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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가니 추위가 오네

[24절기] 소설(小雪):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때, 굿바이 가을

by 유경재 2022. 11. 21.

내일(12월 22일)은 절기상으로 소설이다.

소설(小雪)은 24절기 중 20번째 절기이자, 겨울의 두번째 절기로, 입동과 대설 사이에 든다. 음력 10월 중, 양력 11월 22일이나 23일 무렵이다. 태양의 황경이 240°이며, 땅이 얼기 시작하고 살얼음이 얼며 차차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가끔은 햇볕이 따뜻해 소춘이라고도 하나, 이때가 되면 바람이 몹시 불어 어촌에서는 뱃길을 금했다.

'소설'이라는 말은 '작은(小) 눈(雪)'이라는 뜻이다. 중국의 전통의학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기원전 475~221), 당나라의 역사서인 <구당서(舊唐書)>(945), 원나라의 <수시력(授時曆)>(1281) 등 여러 문헌에서 소설 기간을 5일 단위로 3후로 구분하는데, 첫 5일간인 초후(初候)에는 “一候虹藏不見”(일후홍장불견)이라고 하여, 무지개가 나타나지 않고, 다음 5일간인 중후(中候)에는 “二候天氣上升地氣下降”(이후천기상승지기하강)이라고 하여, 천기는 하늘로 올라가고 지기는 땅으로 내려오며, 마지막 5일간인 말후(末候)에는 “三候閉塞而成冬”(삼후패색이성동)이라고 하여, 세상의 기운이 막혀서 겨울이 온다고 보았다. 삼후 중 중후는 그 의미를 비교적 이해하기가 어려운데 굳이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천기는 양기(陽氣), 지기는 음기(陰氣)라고 할 수 있는데 사람을 통한 따뜻한 기운이며, 음기는 땅으로부터 오는 차가운 기운이다.그래서 선인들의 관점에서 볼 때 양기, 즉 따뜻한 기운은 상승하고, 냉기가 내려온다는 것이니, 소설 때가 되면 날씨가 차가와지는 것이다. 이를 다시 현대의 기상학적으로 이해하자면, 양기와 음기는 기류에 해당하니, 양기는 공중으로 상승하는 기류이며, 음기는 그 반대로 지면으로 내려앉는 기류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따뜻한 기운이 위로 올라가버리고 차가운 기운이 사람이 사는 땅으로 내려오게 되니 날씨가 추워지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는 아직 한겨울에 든 것은 아니고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때이므로 소춘(小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때는 평균 기온이 5도 이하로 내려가면서 첫 추위가 오는 시기이기도 하다.
소설 기간에 대한 이런 묘사가 조선 초 이순지(李純之) 등이 펴낸 <칠정산내편(七政算內篇)>(1444) 등 한국의 여러 문헌에도 인용되고 있는데, 중국 문헌의 절기는 주(周)나라 때 화북(華北, 지금의 화베이 지방으로 베이징과 텐진이 있는 지역) 지방의 기후를 기준으로 기술된 것이어서 한국의 기후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소설 무렵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바람이 드세게 부는 현상은 동북아시아 지방의 공통적인 기후인 것으로 보인다.

[소설 관련 풍속]
소설은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는 날씨를 의미하므로, 소설 무렵부터는 본격적으로 겨울 채비를 했다. 소설 초기에는 그래도 따뜻한 기운이 남아있으나, 뒤로 갈수록 기온이 떨어지기 때문에,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는 속담도 생겼다. 늦은 김장을 서두르는 시기이다. 김장을 하고 남은 시래기를 엮고, 무나 호박을 썰어 말리며, 시래기를 엮어 달고, 무말랭이, 호박오가리, 곶감 말리기 따위의 겨울나기 준비에 바쁘다. 소를 먹일 볏짚을 쟁여두는 등 한겨울을 보낼 준비를 한다. 농촌에서는 소설에 날씨가 추워야 보리에 병충해가 없고 농사가 잘 된다고 여겼다. 그래서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맞는다”라는 속담도 전해진다.

소설 무렵에는 때로 강하게 부는 바람 때문에 생긴 풍습이 있다, 고려 때 손돌(孫乭)이라는 뱃사공이 난을 피해 몽진하는 왕을 모시고 김포와 강화도 사이의 염하(鹽河)라는 강을 건너는데 갑자기 바람이 불어 풍랑이 심하게 일자 배가 몹시 흔들렸다. 왕은 사공이 배를 일부러 흔든 줄 알고 사공의 목을 베었는데, 이때부터 이곳을 사공의 이름을 따서 손돌목이라 했으며, 매년 소설 무렵에 부는 바람을 손돌바람이라고 하고 김포지역에서는 매년 손돌제를 올린다.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방고래 구들질과 바람벽 맥질하기
창호도 발라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
수숫대로 터울하고 외양간에 떼적 치고
우리 집 부녀들아 겨울 옷 지었느냐
(《농가월령가》 중에서)

소설 관련한 중국의 풍속으로는 이때는 주로 겨울에 먹을 음식 재료를 준비하는데, 야채를 염장하거나 생선을 말린다.

[소설 관련 우리나라 속담]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 소설에 날씨가 추워야 보리 농사가 잘 된다고 한다.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 기온이 급강한다.

 

[소설 관련 중국 속담]

小雪腌菜, 大雪腌肉.(소설엄채, 대설엄육): 소설에는 야채를 소금에 절이고, 대설에는 고기를 소금에 절여둔다.

節到小雪天下雪(절도소설천하설): 소설 절기가 되면 눈이 내린다.

小雪節到下大雪, 大雪節到沒了雪.(소설절도하대설, 대설절도몰료설): 소설 절기가 되면 큰 눈이 내리고, 대설 절기가 되면 눈이 내리지 않는다.

小雪封地, 大雪封河.(소설봉지, 대설봉하): 소설 때는 땅이 얼고, 대설 때는 강이 언다.

小雪地不封, 大雪還能耕.(소설지불봉, 대설환능경): 소설 때에는 땅이 얼지 않고, 대설 때도 아직 밭을 갈 수 있다.

小雪不耕地, 大雪不行船.(소설불경지, 대설불행선): 소설 때는 밭을 갈지 않고, 대설 때는 배를 운행하지 않는다.

小雪大雪不見雪, 小麥大麥粒要癟.(소설대설불견설소맥대맥립요별): 소설 대설에 눈이 보이지 않으면, 이듬해 밀과 보리가 쭉정이가 된다.

[소설 관련 중국 시]
《小雪》(소설) 소설/
唐·戴叔倫(대숙륜)

花雪隨風不厭看,(화설수풍불염간) 바람에 날리는 눈꽃 봐도봐도 물리지 않는데
更多還肯失林巒.(갱다환긍실림만) 더욱 많이 내리니 숲의 모습이 사라질 지경이네
愁人正在書窗下,(수인정재서창하) 근심에 젖은 사람 바야흐로 서재의 창 아래 있는데
一片飛來一片寒.(일편비래일편한) 눈송이 한 조각 날아오며 한기를 더하네

[주석]
林巒(림만): 숲과 봉우리. 산림을 가리킨다. 이 구의 뜻은 눈이 더욱 많이 내려서 천지가 자욱해져 먼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도 되고, 산에 눈이 가득 내려 온통 하얗게 변하여 산과 숲의 형색을 잃어버리는 것을 말한다고 볼 수도 있다.

[작가]
戴叔倫(대숙륜)(대략732—대략789): 당대 시인으로, 자는 幼公(유공) 또는 次公(차공)이며, 潤州(윤주) 金壇(금단)(지금의 강소성 常州市상주시 金壇區금단구) 사람이다. 젊었을 때 蕭穎士(소영사)에게 배웠다. 일찍이 新城令(신성령)、東陽令(동양령)、撫州刺史(무주자사)、容管經略使(용관경략사) 등을 역임했었다. 만년에는 임금에게 글을 올려 사퇴하고 도사(道士)가 되고자 했다. 그의 시는 대부분 은거생활과 한적한 정서를 표혔했는데, 다만 《女耕田行》(여경전행)、《屯田詞》(둔전사) 등 몇 편은 백성들의 힘든 생활을 반영했다. 현존 시는 두 권 전해오는데, 그중에는 송, 원, 명 때의 사람의 작품이 많이 섞여 있어 진위를 고찰할 필요가 있다.

 

[소설 관련 우리나라 시]
소설(小雪)을 지나다/홍정순

은행잎 지고 겨울비 오는 날
일 피해 사람 피해 찾은 시골집
첫서리 오고, 김장하고 마늘 심은 후
서리태 타작한, 이맘때
바깥 풍경은 나만큼 촌스럽다
누워서도 보기엔 감나무가 최고다
들창에 세 든 지 오래된 모습이라 그렇고,
가지가지 종잘종잘,
새 소리를 달고 있어서 더 그렇다
마늘 심은 밭을 지나는 바람 같은 소리
매점매석 했다 해도
눈감아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감나무 그늘에서 자라 감 먹고 살아 온 그 소리는
전대 풀고 나온 나를 창문 앞에 서게 했다
이파리 다 떨군 느티나무 가지 사이로
철물점 연탄난로를 쬐던 거칠고 곱은 손들이 보인다
먹고사는 일에, 온전히 한 해를 다 보낸 발자국소리 들린다
보일러 소리, 냉장고 소리,
창문을 치고 두드리는 계곡 바람 거친데
풍경은 거짓말처럼 소설(小雪) 무렵을 지나고 있다

 

소설(小雪)/정양

햇살이 비쳐도 하늘에
더이상 무지개는 뜨지 않는다
찬바람이 하얀 눈 장만하느라
천둥도 번개도 무지개도 다 걷어먹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빚은 하얀 꿈들이 얼마나 강물에 빠져죽어야
하늘에 다시 무지개가 뜨는 건지
산마루에 산기슭에 희끗거리며
바람은 자꾸 강물 쪽으로만 눈보라를 밀어넣는다

지금부터 눈이 오기 시작하여 대설이 되면 본격적인 눈의 계절이 된다는 말일 것이다.
위의 표를 보니 대설 지나면 바로 동지, 저때부터는 극에 달한 음의 기운이 줄어들고 다시금 양의 기운이 불어날 것이니,
본격적인 겨울로 아직 채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봄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날씨만 보면 올겨울에는 큰 한파가 없을 듯 하지만, 늘 그랬듯이 여름과 겨울이 어디 그렇게 호락호락 순조롭게 지나간 적이 있었던가.
이번 겨울,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조금씩 그 속으로 들어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