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을 찾아나선 작은 동산>
때는 과거로 5년이나 거슬러 올라간 2006년.
11월 중순, 일요일 아침,
불현듯
계절에 무감한 우리 삶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때,
간단한 계획에 뒷산 가듯 찾아나선 제천의 작·은·동·산.
차창 밖 하늘 가득
고운 햇살이 부셔지고,
도로는 꾸겨진 허리띠처럼 S자를 쉴새없이 써대고,
길가엔 오래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
마지막 얼마남지 않은 단풍잎이 추위에 떨며 나무에 달려있었다.
평일처럼 썰렁한 교리 주차장
공기조차 한적한데
마침 관광버스에선 중년의 등산객들을 시끄럽게 쏟아내고
우리의 산행도 거기에서 시작되었다.
등산로 같잖은 울퉁불퉁 돌길을 따라
모처럼 함께 하는 우리의 웃음소리를 흘려놓고
길 양편 앙상한 나무들이
키 큰 비목처럼 늘어서서 우리 얘기를 듣고 있었다.
생명으로 무성하던 푸른 나무들은
쳐들어오는 한파에 죽은 나무처럼 위장하고
그래서
숲은 여름 내 감춰뒀던 제 속살을
깊숙한 곳까지 들어내고 있었다.
하늘이 걸린 앞길 저 끝
모래재가 눈앞에 걸쳐 있고
그 재를 경계로 큰 동산 작은 동산이 갈라져 있었다.
앞서가는 세민이와 혜림이는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지고
완만히 오르던 고도가 급히 늘어날 무렵
하늘이 눈앞으로 성큼 내려앉았다.
585미터 작은 동산 정상
표지판 옆엔 칼바위가 위태롭게 세워져 있고,
그 위에 아슬하게 입술 파란 아들이 떨고 있었다.
줄줄이 김밥, 족발, 국화주, 사과...
작은 동산 정상의 최고의 오찬.
어디선가 날아든 말벌 두 마리도 얼떨결에 술에 취하고
우리들도 그렇게 가을에 취해갔다.
능선을 따라 이어진 하산길
왼편으로는 미인봉, 학봉이 충주호로 뻗어 있고
오른편으로는 큰 동산이 계곡과 나란히 충주호로 빠져 들고 있다.
너무 흔해 오히려 신기하지 않은 기암괴송,
일망무제의 조망,
투명하게 푸른 하늘,
햇살에 얼음같이 반짝이는 충주호의 물,
그 물위에 길게 선을 그으며 떠가는 유람선,
탁 트인 가슴.
그리고
깎아지른 절벽,
그 위 너럭 바위로 고마운 햇살이 쏟아지고
지친 아이들이 다시 그 위로
젖은 빨래모양 몸을 눕혔다.
그렇게 우리는
2006년의 가을을 몸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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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제천 금성면 교리 작은 동산
일시: 11월 12일(일) 오전 10시-오후5시
참가자: 전 가족
코스: 교리주차장-서북계곡길-모래재-작은 동산-전망대-동남쪽 능선길로 하산하는 일주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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