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연휴의 중간이다.
본래는 상하이에서 휴일을 보낼 생각이었는데, 경비나 불요불급한 한가로움이 너무 사치스럽게 생각되어
결국 계획만 짜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충실히 근무하기 위해 보통 때보다도 더 이른 아침에 출근하니 출근길 두 눈 가득,
5월 6일의 대지는 온통 신록으로 넘실거리고 있었다.
일기예보상으로는 오후에 가끔 비(60%)라고 하는데, 아직은 흐리기만 할 뿐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다.
매년 이맘때, 아니 계절이 바뀔 때마다 대지는 색채의 전쟁이 한바탕 치뤄진다는 느낌이다.
겨우내, 봄까지도 겨울색이라고 할 수 있는 무채색 회색 일변의 대지가 3월 하순부터 개나리, 진달래에 의해
봄색의 공격을 받기 시작하더니, 4월 하순부터는 이의 기세에 힘입은 초록색 계열이 대거 겨울색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렇듯 약하게만 보이던 초록색은 연두색에서 조금씩 짙어져가면서 제 영역을 넓혀가더니
5월 초순의 대지는 거의 초록색이 점령해버린 듯 하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생명력이 질긴 겨울무채색군도 대지 여기저기에서 끈질기게 저항하고 있다.
무채색에 맞서는 이른바 유채색군 중의 낭자군이라고 할까 붉은색 계열 또한 우군인 초록색의 공격에 힘입어
신이 난 듯 곳곳을 점령하고 화려한 모습을 뽐내고 있다.
한반도의 5월 초순은 이렇듯, 겨울 죽은 무채색이 점령한 대지를 봄이 지나면서 점차 생기 가득한 유채색이 공격하기 시작하여 마침내는 완전한 생명의 색채가 점령해가는 그야말로 치열한 색채의 전쟁이 치뤄지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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