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해가 갈수록 짧아지고,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더 바빠진다.
그래서 봄은 와도 봄을 느낄 여유는 갈수록 줄어들게 마련인가 보다.
계절은 벌써 오래 전에 여름으로 바뀌어 올해 봄은 마치 잃어버린 듯 한 아쉬움만 남는다.
금요일, 전국고등학생 구연대회 후의 회식 자리의 술로 몸은 또한번 만신창이가 되었고,
그래서 토요일은 산행도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휘익 지나가버렸다.
그러나 봄을 놓친 아쉬움은 영 내 곁을 떠나지 않으니,
唐나라 白居易의 시〈大林寺桃花〉를 떠올리며, 일요일 산을 찾는다.
人間四月芳菲盡, 山寺桃花始盛開. 長恨春歸無覓處, 不知轉入此中來.
낮은 곳에는 키 큰 침엽수로 하늘이 빽빽하고...
샘터에서 목을 축인 후 다시 출발...
주차장에서부터 정상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오르막, 경사는 완급의 차이가 있었지만...
능선에 올라서자 마치 지리산 장터목을 방불케하는 사람들, 한 개에 2천 원에 파는 아이스케키까지...
철축 군락지가 시작되는 곳, 내 등산 역사상 지리산과 설악산 및 서울 근교 산 빼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 산행은 없었던 것 같다는...
활짝 핀 것, 아직 봉오리 상태인 것, 이미 떨어진 것, 나무에 달린 채 시들어버린 것 등 모양도 가지가지...
흰 색에 가까운 연분홍색에서부터 피빛에 가까운 선홍색에 이르기까지 색깔도 가지가지였다는...
전형적인 초여름의 쾌청한 날씨라 파란 하늘, 약간의 흰 구름, 산 바탕색을 이루는 신록, 철쭉의 붉음...온통 현란한 색채의 향연.
수십 년 수백 년 묵은 고목에 올해 갓 피어난 꽃의 어울림...
정상 바로 아래 갈림길.
해마다 6월 초면 철쭉축제를 연다고 한다는데, 올해는 5월 23일가에 이미 열렸다고 한다.
강원도의 산악들, 그 장엄한 물결...
두위봉 정상. 산이 꽤나 높았다.
정상 부근에서부터 기슭에 이르기까지 푸른 단풍나무도 많이 보였다.
가을 단풍 산행지로도 괜찮을 듯...
철쭉 붉은 꽃 너머로 아스라이 산맥은 물결처럼 이어지고...
예쁘다, 사랑스럽다, 탐스럽다...
만개한 꽃들 속에 이제 막 봉오리를 맺은 너는 무엇이더냐? 나처럼 수줍음이 많아서더냐?
자작나무가 유난히 많은 곳, 껍질은 종이로 쓰도 될 정도...
신기하다 못해 징그럽기까지 하다.
힘든 산행 수고했습니다.
병에 든 얼린 물이 아직 차갑네.
집 출발 9:00
두위봉 주차장 도착 10:30
정상 12:10
하산 시작 13:00
주차장 도착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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