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야기
캠퍼스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
by 유경재
2011. 7. 15.
내가 북경에 살던 2007년까지만 해도 북경대, 청화대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었다.
그런데 2010년 늦가을에 대학원생들과 북경갔을 때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귀국 전날, 북경대 구경을 위해 서문을 통해 들어가는데 서문 수위가 우리를 제지하며,
학생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억지로 한국에서 일부러 북경대를 방문하기 위해 왔다고 여권까지 보여주며
사정한 끝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찜찜한 기분은 한동안 가시지 않았었다.
뿐만 아니라 거의 외국인의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북경어언대학 역시
교문 출입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도서관 출입은 통제를 하고 있었다.
여행을 끝내고 생각해봤다.
2007년과 2010년, 중국의 상황이 그 사이에 어떻게 바뀌었길래 이렇게 통제가 심한가라고...
생각해보니 2008년 북경올림픽이 있었고, 티벳과 신쟝의 시위가 있었다.
그래서 심지어 지하철역마다, 더욱 천안문광장 출입에 이르기까지 짐 검사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침체일로를 걷는 세계경제와는 별도로 날로 성장해가는 중국의 경제,
그 이면에는 빈부격차, 부정부패, 노동운동, 인권에 대한 각성, 민족문제 등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시위는 화해사회를 이상으로 삼고 있는 거대 중국의 화해를 위협하고 있다.
균열과 불화는 바로 어렵사리 구축해놓은 중국이라는 거대국가를 일거에 붕괴시킬 수 있기 때문에,
현명한 중국의 지도자들은 철저한 유비무환의 자세를 통해 각 방면의 불안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고자
특별히 보안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하에 7월 15일자 신화통신의 뉴스에 의하면,
북경대는 7월 9일부터 시작되는 여름방학 기간 동안 하루 방문객의 숫자를
5,000명[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 소지자에 한함]으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동문으로는 여행단 단체방문객 1일 3,000명,
동남문과 서문은 개별 방문객 1일 2,000명이란 규정을 정해두고,
기타 다른 교문은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서,
출입이 허용된 교문에는 방문하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북경대 뿐만 아니라 인근의 청화대[지난 4월 개교 100주년] 역시 <캠퍼스참관관리공고>라는 규정을 통해
평일의 방문객은 일체 통제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연휴, 법정공휴일,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기간에는 매일 08:30-16:00까지
증빙 신분증을 소지한 사람만 방문할 수 있게 하였다.
이에 따라 올해 여름방학은 7월 18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이러한 규정을 모르고 지방에서 온 여행객들이 청화대를 방문하려다 통제당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이들 양교의 통제 이유는 한결같이 캠퍼스 내의 질서유지라는 것인데,
만약에 우리나라라면 이같은 캠퍼스출입 통제,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며,
설사 통제한다고 해도 따를 사람이 그 누구이겠는가.
그로 본다면 중국사람들은 얼마나 답답하고 꽉막힌 통제된 나라에 사는 불쌍한 사람인가.
그런 규정에 항의도 못하는 그들이 우리들 눈에는 불쌍하기보다 차라리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