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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문화의 발원지 서주 체류기

[다시 찾은 중국] : 멈춰버린 3년 반의 시간

by 유경재 2023. 8. 25.

2020년 1월 29일, 중국 우한발 코로나를 피해 잠시 귀국한다는 게 이후 팬데믹으로 인해 서주의 숙소와는 그 사이 완전히 단절되어 버렸었다.
올해 4월부터인가 중국비자 발급이 재개된 것을 계기로
이번 여름방학을 이용해 중국을 방문할 계획을 일찌감치 세우고 차근차근 준비했었다.
이번 중국 방문은 여행이라기보다는 서주 강소건축대학의 숙소에 있는 나의 짐(노트북, 책, 옷가지 등)을 철수하는 게 목적이다.
3년 반이란 긴 시간 동안 나의 숙소는 그대로일까.
나의 짐들은 무사할까.
 
비록 비자발급은 재개되었지만
까다로운 비자신청서 작성, 열 손가락 지문을 위한 비자서비스센터 직접 방문 등 그 절차가 여간 번거롭지가 않다.
비자신청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간적 여유가 있는 항공권 예매와 숙소 예약이 필수다.
 
그리고 중국비자서비스센터 사이트에 접속하여 10쪽에 달하는 비자신청서를 작성하고, 비자센터 방문 일자와 시간을 예약한다.
예약된 날짜와 시간(6월 28일 09:00)에 맞춰 일찌감치 8시경 비자센터에 도착하니 벌써 줄이 장사진이다.
구불구불 중첩된 줄 틈에서 2시간 이상 기다려 복잡한 과정을 거쳐 오전시간을 거의 다 소비한 끝에 비자 신청 완료.
그런데 문제는 집에 도착한 이틀 후 약간 감기 기운이 있었다.
혹시나 싶어 약국에 가서 진단키트를 사서 검사하니 아니나 다를까 양성이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당시 비자센터를 방문한 사람들 하나하나를 보면 모두다 어렵게 예약한 그 시간에 코로나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었지 않을까. 다행인 것은 처음 감염된 코로나 치고는 가볍게 넘어가 주었다는 것이다.
나중에 비자가 찍힌 여권을 찾아서 드디어 출국날만을 기다린다.
 
서주를 가기 위해 김포공항 - 상하이의 홍차오공항 노선을 이용했다.
출국수속 중에는 중국 입국시에 필요한 온라인 검역신고서를 작성하는 게 필요한데 탑승 전 미리 작성해 두는 게 시간 절약에 도움이 되는 듯.

오랫만에 타게 되는 중국동방항공 비행기.
그리고 또 오랫만에 맛보는 기내식.

제 시간에 상하이 홍차오공항 도착, 지하철을 타고 인근 홍차오역으로 가서 고속철을 타고 서주로 가면 된다.
3년 반만의, 팬데믹 이후 중국의 모습이 너무 궁금하다.
참, 중국에서의 기차표는 즉석에서 원하는 시간의 표를 끊기는 어렵다.
다행히 트립닷컴(옛날 씨트립)에서 예매할 수 있어 편리하다.(약간의 수수료 부담)

내가 경험한 중국 기차역 중 가장 붐비는 곳은 바로 홍차오역인데, 지금 모습은 어떨까?
 
홍차오역의 대합실 모습은 여전히 인산인해다.

이전보다 조금 줄어든 것 같기도 하다.

개찰구를 통해 플랫폼으로 나가는 행렬들.

나의 기차는 시간이 좀 남아서 커피 한 잔 하면서 기다린다.
차의 나라 중국도 이제 커피가 점점 영역을 확장해나간다.
미중 패권 다툼에도 스타벅스는 장사진이다. 

드디어 서주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한국은 비가 오는 것을 보고 왔었는데, 여기는 맑은 날씨에 매우 덥다.

상해에서 북경가는 까오티에 2등석 내부 모습.  

서주동역에 도착, 픽업 나온 강소건축대학의 차를 타고 학교 숙소에 도착.
2020년 1월 설날 즈음에 붙인 춘련이 그대로인 내방 현관문.
반가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중국대학은 이미 방학에 들어가 교정은 조용하다.
이전과 달라진 것은 학교의 각 문마다 보안요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는 점이고, 그래서 그런지 교정은 더더욱 조용하다.
이후 며칠간 숙소에 머무르면서 은행업무, 공영자전거 보증금 반환받기, 도서관 업무, 각종 카드 업무를 보고, 틈틈이 맛집기행도 하면서 여행자의 여유도 누려본다.

학교 인근의 중국은행.
은행 관련하여 팬데믹 전과 달라진 점으로 현격하게 줄어든 ATM기와 은행지점.
아마도 현금이 필요없는 시대가 되다 보니 그런가 보다.
이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을 듯.
은행 안에도 손님이 거의 없다.
옛날 2007년 북경에서 은행업무 볼 때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천양지차다.
 
점심은 정지되었던 학교카드를 살려서 숙소 바로 곁의 제1식당(방학 중 유일하게 문을 연 곳)에서 먹어본다.

코로나 때의 흔적이 남아있다.
 
3000원도 안되는 가격에 푸짐한 학식도 맛본다.

서주시 공영자전거.
보증금 230원 내면 1시간 이내는 언제든지 무료라서 2019년에 많이 이용했었다.
이번에는 시간이 오래 지나 그런지 내 카드를 인식하지 못한다.

달라진 것으로 공영 전기자전거도 있다는 것. 

전기 모터로 작동하니 오토바이와 같이 헬멧 착용이 필수인 게 일반 자전거와 차이다.

거리의 달라진 풍경으로는 3년 전에 비해 전기차가 많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한 시야에 거의 한두 대는 보이는 것으로 보아 전체 차량 중 10% 이상이 전기차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보다는 확실히 많다.

이하 사진들은 일주일 가량 머물면서 찾아다닌 맛집 음식들이다.
 
도착 첫날, 팬데믹 전에 자주 찾았던 한 식당에서 먹은 저녁 식사.
궁바오지딩, 징장로쓰, 오이마늘무침.

신쟝식당에서 먹었던 난, 양꼬치.

광업대학 맞은편 골목 도로변의 사천요리 전문점에서 먹었던 라조기와 궁바오지딩.

방문 기간 동안 유일하게 두 번 찾았던 동북식당의 음식들.

쏸라펀.

하이디라오 훠궈.

방문 기간 내내 버릴 짐은 버리고 챙길 것은 가방에 넣고 하면서 짐을 정리,
귀국 전날 숙소를 깨끗하게 비웠다.

마지막으로 숙소 열쇠와 잔액이 남아있는 학교카드를 탁자 위에 둔다.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한국은 특히 중부지방 중심으로 물난리가 대단하다.
신기하게도 김포공항 도착하자 충주에도 비가 그쳤다고 한다.
 
이번 중국여행에서 느낀 중국의 달라진 점 몇 가지.
 
- 중국이 팬데믹 종식을 선언하며 내수진작을 외치고 있지만 기차표 예매 상황, 쇼핑상가 손님 규모 등을 감안하면 확실히 경기가 침체되고 있다.
- 서주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일반 도로에서 사람이 횡단하려고 기다리면 차가 멈춰준다. 이는 획기적인 변화이다.
- 전기차가 급증하고 있다.
- 은행, 도서관, 공영자전거 관리사무소 등 내가 찾았던 대부분 기관이 매우 친절하고 업무 처리 절차가 매우 단순해졌다.
- 기차표 검표, 기관, 건물 출입시 대부분 안면 인식으로 바뀌었다.
- 은행 지점과 ATM기가 현격히 감소했다.
- 스타벅스, 루이싱 등 외국자본 및 중국자본의 커피점의 숫자가 현격히 증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