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비는 오지 않고 무더위만 계속되고 있다.
아침식사 후 급히 인터넷을 뒤지다가 원주와 제천 경계에 있는 십자봉을 선택했다. 아이들은 놀토가 아니니 당연히 동행하지 못한 것.
집을 나서 김밥 두 줄과 막걸리 작은 것 한 병, 순대 1인분을 사서 목적지로 향했다.
산행 들머리는 충주에서 원주를 들어서서 큰양안치재의 매지휴게소 맞은편이었다.
이 길을 운행한 지는 2년이 훨씬 넘은 것 같은데, 충주를 넘어가니 예전부터 공사중이던 자동차전용도로가 일부이긴 하지만 시원스레 뚫려 있어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다.
매지 휴게소 맞은 편 임도 입구가 바로 오늘 등산의 출발지다.
이미 두 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등산로는 임도가 아니라 주차되어 있는 곳의 오른편 산쪽이다.
산으로 들어서자 마자 활짝 핀 고사리가 낙엽이 곱게 깔려있는 땅 위에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이어 키가 쭉쭉 뻗은 잣나무 숲이 우리를 반겼다.
곧바로 오르막을 제법 숨차게 한참을 타니 처름으로 헬기장이 나타났다.
길은 계속 가파른 오르막길, 한참을 그렇게 오르니 767미터 표시석이 나타났다.
아래쪽은 육산이건만 위로 접근할수록 이렇게 바위도 나타나고,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린 신비롭기만 소나무들도 보였다. 어찌 저렇게 긴 세월을 버텨왔을까...
길을 가다가 문득 앞에 밥상처럼 넙적한 바위도 나타난다.
두 명 정도는 저 위에서 충분히 앉아 식사할 정도이다.
사람은 눈에 띄지 않고, 하늘은 곧 비라도 뿌릴 듯 짙게 흐려있는데, 길에는 이렇게 멧돼지인지 무슨 야생 동물의 흔적이 있다.
약간은 으시시한 기분마저 든다.
한참을 가다 중년의 남자 등산객들을 만났다. 그들은 서울에서 아침일찍 출발했었다고 하는데 가짜 십자봉까지 갔다가 먹을 것도 떨어지고 지쳐서 천은사 쪽으로 내려가려고 하던 참이라고 하면서 우리에게 길을 물었다.
그러나 우리인들 알 리가 있겠는가?
대충 내려가는 방향에서 왼쪽길이란 것밖에는...
그들과 헤어진 후 한참을 오르니 이러한 표시가 있다. 아마도 천은사 계곡 방향이리라.
우리도 이젠 지쳐갈 무렵, 눈앞에 더 높은 봉우리는 없다고 생각될 무렵에 나타난 반가운 봉우리.
그러나 정상석 대신에 이렇게 돌탑 같은 돌무더기와 이정표만 있다.
이것이 바로 가짜 십자봉이렸다. 십자봉까지는 아직도 1.5km를 더 가야 한다니...
우리는 이곳에서 늦은 점심 식사를 했다.
그리고 정상을 밟을 지에 대해 약간은 고민을 하다가 오늘 아니면 언제 다시 오겠냐는 생각에 끝까지 가기로 했다.
진짜 십자봉은 가짜에서 대략 40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그러나 해발 높이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가는 동중 비교적 젊은 부부 등산객을 만났는데, 그들은 길가에서 한창 무엇인가를 캐고 있었는데, 산더덕이라고 하면서 우리에게도 그 생김새를 설명해주면서 캐 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 산은 고사리, 취나물, 더덕, 참나물, 곤드레 등등 지천으로 널려 있다고 한다.
내년 봄에는 꼭 다시 와야겠가고 생각했다.
내려올 때는 다시 가짜 십자봉에 와서 힘들게 가져갔던 막걸리를 마시면서 조금 쉬었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내린다.
서둘러 짐을 챙겨 내려오는데, 한참 내려오다 보니 어째 길이 낯설다.
풀이 우거진 이런 헬기장은 지난 적이 없는데...
스틱 끝의 나침반으로 방향을 보니 서쪽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길이 정반대 방향이었다.
이 길은 바로 제천의 백운산 쪽인데...어쩌나?
바로 오던 길로 돌아서서 길을 재촉했다.
아마도 30분은 족히 잘못된 길로 왔으니 되돌아가는 시간까지 합하면 1시간은 더 지체될 것 같았다.
바로 여기로구나. 올라갈 때 왼쪽 길로 접어든 바람에 내려올 때도 왼쪽길로 가다가 그만 그쪽으로 내리 이어진 길을 타고 말았었구나.
뿌리던 빗방울은 어느새 멈추었고, 우린 올라갈 때 보아두었던 이정표도 없는 천은사쪽 계곡을 짐작으로 정하고 부지런히 하산하였다.
조금 후 반가운 계곡 물 소리, 이렇게 계곡이 나타났다.
분명하다. 이곳은 천은사 계곡이 아닐 수가 없을 것이다.
이 계곡은 흡사 월악산 만수계곡의 축소판 같았다.
축소판이다 보니 계곡크기는 물론 수량도 더 적었다.
그러나 아쉬운대로 여름 한더위는 피할 곳으로의 역할은 충분히 할 듯 보였다.
계곡 아래쪽으로 갈수록 수량은 조금 더 많아지고.
저 작은 바위도 의지라고 이끼와 나무와 풀들이 옹기종기 생명을 붙이고 살고 있다.
드디어 나타난 절, 천은사. 대웅전 마당의 연등이 요란하다.
정문 앞의 돌 불상은 중국에서 자주 봤던 그 배불뚝이 불상이 아닌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진다.
절 아래 계곡 입구 쪽 상가.
이곳은 시에서 인정한 마을 단위의 관광지인 모양이다.
원주 시민과 기타 시민을 차별하고 있었다.
충주-원주 도로까지 나와서 다시 차도를 걸어 주차해 두었던 매지 휴게소 쪽으로 향했다.
대략 1.3km. 20여 분을 걸었 차에 도착했다.
너무도 피곤한 하루였다. 장장 7시간이 소요된 대산행이었다.
'토요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떠난 봄을 찾아나선 철쭉 명산 정선의 두위봉 (0) | 2011.04.20 |
---|---|
등산종합선물세트인 괴산의 마분봉 악휘봉 (0) | 2011.04.20 |
조령산과 신선암봉 (0) | 2011.04.20 |
만만찮았던 괴산 군자산(2008) (0) | 2011.04.20 |
안개 속에 비는 내리고...원주 감악산(2009) (0) | 2011.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