 전부가 될 것이다.

인구에 비해 숫자가 아주 적은데, 그만큼 복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적다는 말인지... 

앞으로 기회가 닿으면 복어집을 집중적으로 찾아다니며 소개할까 싶다.

 

그 일환으로 가장 먼저 집에서 가까운 백수생복을 찾았다.

역시 전날 새벽까지 술과 사투를 벌이다가 취생몽사 중에 찾게 되었다.

대표메뉴가 복샤브칼국수?

 

 

 

지금 생각해보니 이곳으로 옮긴 후에도 한 번쯤 왔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 맛에 대한 기억은 도무지...ㅜㅜ

 

가던 날이 장날인지 마침 에어컨 수리 중이라 두 대의 선풍기가 장마철 후텁지근한 더위를 열심히 몰아내고 있었다.

 

간판 옆에 간판처럼 붙어있던 그 복샤브샤브칼국수.

벽에도 이렇게 따로 붙여져 있다.

아마도 대표 메뉴인 모양이다.

그런데 복샤브샤브는 정통 복어요리는 아닌데...어쩌나. 그래도 일단은...

 

그렇다면 당연히 대표메뉴인 샤브샤브를 먹어야지.

그런데 복어의 종류에 따라 가격의 차이가 크네.

우선은 중간 정도, 황복으로 결정.

 

육수가 먼저 상에 오른다.

중국의 훠궈로 말하자면 궈디.

 

소고기.

 

야채와 만두.

야채 중의 콩나물 같은 것은 숙주나물.

 

소스.

겨자 왼쪽의 두 가지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퓨전식 소스인 듯.

 

황복.

편육만 보고는 문외한인 내가 복어의 종류를 구분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

 

칼국수.

 

매추리알이 올라앉아 있는 밥.

 

단출한 반찬.

 

열심히 먹는다.

냄비의 열기와 더운 날씨, 숙취 등이 시너지 작용을 일으키며 먹는 내내 땀을 콩죽처럼 쏟아낸다.

그런데 맛은...어떠한가.

며칠 지난 지금 생각해봐도 도저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리고 시원하게 해장했단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