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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행기

안개 속에 비는 내리고...원주 감악산(2009)

by 유경재 2011. 4. 20.

 5월이라, 각종 행사가 연이어지면서, 그에 따라 잦은 술자리로

심신이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16일은 등산을 하기로 했었는데, 안타깝게도 비로 인해 포기해야만 했었다.

그러나 일요일에도 비소식은 있었고,

아침부터 약한 비가 계속 내렸지만은 우의를 챙겨서 아내와 함께 작년에 가려다 산불로 입산통제되어

가지 못했던 제천, 원주의 감악산으로 향했다.

아내는 썩 기분이 내키진 않는 모양이었지만.

 

네비로 황둔마을을 찍고 가는데, 거의 다 도착할 무렵 만남의 광장이란 휴게소가 나타났다.

바로 이곳이다. 여기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집에서 이곳까지는 대략 한 시간 정도 소요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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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의를 껴입고 짐을 단도리하여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입구부터 계곡이 장관이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수량도 매우 많았고,

안개와 비 때문인지 마치 원시림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여름에 꼭 다시 한번 와야지... 

 

 그칠 것 같던 비는 꾸준히 부슬부슬 내리고,

사위는 안개로 뿌옇게 몸을 숨기고 있었다.

비오는 날의 산행의 묘미를 조금씩 체감하기 시작했다.

 

코스는 만남의 광장-마당바위-정상-백련사-만남의 광장으로 잡았다. 

처음 계곡을 따라 평탄하게 갈 때는 몰랐는데,

조금 더 올라가다 보니 경사가 급해지고, 간간이 바위코스도 나타났다.

등산하면서 늘 느낀 것은 아무리 하찮은 산이라도 대개는 깔딱고개라고 불리는

힘든 코스가 있게 마련이란 것.

산에 따라 그 코스가 얼마나 긴가의 차이가 있을 뿐.

그렇다면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어느 인생인들 깔딱고개가 없는 인생이 있겠는가.

그 고개를 힘들다고 포기한다면 어떻게 목적지 정상에 오를 것이며,

어찌 제가 바라는 삶을 살 수 있으랴.

 

마당바위 부근인가. 고사목이 곳곳에 눈에 띈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죽어서도 몸을 누이지 못하는 것일까.

 

그칠 것 같던 비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굵기가 더해졌다.

사방이 안개로 자욱하니 마치 [우화이등선]하는 느낌이 든다.

 

 

큰 바위 얼굴인가.

코는 또 왜 저리 우뚝한가.

 

 드뎌 도착한 감악산 정상.

정상석 바로 옆에 수많은 소원을 담은 돌들이 탑을 이루고 있었다.

산 아래 철쭉은 다 졌건만 이곳은 이제 절정이다.

 

감악산 정상.

정상을 밟지 않으면 늘 뭔가 허전하다.

등산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요즘은 언저리 산행도 유행한다고는 하지만...

 

내려오는 길은 백련사쪽으로...

그길 역시 그렇게 만만치는 않았다.

예로부터 [악]자가 든 산치고 험하지 않은 산이 없다 했거늘.

설악산, 치악산, 관악산...

 

백련사란다.

신라 때 창건된 절.

안개 속에 뭍혀 있는 절집의 풍경이 이채롭다.

너무 아름답다. 고혹적이다.

 

대문이다.

특이하다.

마치 천국으로 드는 문인가 싶었다.

 

자그마한 규모의 절집, 그 안마당.

탑과 붉은 연등, 처마 끝의 풍경, 그것을 감싸고 있는 안개.

고즈넉하기 그지 없다. 

 

정말 여름이 되면 다시 한번 피서산행을 와야 겠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계곡.

 

대략 네 시간의 산행이 끝났다.

아내도 출발할 때에 비해 기분이 한결 나아진 것 같아 보였다.

점심을 준비해가지 않아 배가 고프단 걸 비로소 느꼈다.

계곡 입구에 펜션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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