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새학기가 개학하고 처음으로 맞는 주말이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낮부터 꽃샘추위가 풀린다고 한다.
집에 박혀 있다가 보면 하루가 쏜살같이 빨리 지나갈 게 분명하다.
그래서 내자에게 나들이를 청하니 흔쾌히 승낙한다.
어제 새해 첫 라운딩으로 삐끗한 허리 때문에 등산은 어려울 것 같고,
주변에 어디 지금까지 안가본 데를 가기 위해 여러 의견을 나눈다.
그런 끝에 최근 우리옷 만들길 진로를 굳힌 내자가 그 일환의 하나로
문경의 천연염색 공방 하나를 가보자고 한다.
나는 내심 크게 내키지는 않았지만 아직 천연염색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이 다름 없기에
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고, 또 그곳을 나와 문경이나 상주 쪽으로 여행을 할 생각에 가 보기로 했다.
이미 인터넷으로 조사를 끝낸 내자가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고 보니,
새재입구 들어가는 길에서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 바로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너와지붕 같은 지붕의 한옥이 보이는데, 이곳이 한복 전시실이다.
그런데 문이 잠겨져 있고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주차장 왼편 밭에는 감물 초벌 염색한 허연 천들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대문을 지나 마당으로 들어선다.
역시 조용하다.
그런데 한옥이 멋스럽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주인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이 집이 조경관련 잡지나 여성지 등에
아름다운 한옥으로 여러 차례 소개된 유명한 집이라고 했다.
마당의 빨랫줄에도 염색한 옷이 걸려 있다.
나즈막한 기와담장 너머로 마을 입구의 큰 느티나무가 보인다.
그리고 그 너머로 내륙고속도로 보인다. 전망도 좋다.
주인이 계신가 불러보니 안방에서 두건을 쓴 아주머니 한 분이 반갑게 맞아준다.
그분이 바로 누비진의 사장님.
우리 내외를 바깥채라고 할 수 있는 전시실도 초대한다.
대부분은 천연재료로 염색한 옷이라고 한다.
천연염색의 색채가 이렇게 선명하고도 다양할 줄은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본인은 본래 과학교사였었는데,
염색에 빠져 퇴직하고 이렇게 전문적인 직업으로 삼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부산의 신라대학교에서 전문가 교수분에게 배우고 있다고 하며,
올해 과정이 끝나면 내년부터는 여기에서 염색 강좌도 개설할 계획이라고 했다.
꽤 큰 규모의 여러 전시회도 가졌고, 제작한 한복은 비교적 재력이 있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본인은 단지 염색만 하는데,
나머지 과정인 재단이나 바느질은 외부 전문가에게 맡긴다고 한다.
전시실.
전시실 옆 응접실 벽에 걸려있는 가족 모델.
우리는 그 응접실에서 입담 좋은 사장님의 이야기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듣고 있었다.
덕분에 염색과 우리옷에 대한 초보적인 이해를 갖출 수 있었다.
나는 그렇거니와 내자 또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두어 시간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니 어느 새 점심 때가 훌쩍 지나고 있었다.
재회를 기약하며 공방을 빠져 나와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 문경읍내 쪽으로 향했다.
물론 새재 앞의 식당가를 찾을 수도 있었지만 거긴 왠지 모여드는 관광객에 의해 지나치게
상업화된 것 같아 싫었기 때문에 시골 읍내의 토속적인 맛집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여행 본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국 오일장과 그 특산물 (0) | 2011.04.20 |
---|---|
2009년 여름 제주도 풍경 약간 (0) | 2011.04.20 |
박정희 대통령 하숙집: 청운각 (0) | 2011.03.06 |
폭설과의 지독한 인연 (0) | 2011.02.12 |
경주 남산(금오산)2 (0) | 2011.0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