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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맛집

[충주맛집]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집: 행복한 우동가게

by 유경재 2011. 5. 8.

오늘은 어째 추억 떠올리기의 날인가.

제법 거한 1차를 한창오리에서 끝내고, 큰 도로를 넘어서 연수동 상가쪽으로 진입한다.

여기도 다 옛날에 그렇게도 자주 다니던 거리다.

프린스호텔 앞 시인의 공원 옆에 행복한 우동가게라고 하는 선술집을 찾는다.

주인 아주머니가 수필집도 낸 문인의 반열에 든 사람이어서 그런지

일찍이 지역 출신 원로 문인인 신경림 시인도 찾았던 집이라고 한다.

그리고 종종 시인묵객이나 음악과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서 예술의 향기가 자못 풍기는 집이기도 하다.

운이 좋은 날은 기타 연주도 보고 들을 수도 있다.

 

이 집의 특징이 벽이란 벽마다 손님들이 자신들의 흔적을 빼곡히 남기고 있다는 것이다. 

 

 

 

 

 

 

2차에서도 어김없이 술은 들어가고, 그래서 메뉴와 가격, 올라온 음식들을 제대로 사진에 담을 정신도 없었다.

 

[2011.6.28] 다시 찾았다. 역시 2차이건만 1차에서 페이스조절에 어느 정도 성공하여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났다. 벽과 천정을 가득 메우고 있는 방명록은 이번에는 언뜻 상당히 정리가 된 듯 보였다. 새로 업그레이드를 시키면서 배치에 신경을 좀 쓴 것 같았다.

 

행복한 우동가게의 한 장 짜리 코팅된 메뉴판. 식탁마다 놓여 있다.

역시 대표메뉴는 우동.

 

각기우동.

 

 

어묵탕을 시켰다.

 

자리를 함께 했던 중국인 교수가 방명록 종이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민속촌 분위기의 술집을 신기하게 여기며 연신 찬탄을 남발한다. 그러다가 우리들의 권유로 마침내 일필휘지 오언율시를 남긴다.

우리가 막걸리를 마시는 중에 몇 차례나 다시 써 가며 고민고민 하다가 결국에는 이렇게 완성품을 탄생시켰다. 주인 아주머니를 불러서 뜻을 설명해드린 뒤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라고 했다.

 

일단 율시라고 하니 형식을 분석해 보자.

1. 수함경미, 8구로 이루어져 있고,

2. 짝수구 마지막 글자에 압운은 함경미 세 연의 끝글자가 모두 하평성 庚자를 썼는데, 수련 끝글자 中자가 상평성 東자니 압운을 위배했다.

3. 평측법 중 각 구의 둘째구와 넷째구의 평측이 달라야 한다는 이사부동을 보면, 첫째구(평평), 둘째구(측측), 여덟째구(측측)가 모두 위반하였다. 이 정도 위반했으니 반법과 점법은 볼 필요도 없다.

4. 마지막으로 함경련의 대구를 보면, 역시 거의 생각을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보면 구수만 보면 흡사 오언율시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율시라고 할 수 없고, 고체시라고 봐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뜻을 보면,

 

민간 거리에 버려진 진주가 있으니,

그대의 주점 안에 마구 흩어져 있네.

천 장의 종이, 만 마디 말 속에,

글자마다 진실한 마음이 담겨 있네.

막걸리 한 모금에

그 감칠 맛이 평생을 함께 하니.

귀국해 한국 꿈이 나타날 때면

대들보에 가득한 저 시들을 다시 읽으리라.

 

형식이야 어떻든 그 진실된 감정이 시에 잘 나타나 있다. 특히 막걸리를 자기 나름대로 중국어 중에 발음이 비슷한 것을 모아 "馬高利(마가오리)"라고 한 것이 재치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