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때보다는 약간 늦은 출근길, 어제까지만 해도 영동지역에 눈이 내릴 정도로
봄날씨 치고는 추운 날씨였는데, 오늘은 햇빛이 화사하고도 포근하게 비추는 상쾌한 날씨다.
차를 타고 오는 내내 며칠 전과는 완연히 다른 길가의 풍경들이 내 시선을 사로잡아
주행속도가 그만큼 늦어졌고, 또 그만큼 위험한 운전이 되었다.
겨울 내내 변함없던 무채색의 풍경들이
단 몇 주(대략 10일 정도)만에 이렇게 온갖 생명의 빛을 연출하기 시작하다니,
자연의 신비가 거저 놀랍기만 할 뿐이다.
탄금다리를 건너 달천의 둑방길에 조성된 여린 꽃잔디도,
지난 겨울 강추위에 모두 얼어죽었던 것 같이 보였었건만
지난 주말부터 조금씩 꽃을 피우기 시작하더니 오늘은 그 숫자가 훌쩍 많아졌다.
차를 길가에 멈추고 차 안에서 핸드폰으로 사진에 담아본다.
이렇게 길게도 담아보고,
당겨서 담아보기도 하지만,
못내 성에 차지 않아 삼거리 안전지대에 차를 세워 두고 내려서 가까이 가서 찍어본다.
아직 향기가 그렇게 진하지는 않다.
그러나 며칠만 더 지나면 게으른 잔디마저 모두 꽃을 피울 것이고,
그때가 되면 이길은 꽃잔디 향기가 진동할 것이다.
꽃잔디길이 끝나는 곳에 아직은 성숙하지 않은 벚꽃길이 나를 맞는다.
충주대학교 앞에서부터 길게 이어져 있는 이 벚꽃길,
아직은 수안보나 충주댐의 벚나무만큼이야 못하지만
아마도 몇 년 지나면 이들도 우로에 성큼 성장하여 조만간 이 길도 봄이 되면
벚꽃을 감상하려는 상춘객들로 붐비게 될 것이다.
강 풍경, 그리고 학교, 어쩌면 다른 곳보다 더 찾게 될 명소가 될 지도 모르겠다.
벚꽃에 빠져 또 몇 분을 지체하다가
학교 동문으로 들어선다.
동문 오르막 끝자락 쯤에서 백목련 자목련들이 만개하여 또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누가 인위적으로 심은 것인지 아니면 자생인지 모르지만 목련이 보이는 너머 숲속까지 제법 큰 군락을 이루고 있다.
백목련은 만개 상태인데, 자목련은 아직 봉오리를 펼치지 못한 게 많이 보인다.
백목련 자목련이 마치 금슬 좋은 부부처럼 좌우로 나란히 서 있다.
부근의 버들가지도 한창 움을 틔우고 있다.
무채색에서 녹색으로 변하기 시작하는 산야.
출근길, 짧은 시간의 한바탕 봄구경, 아쉽지만 주말을 기약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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