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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맛집

[충주맛집] 논현 바지락칼국수집

by 유경재 2011. 4. 18.

 일요일, 짧았지만 일개 서생에게는 너무도 힘들었던 농사일을 끝낸 후,

뭐랄까 보람이란 걸 느껴서일까, 몸은 고단한데도 정신은 더없이 즐거웠기에,

내친김에 음주시를 짓던 정절선생을 어설프게나마 흉내내느라 일요일조차 술에서 해방되지 못했었다.

 

그리고 오늘 속을 풀기 위해 찾은 곳은 바로 바지락칼국수로 유명한 칠금동의 논현동칼국수집이다.

이 집은 충주 입성 초기, 시청 앞 가야면옥과 전자랜드 건물의 유가네칼국수가 바지락칼국수로 한창 성가를 올리던 때에

조용히 저렴한 가격과 바지락쑥칼국수란 메뉴로 개업을 하여 몇 년 간은 지독히도 손님들이 찾지 않았던 곳이었다.

가야면옥이 점심시간에 자리가 없을 정도라면 이 집은 점심시간에도 손님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내가 보기에는 맛에 있어서 조금도 뒤지지 않았었고, 가격도 훨씬 저렴했고,

더욱 주차도 너무 편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찾지 않은 이유가 도대체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기를 수 년, 몇 해 전부터 드디어 이곳에도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여

요즘은 점심시간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붐비는 장사 잘 되는 식당의 반열에 올랐다.

 

이런 집을 보노라면 경쟁력만 갖추었다면 좌절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초지일관 꾸준하게 해나간다면

반드시 성공을 맛볼 수 있다는 게 진리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진리가 어디 식당에만 적용되겠는가. 

 

늘 보던 간판이건만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조금은 낯설기조차 하다.

"자연산 바지락으로 만든 수타식 칼국수"도 그렇고, "논현동칼국수충주점"도 그렇다.

 

식당 바로 앞이 바로 옛날 씨마트 주차장이다.

그런데 지금은 씨마트가 없어지고 주차장은 무료로 개방되어 있다.

주변 주차공간은 넉넉하다.

씨마트 하니까 생각나는데, 이마트나 롯데마트가 생기기 전,

충주에서 가장 큰 마트로서 충주 입성 초기 얼마간 자주 이용했던 곳이다.

그런데 이마트의 등장과 함께 부도로 도산되어 사라졌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 건물이 여러 개의 상가로 쪼개진 가운데 그 일부를 여전히 씨마트란 이름으로  중대형 슈퍼마켓이 운영되고 있다. 

 

그렇게 자주 찾았던 단골이었음에도 이렇게 블로그 포스팅을 위해 명함을 보니 새롭다.

안면도의 살아있는 바지락이 기본 재료이니, 숙취에는 그만이다.

 

 

일요일에 갈 때는 휴일 여부를 확인하고 갈 것.

 

점심시간을 넘긴 시간에 찾았으니,

이제 막 손님들의 흔적이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주방쪽 모습이다.

전에 손님이 적었을 때는 젊은 주인 내외가 요리하고 서빙하는 것을 도맡아했었는데,

요즘은 서빙하는 종업원을 따로 두고 있다.

 

작년 어느때까지도 4500원이었는데, 500원이 인상되었다.

그러나 바지락 칼국수란 점에서 그마저도 아직은 저렴한 편에 속한다. 

 

반찬은 이렇게 항아리째 나오는 김치가 전부인데,

이것을 먹을 만큼 손님들이 알아서 꺼내 먹으면 된다.

특히 김치가 아삭거리는 게 맛있다고 소문이 나 있다.

 

2인분의 쑥칼국수.

늘 느끼는 것은 양이 꽤나 많다는 점이다.

 

얼큰하게 먹으려고 다진 양념과 고추를 미리 푼다.

 

바지락이 먹음직스럽다.

 

먹을 땐 이렇게 각자 덜어서 먹으면 되고.

 

2인분에서 나온 바지락 껍질.

 

이 집은 칼국수뿐 아니라 왕만두도 맛이 괜찮다.

대개 칼국수와 왕만두를 같이 주문하면 먼저 왕만두가 나오고, 다 먹어갈 때 쯤 칼국수가 나온다.

3-4인이 간다면 왕만두 1인분에 칼국수 2-3인분을 먹으면 충분한 양이 될 듯 하다.

윤기가 차르르 흐르는 왕만두.

 

반을 가르자 속에서 진한 부추향이 바깥으로 순식간에 퍼져나온다.

 

학교로 들어오는 길, 동문 오르막 끝자락에 이제 막 성개한 백목련 자목련이 눈길을 확 잡아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