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4절기 중, 청명이다.
올봄은 유난히 비가 잦다. 비가 그치자 봄꽃들이 일제히 제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잦은 비가 일조량이 모자라서 그런지 예년에 비해 조금 늦게 개화한 벚꽃부터.
가장 이르게 핀 산수유꽃은 물론이요.
자목련, 백목련까지.
거기에다 개나리까지, 그야말로 봄꽃의 향연이다.
[이하 내용은 2022년 청명 때의 기록임]
오늘, 4월 5일은 식목일이자 24절기 중의 청명이다.
죽은 듯 회색 일색이던 천지에 초록빛이 점차 번져가고, 남으로부터 온갖 형형색색의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있다.
우리들은 언제 끝날 지 모를 코로나로 답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사이에도, 자연은 제할일에 한 치의 어김이 없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청명은 24절기 중 네번째 날로 춘분(春分)과 곡우(穀雨) 사이, 중춘(仲春)과 모춘(暮春) 사이에 드는 절기이다. 24절기는 기본적으로 태양의 궤도인 황도의 움직임을 기본으로 정해지므로 양력 날짜에 연동된다. 청명은 태양의 황경이 15°인 날로 대개 4월 5일이나 6일이다. 한식(寒食)과 겹치거나 하루 사이로 든다. 하늘이 맑게 개어 만물의 생기가 왕성해지며 봄 농사를 준비하는 시기이다. 중국 고사에서 유래된 한식과 전후하여 흔히 성묘를 가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다른 말로 답청절(踏青節), 행청절(行清節), 삼월절(三月節), 제조절(祭祖節) 등으로도 불리며, 춘절(春節), 단오절, 중추절 등과 함께 중국의 사대전통명절에 속한다.
'청명'이라는 말은 봄이 짙어지며 하늘이 맑아지는 시절이라는 데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원래 상고시대 조상을 숭배하며 봄 제사를 지내던 풍속에서 기원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청명절의 양대 풍속으로 성묘와 봄나들이가 된다. 중국의 여러 전적에 따르면, 청명 기간을 5일 단위로 3후로 구분하고 있다.
이들 기록에 따르면 청명삼후(清明三候)는 일후동시화(一候桐始華), 이후(二候田鼠化爲鴽), 삼후홍시견(三候虹始見)으로 각각의 뜻을 보면 다음과 같다.1후 즉, 첫 5일간인 초후(初候)에는 오동나무에 꽃이 피고, 2후, 즉 그 다음 5일간인 중후(中候)에는 두더쥐가 사라지고 대신 종달새가 울며(열기를 싫어하는 두더지 등은 땅속으로 들어가 숨고, 양기를 좋아하는 새들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함), 3후, 즉 마지막 5일간인 말후(末候)에는 하늘에 무지개가 보이기 시작(이 시기에는 비가 자주 옴)한다고 한다.
조선 정조 때의 학자 홍석모가 연중 행사와 풍속을 펴낸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청명조(淸明條)에는, 청명날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치며, 임금은 이 불을 정승과 판서를 비롯한 문무백관과 고을 수령에게 나누어주는데, 이를 임금이 내리는 불이라고 하여 ‘사화(賜火)’라고 부른다. 수령들은 이 불을 다시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는데, 옛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불을 피우지 않는 풍습이 있다. 이는 한식 풍습과 연결되어 전하며, 때로 이 풍습을 한식의 풍습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중국의 달력을 보니 중국은 직전 토요일을 근무하는 대신에 화요일까지 3일 연휴로 하고 있는 모양이다.
청명 때는 농사일을 준비하는 시기로, 논밭의 흙을 고르는 가래질을 시작한다. 춘분과는 달리 청명에 날씨가 맑으면 농사나 어업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바닷가 마을에서는 이날 날씨가 좋으면 어획량이 증가한다고 기뻐하며, 이날 바람이 불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선 후기 다산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중 '삼월령(음력이므로 대체로 양력 4월 무렵에 해당)'에 청명, 곡우 절기에 대한 당시 농촌 풍습이 전해온다.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3월령
삼월은 모춘이라 청명 곡우 절기로다
춘일이 재양하여 만물이 화창하니
백화는 난만하고 새 소리 각색이라
당전의 쌍제비는 옛집을 찾아오고
화간의 범나비는 분분히 날고 기니
미물도 득시하여 자락함이 사랑홉다
한식날 성모하니 백양나무 새 잎 난다
우로에 감창함은 주과로나 펴오리라
농부의 힘드는 일 가래질 첫째로다
점심밥 풍비하여 때 맞추어 배 불리소
일군의 처자 권속 따라와 같이 먹세
농촌의 후한 풍속 두곡을 아낄소냐
물꼬를 깊이 치고 도랑 밟아 물을 막고
한편에 모판 하고 그나마 삶이하니
날마다 두세 번씩 부지런히 살펴보소
약한 싹 세워낼 제 어린아이 보호하듯
백곡 중 논농사가 범연하고 못하리라
포젼에 서속이요 산전에 두태로다
들깻모 일찍 붓고 삼농사도 하오리라
좋은 씨 가리어서 그루를 상환하소
보리밭 매어 놓고 못논을 되어 두소
들농사 하는 틈에 치포를 아니할까
울밑에 호박이요 처맛가에 박 심으로
담 근처에 동아 심어 가자하여 올려 보세
무우 배추 아욱 상치 고추 가지 파 마늘을
색색이 분별하여 빈 땅 없이 심어 놓고
갯버들 베어다가 개바자 둘러 막아
계견을 방비하면 자연히 무성하리
외밭은 다로 하여 거름을 많이 하소
농가의 여름 반찬 이 밖에 또 있는가?
뽕눈을 살펴보니 누에 날 때 되겠구나
어와 부녀들아 잠농을 전심하소
잠실을 쇄소하고 제구를 준비하니
다래끼 칼 도마며 채광주리 달발이라
각별히 조심하여 내음새 없이 하소
한식 전후 삼사일에 과목을 접하나니
단행 이행 울릉도며 문배 참배 능금 사과
엇접 피접 도마접에 행차접이 잘 사나니
청다래 정릉매는 고사에 접을 붙여
농사를 필한 후에 분에올려 들여 놓고
천한 백옥 풍설 중에 춘색을 홀로 보니
실용은 아니로되 산중의 취미로다
인간의 요긴한 일 장 담는 정사로다
소금을 미리 받아 법대로 담그리라
고추장 두부장도 맛맛으로 갖추 하소
전산에 비가 개니 살진 향채 캐오리라
삽주 두룹 고사리며 고비도랏 어아리를
낙화를 쓸고 앉아 병술로 즐길 적에
산처의 준비함이 가효가 이뿐이라
이 밖에 중국에서는 봄나들이, 연날리기, 식목, 그네뛰기, 투계, 축국 등의 풍속이 있었다고 한다.
[속담]
관련속담에는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라는 마이 있다.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 라고 하는 이 속담은 청명에는 부지깽이와 같은 생명력을 다한 나무를 심어도 다시 되살아난다고 하며 청명에 무엇이든 심으면 잘 자란다는 뜻을 가진 속담으로 청명은 생명력이 왕성한 절기라고 할 수 있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라고 하는 이 속담은 청명 다음날 절기인 한식과 관련 있는데, 한식은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 중 하나이며 한식과 청명은 보통 하루 차이이기 때문에 하루 빨리 죽으나 늦게 죽으나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뜻하는 속담으로 이와 관련된 다른 속담은 도긴개긴이다, 오십보백보라는 말도 있다.
(중국 속담)
清明前後, 種瓜點豆: 청명 전후로 오이와 콩을 파종한다
植樹造林, 莫過清明: 나무 심고 숲 조성하는 것은 청명보다 좋을 때가 없다
雨打清明前, 春雨定頻繁: 청명 전에 비가 오면 봄비가 필시 잦다
清明難得晴,穀雨難得陰: 청명 때는 맑기가 어렵고, 곡우 때는 흐리기가 어렵다
清明宜晴,穀雨宜雨: 청명 때는 맑아야 하고, 곡우 때는 비가 와야 한다
清明不怕晴,穀雨不怕雨: 청명 때는 맑은 날을 겁내지 않고, 곡우 때는 비를 겁내지 않는다
[청명 관련 시]
(중국)
<淸明>(청명)
---唐 杜牧(803-852)
清明时节雨纷纷,路上行人欲断魂。
借问酒家何处有,牧童遥指杏花村.
qīng míng shí jiē yǔ fēn fēn ,lù shàng xíng rén yù duàn hún 。
jiè wèn jiǔ jiā hé chù yǒu ,mù tóng yáo zhǐ xìng huā cūn
淸明時節雨紛紛(청명시절우분분), 청명 무렵에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데
路上行人欲斷魂(로상행인욕단혼). 길가는 행인은 정신이 아득해져온다
借問酒家何處有(차문주가하처유), 주막이 어디냐고 물으니
牧童遙指杏花村(목동요지행화촌). 목동은 저너머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킨다
[명절을 맞았지만 고향에 가지 못하고 객지를 떠도는 자신의 처지, 게다가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니 그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내친 김에 한 수 더 감상해 보기로 한다.
白居易(백거이)의 《清明夜》(청명야) 청명날 밤에
好風朧月清明夜,(청풍롱월청명야) 화사한 바람 희미한 달빛 청명날 밤
碧砌紅軒刺史家。(벽체홍헌자사가) 푸른 벽돌 붉은 창문 자사의 관사
獨繞回廊行復歇,(독요회랑행복헐) 혼자 회랑을 빙 돌며 가다 쉬다 하는데
遙聽弦管暗看花。(요청현관암간화) 멀리서 들리는 관현악기 소리 어둠 속에서 꽃 구경
(주석)
清明夜: 청명날 밤. 独: 혼자. 回廊: 빙 돌아가는 회랑. 遥: 멀다. 看花: 꽃 구경.
(작가)
白居易(772-846), 字가 낙천(樂天), 호(號)는 향산거사(香山居士) 또는 취음선생(醉吟先生). 본관은 산서 태원(山西太原)이나 증조부 때 이사하여 하남성 신정(河南新鄭)에서 출생했다. 백거이는 당대 위대한 현실주의 시인이자, 이백, 두보와 함께 당대 3대 시인 중의 한 사람이다. 백거이는 원진(元稹)과 함께 신악부운동을 제창하여 세상에서 그들을 “元白”이라 병칭하였으며, 유우석(劉禹錫)과도 “劉白”이라 병칭했다. 백거이의 시가의 제재는 광범위하고 형식도 다양하며, 언어는 평이하고 통속적이어서, 그를 “詩魔”(시마), “詩王”(시왕)이라고 불렀다. 관직은 태자소부(太子少傅), 형부상서(刑部尚書)에까지 이르렀으며, 풍상현후(馮翊縣侯)에 봉해졌다. 846년 백거이는 낙양(洛陽)에서 죽었으며 향산(香山)에 묻혔다. 《白氏長慶集》(백씨장경집)이 세상에 전하며, 대표시로는 《長恨歌》(장한가), 《賣炭翁》(매탄옹), 《琵琶行》(비파행) 등이 있다.
(창작배경)
봄나들이를 중국어로는 ‘踏青’(답청), ‘探春’(탐춘), ‘寻春’(심춘), ‘郊游’(교유) 등이라고 한다. 의미는 푸른 풀을 밟으며, 봄을 찾아 교외로 놀러 나간다는 뜻이다. 음력 3월 청명 절기가 되면 봄이 완연해서 자연계도 생기발랄한 풍경을 찾게 되니 나들이하기 좋은 때이다. 이 시는 바로 이러한 청명절의 풍경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 현대시)
4월 청명의 봄은
ㅡ추영호
4월 청명(淸明)의 봄은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는가 봐요
산고(産苦)의 진통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환하게 웃기만 하네요
새악시 버선코 같은 봄
겨우내 묵혀둔 그리움 들킬세라
밤사이 활짝 터트리고는
짓궂은 꽃샘추위에 화들짝하더니
가지 끝마다 빠끔히 고갤 내밀었네요.
날카로운 칼끝이 스치는 아픔쯤 될까
아님, 둔중한 송곳이 후비는 아픔쯤 될까
저 단단한 껍질을 뚫고 톡, 터지는 순간
흩뿌린 벚꽃 비 아래로
미선나무, 살구나무, 개나리꽃 나무
납작 엎드려 귀만 쫑긋 세운 노루귀까지
꽃 진 자리 두 번째 산통을 겪느라 아우성인데
천변 버들가지 끝에 수줍게 앉은 봄
엄마 품에 안긴 아이처럼 마냥 웃기만하네요.
우리나라 시도 한 수 더 감상하기로 한다.
청명 밥상
ㅡ최소영
목련꽃 봉오리 따 꽃잎차 우려두고
화전은 진달래꽃 쑥 뜯어 쑥버무리
두릅순 화살나무순 달래장에 비빔밥
淸明과 寒食
한식(절)은 중국의 전통 명절로 특히 산서성(山西省)에서 큰 명절로 여긴다. 날짜는 동지 후 105일째(일설 103일째) 되는 날로, 보통 청명 당일 또는 1-2일 후가 된다. 올해는 4월 5일이 청명이며 그 다음 날인 4월 6일이 한식이다.
이 날에는 불 피우는 것을 금지하여 찬 음식을 먹기 때문에 [寒食]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그 유래는 춘추(春秋)시대 진(晉)나라 충신 개자추(介子推)를 기념하는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개자추는 晉나라 文公인 중이(重耳)가 여러 나라로 망명을 다닐 때 수행하던 신하였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고생스런 망명 생활 속에서도 성심을 다해 문공을 섬겼는데, 중이가 먹을 게 없어 며칠을 굶게 되자 개자추는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서 먹였을 정도라고 한다. 나중에 문공이 진나라로 돌아와 제위에 올라 논공행상을 할 때 개자추를 빠트리자, 그는 불평 없이 어머니와 함께 산서성에 있는 면산(綿山)에 들어가 숨어 살았다. 문공이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개자추를 불러들였으나 끝내 산에서 나오지 않자 단순한 생각에 산에 불을 질렀다. 그러나 개자추는 끝까지 나오지 않고 불에 타 죽었다. 이에 문공은 개자추를 후히 장사 지내고, 그 산 이름으로 개산(介山)으로 바꾸었으며, 죽은 날에는 화기를 금지하고 찬 음식을 먹게 공포하였다고 한다.
힌(漢)나라 등의 기록에 의하면 이 금지령을 어겼을 경우 실재로 형벌을 내렸다고 하는데, 후세로 오면서 하나의 풍속이 되었다고 한다.
특히 당(唐)나라 때부터는 이 날, 성묘의 풍습이 더해졌는데, 조상의 무덤을 살펴보고 잔디나 흙이 허물어진 곳은 새로 단장하고 보수하였다고 한다. 이 풍습은 그대로 신라에까지 전해져 우리 나라에서도 중요한 명절로 취급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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