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맞은 황금 연휴, 현충일을 포함해 3일 연휴.
아이들을 데리고 시골에라도 다녀올 계획이었는데,
막상 세비가 내려와 이야기를 꺼내니, 시험과 숙제가 많아 시간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때까지 조용하던 세민이와 혜림이도 덩달아 친구들과 농구경기가 있다느지, 수행평가를 비롯해 숙제가 너무 많다느니 하면서
시골에 가는 데 난색을 표현했다.
좀 설득하다 안되겠다 싶어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어느덧 아이들이 이렇게 커버렸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어쩌랴?
나에겐 재충전의 절호의 기회인데, 아이들 뒷바라지하며 방안에서만 뒹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다음 날 아내를 설득하여 가까운 산이라도 다녀오기로 했다.
그러나 아침부터 할 일이 많아 이것저것 급히 챙겨놓고 막상 출발하려고 하니 12시가 다 되었다.
적당한 산이 생각나지 않아 그동안 늘 계획만 하다가 그만 둔 괴산군 쌍곡계곡의 군자산을 택하기로 했다.
점심은 하산한 후 적당하게 때우기로 하고.
출발에 앞서 네비게이션으로 확인해 보니 집에서 40여 Km, 대략 30여 분 걸리는 곳에 있었다.
쌍곡계곡 입구, 예전 같으면 국립공원 입장료를 징수하는 곳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었다.
입구에서 멀지 않은 소금강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등산을 시작하였다. 그 시각이 12시 30분 정도.
계곡을 사이에 두고 이쪽은 군자산, 맞은편 쪽은 보배산과 칠보산이 자리하여, 마치 송계계곡을 사이에 두고 월악산과 북바위산이 있는 것과 같은 형국이었다. 그만큼 꾸준히 오르막길이 계속되고 있었다.
처음으로 맞은 전망대 같은 곳.
주차장엔 승용차가 10여 대 있었는데, 사람들은 통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우리가 늦게 산행을 시작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소금강쪽 계곡을 내려다보면서... 암벽으로 이뤄진 절벽과 소나무들...
이정표가 없어 거리를 가늠하기 어려워 답답해 하던 차에 첨으로 만난 이정표. 그만큼 반가왔다.
그러나 힘들게 올라왔었건만 아직 반 정도밖에 오지 못했다고 하여 약간은 실망.
평탄하게 생각되던 길은 급기야 이렇게 급경사로 좁아지기 시작했다.
급경사길에 등산화에 의해 속을 다 드러낸 나무들의 뿌리, 애처럽다. 중국의 등산길은 아예 철저히 돌이든 시멘트로든 포장을 해서 나무를 다치지 않게 하고 있다. 게다가 산이란 산엔 대개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포장된 등산로 외의 모든 자연은 완벽히 보존되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가 케이블카나 등산로 포장을 이야기하면 환경운동자들이 어떻게 나올까.
그들이 정말 자연을 사랑하기나 하는 걸까?
자꾸 높아갈수록 경사가 급해지고 그에 따라 이런 인공구조물이 길게 이어져 있다.
그런데 이런 사소한 구조물조차 자연은 생각지도 않고 설치하고 있다.
저 사이에 낀 불쌍한 소나무, 우리 인간들이 과연 저렇게 괴롭힐 권리가 있는가?
매번 느끼는 건 이 지역 충청권의 산에는 산꼭대기 주변까지, 전체 능선을 통틀어 이렇게 우람한 소나무들이 씩씩하게 그 기상을 뽐매며 오랜 역사를 견뎌오고 있다는 것이다.
잠시 숨을 고르며 올라오던 아래로 내려다보니 문경으로 넘어가는 쌍곡계곡의 길이 보인다.
줄기가 특이한 소나무가 있었다.
드디어 목적지인 군자산 정상. 당초 1-2시간이면 도착하라란 생각은 크게 빗나갔다. 2시간 반이 걸린 계속된 오르막길이었다.
높이도 근래에 오른 산 중에는 가장 높다. 월악산이 1092미터이니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할까.
그러나 정상은 주위의 잡목들 때문에 전망이 그리 좋지 않았다.
사진 한두 장 찍고 서둘러 하산을 재촉했다.
하산은 남쪽 능선을 타고 작은군자산(또는 남군자산)으로 가다가 중간쯤에서 도마골로 내려서는 길을 택했다.
길이는 총 4Km, 역시 만만찮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짐작되었다.
정상 바로 밑에 전망이 트인 곳에서 물을 마시며 잠시 쉬어간다.
앞으로 보이는 능선이 오른쪽으로 꺾이는 삼거리쯤이 아마도 도마골로 내려가는 갈림길일 것이다.
능선 중간에 바위가 있어 다시 잠시 쉬어 간다.
우거진 산림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바위와 산
다행히 삼거리 능선꼭대기를 오르기 직전에 이런 반가운 이정표를 만났다.
이제부터는 내리막이다.
그런데 그 내리막이 결코 순탄치 않다는 것은 금방 알게 되었다.
이렇게 깨진 바위들이 너덜을 이룬 너덜지대가 하산이 끝날 때까지 지속될 줄이야.
지친 다리, 아픈 발바닥이 바위를 디디니, 바위는 그 충격을 그대로 내몸에 되돌려준다.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아니다, 지금부터는 마치 국토도보 여행을 하듯 쌍곡계곡을 끼고 난 도로를 따라 입구쪽 소금강주차장을 향해 1시간 가량 걸어야 한다. 힘을 내자.
얼떨결이었지만 벼루고 벼루었던 군자산 등산을 잘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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