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떠올리기만 해도 가슴 설레게 하는 말.
해마다 명절 때면 찾아가던 고향이건만
올해는 유난히 새롭게 와 닿는다.
추석 전날, 폰카로 담은 팔월 열나흗날의 둥근달.
서울경기 중부지방은 폭우로 난리를 치던 날,
남부 지역은 때아닌 폭염으로 홍역을 치루었다.
이렇게도 찍어보고
또 이렇게도 찍어보지만 카메라의 한계인 듯,
둥근달이 제대로 재현되지 않았다.
그 옆의 샛별도 마찬가지...
태어나 초등학교 5-6학년 때까지 내 유년시절의 기억이 묻혀있는 곳.
오른쪽 의 대문 없는 집이 그 집터이다.
터는 그대로건만 건물은 바뀌었다.
앞길은 그 때 그 모습 그대로인 듯.
언뜻 눈앞에 어린 꼬마 하나가 껌정고무신 한 켤레로 자동차를 만들며 노는 모습이 어른거린다.
마당 안을 드려다 본다.
몇 년 전까지 친척 아지매가 혼자 살았었는데,
돌아가신 후로는 빈집인지 또다른 누가 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마당 안에 잡초 대신 들깨가 자라고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 살고 있는 듯...
초가 삼간의 옛날 모습 그대로건만
분명 옛날 내 살던 그 집은 아니다.
옆집에 살던 해순이는 지금 어디에선가 잘 살고 있겠지.
삽짝 앞 끝집, 친구이자 형이던 상태네.
어르신들이 모두 돌아가신 후 집은 이렇게 폐허처럼 변했다.
아예 집으로 들어가는 길조차 잡초로 막혀 있다.
초등학교도 다니기 전,
상태네 집에 놀러가서 그 형의 책으로 벌써 1학년 과정은 다 뗄 정도.
친구야, 형아, 지금 어디서 무얼하고 있는가.
추석은 또 어디에서 쇠는가?
마을 골목길.
저 길을 수도 없이 다녔었지.
눈이 오면 미끄럼을 타며 내려갔고,
때로는 굴렁쇠를 굴리며 오르내렸었고,
자전거를 배운 뒤로는 자전거를 타고 내려갔다가
젖먹던 힘까지 다 내어 패달 밟으며 올라오던 기억이 새롭다.
동네 앞 들판으로 난 길.
5-6학년 무렵 새로 이사간 집, 지금의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길.
한구비 돌아가면 바로 보이는 집.
담 옆에는 석류가 한창 속을 익혀가고 있다.
앞집 장구네 집 모퉁이에는 사람이 살지 않건만
때가 되니 대추가 탐스럽게 익어간다.
집 앞으로 계속 난 길은 산으로 이어지는 길.
저 길을 통해 나무도 하고, 풀도 베어서 집으로 왔었지.
낡은 옛집은 사라지고 벌써 10년도 넘은 슬라브 집이 들어서 있다.
부모님의 터전이다.
동생네가 가져다 놓은 진도개 한 마리,
귀엽다.
마당에 놀던 닭들을 닭장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소 두 마리가 나를 보자 인사라도 하려는 듯 일어서고 있다.
선한 눈매, 착한 얼굴이다.
추석 연휴가 끝나기 무섭게 다시 삶의 터전으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그렇듯 아쉬움만 진하게 남는다.
살아가는 동안 과연 몇 번이나 다시 찾을까.
아니, 몇 번 찾으면 내 생이 마감될까.
은퇴 후에 혹 저곳에서 생의 후반기를 꾸려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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