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부터 19일까지 2박3일 간의 일정 중
나는 18일 한라산 등반팀에 참가하였다.
정상까지 가는 사람으로 27명의 인원이 성판악에서부터 백록담까지 갔다가
내려올 때는 다시 원점회귀팀과 관음사쪽팀으로 나뉘었는데,
나는 그중 관음사쪽으로 내려왔었다.
날씨는 다행히 맑았지만 고산기후가 대부분 그렇듯 음청이 수시로 바뀌어
성판악에서부터 안개가 자욱한가 싶다가도 어느새 햇빛이 쨍쨍 났었다.
예정 시간은 왕복 8시간, 길이는 총 18.3km.
처음 오르는 한라산에 대한 기대와 코스에 대한 두려움에다
간밤의 늦은(대략 새벽 3시) 과음으로 인한 체력적 부담 등이
더욱 걱정으로 작용했다.
등산로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안내도.
그 거리를 보니 두려움이 더해진다.
처음에는 사진 찍을 여유도 없었다.
시작부터 모두들 발걸음을 재촉하기에
오로지 뒤처지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걸었다.
그러다 한두 사람씩 뒤로 처질 무렵,
비로소 여유가 생겼고, 이에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등산로 입구부터 진달래밭대피소까지 온산에 조릿대(산죽)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분출해 흐르던 용암이 급격이 식어 형성된 현무암들이 등산로의 주인처럼
등반 내내 등산객의 발바닥을 괴롭혔다.
위의 모습으로 인공물이 조금 가해진 등산로도 있었고,
이 사진처럼 거의 자연그대로의 돌들로 길을 낸 곳도 많았다.
완만한 경사가 때론 급해지기도 하고,
넓은 길이 때론 좁아지기도 하고...
이런 길이 대부분이다.
발을 디딜 곳 찾기가 어렵다.
두 시간 여 걸었을까, 멀리 정상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드디어 마지막 대피소에 도착했다.
진달래밭 대피소.
제법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출발,
이제 해발 1500미터를 지난다.
정상 바로 아래, 이제 1000미터만 더 가면 된다.
힘을 내자.
여기에서부터는 마치 구도자처럼
한발한발 내 심신의 모든 것을 실어서 천천히 옮긴다.
햇빛 쨍쨍하던 하늘에 갑자기 아래로부터
차가운 안개가 몰려와
어느새 사방의 시야가 막혀버린다.
진달래인가? 아니면 철쭉인가?
누구는 병꽃이라고 했다.
해발 1800미터, 아직도 고도를 150미터 더 높여야 한단다.
여기에서부터는 고도가 급히 높아지는 급한 경사길이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르기가 그리 쉽지가 않다.
저들도 나처럼 발걸음 떼기가 힘이 들겠지...
정상 아래로 초원 같은 풀밭 위로 여기저기 커다란 현무암들이 흩어져 있다.
그야말로 정상 등정 직전이다.
저기 먼저 올라간 사람은 나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까 내가 아래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하던 것과 같을까.
정상에 오니 사람들이 제법 많다.
사람들 뒤로 난간이 있는 곳 너머가 바로 백록담이다.
정상에 섰다.
이것으로 한반도의 남쪽 끝과 북쪽 끝인 한라산과 백두산의 정상을 모두 선 셈이다.
'토요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국 명산 산행기 모음 (0) | 2011.06.05 |
---|---|
[제천] 결코 작지도 동산도 아니었던 작은 동산 (0) | 2011.06.05 |
대한민국 최남단 수호산신 제주도 한라산2 (0) | 2011.04.20 |
대한민국 최남단 수호산신 제주도 한라산3 (0) | 2011.04.20 |
떠난 봄을 찾아나선 철쭉 명산 정선의 두위봉 (0) | 2011.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