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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가니 추위가 오네

소한(小寒): 24절기 중 23번째, 가장 춥다는 날

by 유경재 2023. 1. 5.

내일 2023년 1월 6일(금)은 겨울도 후반으로 접어드는 소한이다.
예년 같으면 소한부터 대한까지인 1월 초순에서 중순까지 대략 보름 정도가 가장 추울 때인데
올해는 때이른 추위로 12월 내내, 그리고 1월 초까지 한파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게 되었다.
다행히 어제부터는 조금씩 기온이 올라 한파가 물러가고 있으니,
비록 섣부르지만 올겨울 추위의 절정은 이제 끝이 아닐까 기대해본다.
설날이 22일이니 소한, 대한 추위가 없다면 어쩌면 이제 추위 걱정은 한시름 놓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것보다는 추위가 끝나면 또 겨울도 끝날 것이고, 그렇게 또 봄이 올 것이니,
봄을 맞는 것 좋다만 올 한 해 365일이란 시간을 두고 볼 때 추위 걱정에 흘러보낸 시간만큼 지나가버리게 된다고 생각하면 아쉬움이 오히려 더 든다.

내일은 절기상 소한이다.
소한은 스물세 번째 절기이자 겨울철의 네 번째 절기로서, 동지와 대한 사이에 있으며 1월 5일-7일경이다.
24절기는 기본적으로 태양의 궤도인 황도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양력 날짜와 연동된다.
태양의 길인 黃經이 285도에 위치하며, 절기 명칭으로만 보면 다음 절기인 대한보다는 덜 추울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소한 때가 가장 춥다.
그래서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 또는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라도 한다.’, ‘소한 얼음 대한에 녹는다.’는 속담이 나온 것이다.
옛날의 중국인들은 소한으로부터 대한까지의 15일간의 기간을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북으로 돌아가고, 중후(中候)에는 까치가 집을 짓기 시작하며, 말후(末候)에는 꿩이 운다고 하였다.
추위를 나타내는 이러한 소한, 대한의 대척점에 해당하는 더위를 나타내는 여름철 절기로는 소서와 대서이다.

소한 관련 속담을 보자.
먼저 중국의 경우
소한 대한에 눈이 오지 않으면 소서 대서에 논밭이 가뭄으로 갈라진다(小寒大寒不下雪,小暑大暑田开裂)
소한 대한에 철저히 추워야 이듬해 봄 날씨가 따뜻하다(小寒大寒寒得透,来年春天天暖和)
소한 대한 때 설 쇨 준비를 한다(小寒大寒,准备过年)
소한 추위가 대한 추위 이기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小寒胜大寒,常见不稀罕)
사람은 소한이 되면 옷이 온몸 가득(人到小寒衣满身)
소한 절기에 안개가 끼면 내년 농사 오곡이 풍년(小寒节日雾,来年五谷富)
소한에 따뜻하면 입춘에 눈 온다(小寒暖,立春雪) 등이 있다.

한국 속담으로는
소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있어도 대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없다.
소한 얼음 대한에 녹는다.
소한이 대한의 집에 몸 녹이러 간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등이 있다.

소한 관련 시를 보자.
먼저 중국의 시 중에는 당나라 중기의 대표 시인 원진의 작품을 들 수 있는데, 다음과 같다.

《小寒》 元稹(779-831)
小寒连大吕,소한 절기는 12율 중 대려와 연결되고
欢鹊垒新巢。즐거운 까치는 새로운 둥지를 짓는데
拾食寻河曲,먹을 거 주우러 구비진 강을 찾아다니다가
衔紫绕树梢。보라색 나뭇가지 물고 와 나무 꼭대기를 맴도네
霜鹰近北首,서릿바람 속에서 나는 매는 북쪽으로 향해 날아가고
雊雉隐丛茅。꿩은 풀덤불 속에 숨어서 꾸꾸 거리네
莫怪严凝切,엄동한파 절박하다 이상하게 생각 말라
春冬正月交。봄과 겨울은 정월이 되면 서로 교체가 될지니

★大呂: ‘黃鍾’과 ‘大呂’는 중국 고대 12율 중의 두 음률로서, 황종은 子月, 즉 11월에 대응하고, 대려는 丑月, 즉 12월에 대응한다. 이후 다섯 구는 고대 소한을 삼후로 나눈 것을 말한 것으로, 모두 양기가 발동하여 조류가 활동하기 시작함을 말한 것이다. 즉 기러기는 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고, 까치는 둥지를 짓기 시작하고 꿩은 울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두 구는 “비록 엄동설한의 날씨이지만 봄날 정월은 이미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작가 원진(元稹)은 자가 미지(微之)이며, 당(唐)나라 때 낙양(洛陽) 사람이다. 일찍부터 백거이(白居易)와 동시에 과거에 급제하여, 함께 “신악부(新樂府)”운동을 제창하는 등 문학활동을 함께 했던 시우(詩友)였기에 세상 사람들이 그 두 사람을 “원백(元白)”이라고 병칭했다. 작품으로는 당대 소설인 전기(傳奇) 작품 <鶯鶯傳>(앵앵전)이 유명하며, 현존하는 시는 830여 수가 있으며, 문집으로 《元氏長慶集》(원씨장경집)이 전해온다.

우리나라 현대시는 꽤 많은데 그 중 두 수 정도를 감상해 보자.

소한/ 최서림

겨울 소나타로 두드리는 눈발
악보 같이 펼쳐진 들판
재두루미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4분음표 모양 외발로 서 있다.
긴 부리로 서로 부비며
한기를 털어주고 있다.
비올라 소리가 난다.
고사리 같이 움추러든 마음들
도르르 퍼진다.
얼음장 밑 동미나리
머리를 디밀고 있다.

소한(小寒) /김경

창에 가득 눈보라 치는 소리
휘돌아 첩, 첩, 산, 산,
수북수북 눈 쌓이는 소리
낯선 아름다움이
흰 가슴 드러내는 소리

세상 밖으로
웃길 아랫길 다 끊어진 소리
켜켜이 적막 묻히는 시간

아-평화가
사람과 사람의 마음으로 길을 내는
수안보 물 향기소리
그리고
내 영혼의 바람소리

지난 2020년은 지긋지긋한 코로나로 인해 답답하기 그지없게 보냈었는데,
이제 2021년 새해를 맞았으니 캄캄한 터널을 벗어날 수 있으리란 희망을 가져본다.
추위도 이제 대한 절기까지 보름 남짓 지나면 한풀 꺾일 터이고,
그러면 봄도 성큼 우리 앞으로 다가올 것이니 희망을 가져봄직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