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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가니 추위가 오네

[24절기] 대한(大寒): 겨울의 끝자락, 봄으로 가는 길목

by 유경재 2023. 1. 20.

[2023.1.20]

새벽, 숙취와 바깥의 요란한 바람소리에 잠을 깬다.

오늘이 절기상으로는 겨울 여섯 절기 중 마지막인 대한이다.

설 연휴에 이어 최강한파가 예고된 오늘 과연 대한 추위가 이름 그대로 올겨울 최고의 추위가 될까.

대한 절기는 비단 오늘 하루만이 아니라 입춘까지 15일이니 예보대로 24일 무렵 올겨울 최강한파가 닥친다면

오랜만에 이름값을 하는 대한이 될 지도 모르겠다.

1년 365일을 15일 단위의 절기로 나누면, 24번만에 1년이 지나가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1년이란 시간이 정말 순식간이다.

얼마 전 새해를 맞아 1월 5일에 소한 절기에 대해 포스팅 할 때는

대한까지는 그래도 한참 남았었다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대한이다.

이번 겨울 추위는 확실히 작년보다는 심하다.

눈도 유난히 많이 오는 듯 하고.

12월부터 시작된 한파가 1월에도 끝나지 않으니 어쩌면 입춘 때까지 기다려야 겨울 추위가 물러날 지도 모르겠다.

대한은 24절기 가운데 마지막 절기로서, 소한(小寒)과 입춘(立春) 사이에 드는 절기. 24절기는 기본적으로 태양의 궤도인 황도의 움직임을 기본으로 정해지므로 양력 날짜에 연동된다. 대한은 태양의 황경이 300°(춘분 기준)(360도 중의 300. 15도마다 절기가 배치됨. 따라서 춘분까지는 입춘315, 우수330, 경칩345도 남음) 날로 대개 양력 120~21일 무렵이며, 음력으로는 12, 즉 섣달에 드는 절기로 한 해를 매듭을 짓는 절기이다.

'대한'이라는 이름은 '큰 추위'라는 뜻이며, 동지에서 한달째 되는 날이다. 이름은 가장 추운 날이라는 뜻이지만,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라는 속담처럼, 한반도에서는 소한 기간을 강타했던 추위가 대한 무렵에는 물러나는 경향을 보인다.

중국의 고문헌에서 대한 이후 입춘 전까지의 15일 동안을 5일 단위로 구분하여 大寒三候’(대한삼후)라고 하면서, 각각 一候雞乳, 二候征鳥厲疾, 三候水澤腹堅”(일후계유, 이후정조려질, 삼후수택복견)라고 했다. 풀이하면 즉 대한 날부터 5일간인 초후(初候)에는 닭이 알을 부화하고, 그 다음 5일간인 중후(中候)에는 매 같은 새가 먹이를 찾아 높고 빠르게 날며, 마지막 입춘 전까지인 5일간인 말후(末候)에는 연못의 물이 중앙 깊숙한 데까지 단단하게 언다고 했다.

원래 겨울철 추위는 입동(立冬)에서 시작하여 소한(小寒)으로 갈수록 추워지며 대한에 이르러서 최고에 이른다고 하지만, 이는 중국의 경험에 입각한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는 1년 중 가장 추운 시기가 115일께이므로 다소 사정이 다르다.

그래서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얼어죽었다.”, “소한의 얼음 대한에 녹는다.”라는 속담도 있다. , 소한 무렵이 대한 때보다 훨씬 춥다는 뜻이다. 추위를 나타내는 이러한 소한, 대한의 대척점에 해당하는 더위를 나타내는 여름철 절기로는 소서와 대서이다. 대서 때가 소서 때보다 더 덥지만 대한은 소한 때보다 덜 추운데, 이는 우리나라를 비롯, 중국의 북방지역이 그렇고, 실제로 중국의 남방 지역은 대한 때가 더 춥다. 그렇다면 소한, 대한 등 24절기는 언제 어느 시기에 만들어졌었는가? 24절기는 원래 중국 황하 유역의 황하문명에서 유래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그 시초는 춘추시대로 볼 수 있으며, 진한 시기에 확립되었다고 본다. 그런데 앞에서 말했듯이 북방 황하유역은 대한이 소한보다 춥지 않았을 것인데 왜 절기 명칭을 바꾸어 붙였을까. 연구에 의하면 옛사람들은 사물은 지극하게 되면 반드시 되돌아오게 마련이다”(物极必反)라는 원리를 특별히 신뢰했는데, 그래서 추위와 더위의 교체 역시 마찬가지로 보았다. 만약 대한 후에 소한을 배치했다면 명칭의 의미상으로는 물극필반의 원리를 찾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 실제 날씨는 차치하고 오로지 소한, 대한이라는 두 절기의 명칭만으로 볼 때 추위가 처음에는 강도가 약하다가, 마침내 절정에 달하고, 이후 추위를 향하던 방향을 되돌려 따뜻함으로 돌아간다는 물극필반의 의미에 부합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식으로 설명하자면 여름철의 더위를 나타내는 절기인 소서와 대서의 순서와 맞추기 위한 것일 수도 있겠다.

[대한 관련 속담]

-. 大寒一夜星谷米贵如金: 대한날 밤중에 별이 보이면 다음해 곡식이 황금처럼 귀해진다.(대한에 맑으면 그해 흉년이 든다는 뜻)

-. 大寒见三白农人衣食足: 대한 절기 때 세 번 눈이 오는 걸 보게 되면 농민들의 의식이 풍족하게 된다.(대한 시기에 눈이 많이 내리면 지면의 각종 해충들이 동사하게 되고 각종 농작물의 싹은 눈에 덮여 보온의 효과로 인해 봄이 되면 왕성하게 자랄 수 있게 된다. 또한 많이 내렸던 눈은 봄이 되면 모두 물로 변해 농작물에 도움이 된다.‘三白’: 대한 절기는 입춘까지 모두 15일 지속되는데, 이 시기에 세 차례 눈이 오는 것을 말한다.)

-. 过了大寒又是一年: 대한을 지나면 또 한 해가 간다.

-. 小寒大寒杀猪过年: 소한 대한에 돼지를 잡아 설을 쇤다.

-. 大寒不寒春分不暖: 대한에 춥지 않으면 춘분에 따뜻하지 않다.

-.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

-. 소한의 얼음 대한에 녹는다.

-. 대한 끝에 양춘(陽春)이 있다.

[대한 관련 한시]

大寒吟대한 노래

宋代邵雍(소옹)

 

舊雪未及消,(구설미급소) 앞전에 왔던 눈도 아직 채 녹지 않았는데

新雪又擁戶.(신설우옹호) 새로 내린 눈이 사립문을 완전히 막아버렸네

階前凍銀床,(계전동은상) 섬돌 앞은 마치 얼어있는 은색의 침상 같고

檐頭冰鍾乳.(첨두빙종유) 처마 끝 고드름은 종유석인 양 매달려 있네

清日無光輝,(청일무광휘) 맑은 해도 따뜻한 빛을 잃었고

烈風正號怒.(열풍정호노) 매서운 바람은 한창 성난 듯 불어대네

人口各有舌,(인구각유설) 사람마다 입에는 모두 혀가 있건만

言語不能吐.(언어불능토) 얼어버렸는지 말을 토해내지 못하네

 

[요지] 대한의 혹독한 추위의 경물을 잘 묘사하고 있으며, 특히 미련(尾聯)에서의 사람들이 서로 만나도 말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걸 통해 추위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말해준다.

 

[작가] 邵雍(1012-1077): 북송의 저명한 철학가, 수학자, 시인. 자는 堯夫(요부), 자호는 安樂先生(안락선생)伊川翁(이천옹) 등이며, 시호는 康節(강절)로서, ‘소강절로 더 알려져 있다. 周敦頤(주돈이)張載(장재)程颢(정호)程頤(정이) 등과 함께 北宋五子’(북송오자)로 불린다. 스승 李之才(이지재)에게서 河圖(하도), 洛書(락서), 伏羲八卦(복희팔괘)를 배웠다.

天聖(천성) 4(1026), 소옹 16세 때, 아버지를 따라 共城(공성)蘇門山(소문산)에 터를 잡았다. 宋 仁宗(인종) 康定(강정) 원년(1040), 소옹 30세 때 河南(하남) 땅을 주유하다가 부모 사후 伊水(이수: 하남성 경내를 흐르는 洛水(낙수)의 지류) 가에 매장하여, 마침내 河南(지금의 하남성 洛陽(낙양)사람이 되었다. 宋 仁宗(인종) 皇祐(황우) 원년(1049)에 낙양에 터전을 잡고 제자를 가르쳤다. 宋 仁宗(인종) 嘉祐(가우) 연간과 神宗(신종) 熙甯(희녕) 초에 두 차례 과거에 급제했으나 모두 병을 핑계로 벼슬에 나아가지 않았다. 熙甯(희녕) 10(1077) 병으로 죽었으며, 宋 哲宗(철정) 元祐(원우) 연간에 康節(강절)이란 시호가 하사되었다. 咸淳(함순) 3(1267)孔廟(공묘)에 배향되었다. 주요 저서와 작품으로는 皇極經世(황극경세), 觀物內外篇(관물내외편), 先天圖(선천도), 漁樵問對(어초문대), 伊川擊壤集(이천격양집), 梅花詩(매화시) 등이 있다.

[대한 관련 우리나라 현대시]

대한 무렵 - 강문숙

 

폭설이 끝나고, 몰아치는 바람

마당 귀퉁이부터 얼어붙는다.

감나무 꼭대기에 몇 알 남겨둔 까치밥

참새, 까치들이 수시로 와서 쪼아먹고

가지들, 텅 빈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오늘 무슨 날일까.

못 보던 재비둘기 한 쌍이

빈 가지 위에 앉아 두런거리고 있다.

반가운 마음뿐, 그냥 바라만 보는데

미안하다, 미안하다,

빈 가지는 자꾸 흔들리고 있다.

(입 공양하자고 따먹은 사람 따로 있는데)

저 흔들리는 것들 때문에

봄은, 오고야 말 거다.

 

추위보다는 빨리 지나가는 세월이 더 무서운 나이가 되었다.

추워도 좋으니 겨울이여 더디 가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