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몇 년만에 맞는 황금 같은 추석 연휴인가.
올 추석 휴일은 화수목 3일이라 대부분 학교가 월요일과 금요일까지 쉬는 바람에
무려 8일(또는 9일)을 쉬는 사람들이 많다.
그야말로 만나가 어려운 가을 휴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린 긴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아들 때문에
연휴가 시작되는 화요일(21일)에 고향으로 향했다.
긴 연휴라 귀성객들의 분산으로 도로가 뻥 둟릴 줄 알았는데,
예측은 완전히 어긋난다.
충주에서 산 지 10년만에 만나는 가장 극심한 체증이다.
우선 가까운 휴게소에 들러 긴 여정에 대비해야 겠다.
휴게소에도 사람들이 이렇게 북적된 적은 이 휴게소 이용 경험상 처음이다.
1번 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가 아시안하이웨이라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아마도 미래 그렇게 되리란 희망을 담은 것이리라.
그 하이웨이 안이 귀성차량들로 가득하다.
대구 금호인터체인지 조금 지난 길에 자동차마다 브레이크 등이 빨갛다.
기온은 대구에 들어서자 35도를 넘어서고 있다.
충주에서 출발할 때는 내리는 비로 제법 쌀쌀하다고 느낄 정도였는데,
남부에는 아직 한여름 폭염 그대로다.
비오는[나중에 뉴스를 통해 보니 집중폭우로 서울경기에 피해가 컸다고 한다.] 중부지방과는 달리 맑은 한여름 날씨다.
추석 전 날 더위를 피해 아이들을 데리고 옥상에 올랐더니
이렇게 달이 훤하다.
추석날의 비소식 때문에 미리 달을 보는 것이다.
휴대용 디카의 한계다.
조리개를 아무리 늦추어도 이 정도밖에 더 잘 찍을 수가 없다.ㅜㅜ
추석날, 새벽부터 드디어 경주에도 비가 내렸다.
제법 빗줄기가 굵다.
우산을 쓴 채 대소가를 다니며 차례를 지낸 후,
늦은 오후, 아무래도 그냥 방구석에 있기에는 바다가 너무 가깝고 생선회가 너무 그립다.
그래서 포항 죽도시장으로 차를 몰았다.
그렇게도 붐비던 오거리와 죽도시장 주차장이 휑할 정도로 한산하다.
시장 안의 대부분 상가들도 이렇게 문을 닫았다.
텅 빈 시장? 어째 어울리지 않는 말인 듯.
간간이 불빛이 새나오는 곳은 문을 연 상점이다.
건어물전은 그래도 많은 점포가 문을 열고 손님을 끌고 있다.
어시장 내 횟집들은 문을 열지 않은 집이 하나도 없을 정도다.
사람들도 평일처럼 많이 붐빈다.
호객하는 어느 횟집에 들어가 회를 먹은 후 오랫만에 송도에 가 보았다.
송도해수욕장!
내 어릴 때의 유일한 해수욕장.
여름이면 동네 사람들이 삼상오오 짝을 이뤄 찾던 곳.
여름 바캉스의 로망을 담고 있던 곳.
포항제철공장이 들어선 후로부터 차츰 해수욕장으로서의 기능을 잃어가면서
이제는 단지 파도소리 속에서 옛 추억만 느낄 수 있는 곳.
궁금했다.
제철공장을 옆으로 한 송도,
이제는 백사장은 하나도 없고,
백사장이 있던 곳에는 한길이 나 있다.
멀리 보이는 다이빙대가 옛날 40년 전의 그 다이빙대인가.
궂은 추석날, 회색 하늘과 바다,
습관처럼 해변으로 몰려드는 무심한 파도,
아~옛날이여!
바닷가 길가의 낡은 건물들,
언젠가 케이블TV로 보았던 영화 "파란대문"의 배경인 곳.
자기 집이 양갈보집이라던 걸 부끄러워하던 그 처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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