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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행기

등산종합선물세트인 괴산의 마분봉 악휘봉

by 유경재 2011. 4. 20.

시골 낙향 계획이 셉의 일 때문에 무산되고, 학교에나 갈까 하다가 모처럼 혬과 함께 세 사람이 산행을 하기로 했다.

아침 일찍부터 늦었다고 하는 셉을 터미널까지 데려다 전송해준후 아침 식사하고, 그리고 인터넷을 검색해 가까운 괴산 쪽의 악휘봉을 산행지로 정하고 집을 나섰다.

 

코스는 괴산 입석마을-Y자형 갈림길-집바위-은티마을,입석마을, 마분봉, 악휘봉 갈림길 능선 고개-마분봉-다시 갈림길 능선고개-악휘봉-Y자형갈림길-입석마을이다.

총 소요 시간은 산행들머리에서 산행개시 시간이 대략 오전 11시이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시간이 대략 오후 6시이니까 총 7시간이 소요된 셈이다.

 

이는 보통때 우리 두 사람이 산행하는 것보다 대략 1시간 30분 정도 더 소요된 것으로, 그 이유는 아마 모처럼 높은 산을 찾은 혬의 영향이 컸으리라.

 

날씨는 예보에 따르면 서쪽으로부터 다시 장마전선이 활성화되어 비가 올 것이라고 하는데, 하늘은 잔뜩 찌푸리고 있었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다.

 

네비게이션을 따라 가다보니 입석마을은 새로 고가 인터체인지 공사가 한창인 한적한 동네였다.

마을 안에 주차해 두고 조금 오르니 이렇게 사과과수원 곁을 지나가게 되어 있었다.

 

조금 올라가면(길이 헷갈릴 경우 무조건 왼쪽길을 타다가) 여기에서는 오른쪽 길을 타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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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자형 갈림길이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다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 왼쪽으로 올랐다가 오른쪽으로 내려온다고 한다. 우리 역시 그 방법을 택했다. 내려오면서 보니 왼쪽과 오른쪽 길 모두 계곡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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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등산로를 따라 계곡이 있었으나 수량은 매우 적었다. 게다가 주변의 키큰 나무들 때문에 가뜩이나 흐린 날씨에 어두컴컴하였다. 또 습도가 높아서 그런지 하루살이들이 오르는 길 내내 얼굴 주변을 맴돌려 괴롭혔다. 빨리 능선에 올라서면 괜찮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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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능선에 올랐다. 콩죽 같이 흘리던 땀이 여기에서는 시원하게 불어오는 습기찬 바람 때문에 금방 식어버렸다.

누군가 마분봉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쳐놓았는데, 실재로 다녀와보니 왕복 50분 정도 소요되는 것 같았다.

혬은 계속 악휘봉쪽으로 가자고 했지만 언제 또 다시 여기에 올 지 모르니 두 곳 다 가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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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분봉 쪽으로 가다가 만난 기묘한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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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길이라 그런지 곳곳에 이런 로프 암벽 구간이 있었다.

혬은 언제 지쳤냐는 듯이 재빠르게 앞장을 서서 능숙하게 올라갔다.

혬 자칭 왈 "나는 암벽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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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고사목도 많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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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분봉 정상 바로 직전의 바위. 인터넷 자료에 따르면 "UFO바위"라고 하는데, 혹시 마분봉의 한자가 여기에서 오지나 않았을까란 생각이 든다. 바로 "馬糞峰"(말똥봉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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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분봉 정상의 표지판들. 여기에서 악휘봉까지는 100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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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분봉 정상 표지석.

사진에는 볼 수 없지만 안개가 주변에 자욱히 끼어들며 피부를 차고 축축하게 했다.

우리는 마분봉 곁 넙적한 바위 하나를 택해 그 위해서 모처럼 진수성찬(과일, 떡, 김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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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휘봉 가는 길에 만난 바위위의 돌탑. 돌 몇 개를 쌓으면서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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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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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돌, 입석이라고 하는 바위. 아랫마을의 명칭이 유래된 바위이기도 하다.

얼핏 보아 신풍리에서 조령산 오를 때 본 촛대바위와 비슷하나, 촛대바위는 더 크고 더 단단했었는데, 이 바위는 많이 손상되어 있어, 조만간 허물어져 내릴 것만 같아 보였다.

오랜 역사를 지켜오면서 조금씩 부식되어 간 것이리라. 그래서 더 정이 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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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휘봉은 전체가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져 있었다. 악희봉이라고 씌어져 있는 표지석이 넙적한 돌 하나를 모자처럼 쓰고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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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휘봉에서의 조망은 전국 그 어느 산에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동으로 월악영봉, 조령산, 주흘산, 가까이로는 백화산, 희양산, 서로는 칠보산 등이 마치 악휘봉을 중심으로 수많은 동심원을 그리듯 물결치고 있었다. 날씨는 이제 완전히 개인 상태.

얼핏얼핏 햇님도 구름 속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게다가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오니 등산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날씨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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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다른 한 쪽에는 이렇게 상석 모양의 새로운 정상석이 세워져 있었다.

여기에서부터 계속 서쪽으로 가면 덕가산이 나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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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산하는 길. 서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면 맞은 편에 저렇게 큰 바위가 나타나는데 저곳을 세미클라이밍으로 로프를 잡고 올라야 한다. 아스라이 로프가 보이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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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휘봉 아래 암벽, 그 중간 쯤에서 위를 올려다 보며 찍었다.

 

내려오는 길은 덕가산 가는 길에서 오른쪽인데 그 지점에 표지판이 없기 때문에 주위를 잘 보면서 주의를 기울이며 하산해야 한다.

하산을 시작할 무렵에는 하늘이 온통 파랗기까지 하였고, 산 아랫쪽에는 매미들이 소리 높여 합창을 하고, 눈 앞에는 잠자리들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 날며 좋은 날씨를 맘껏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Y자 갈림길을 조금 지났을 때 갑자기 주위에 폭포소리가 세차게 들리더니만 하늘에서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비닐봉투 하나에 휴대폰 등을 넣어 묶은 뒤 한껏 비를 맞았다.

비를 맞으면서도 즐거운 날이었다.

차에 도착하니 빗방울이 조금 가늘어졌다. 비를 맞은 혬의 모습.

 

 

 

이날 등산은 정말 우리 나라 여름 산행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한 듯 하였다.

바위도 있고, 계곡도 있고, 흙길도 있고, 흐리기도 하고, 안개 자욱하기도 하고, 쾌청하기도 하고, 비도 내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