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것은 긴장을 야기하고,
긴장은 시간을 더디 가게 하지만,
익숙함은 편함을 불러오고,
자동화된 편함은 시간을 상대적으로 빨리 흐르게 한다.
서주에 온 지 이제 두 달이 거의 다 되었다.
처음 하나하나가 낯설어 잔뜩 긴장한 채로 살아가다 보니 시간이 참으로 더디 가는 듯 싶더니만
이제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점차 익숙해져가고
마주치는 하나하나가 낯설지 않게 여겨지고, 그래서 일상도 익숙하게 흘러가다 보니
한국에서 느꼈던 시간의 속도가 다시 회복된 듯 하다.
벌써 열흘도 전의 일이다.
10월 4일,
국경절 긴 연휴에 숙소에만 박혀 있기가 그래서 유일하게 강소성을 벗어나 여행을 떠났었다.
목적지는 안휘성 북단 숙주시(宿州市)의 영벽현(靈璧縣링비),.
그곳은 옛날 서초패왕 항우와 한나라 유방의 마지막 결전이 벌어졌던 해하성(垓下城)이 있는 곳이자,
자결한 우희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숙주시 영벽현이 안휘성이라고는 하지만
강소성 서주와 바로 인접한 지역이기 때문에 당일 여행도 가능하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교통편을 검색해 보니 기차는 자정 무렵에 두 편이 이어서 있어 불가능하고,
버스가 10시 정도에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오는 편이 오후 3시도 전에 끊기어 당일이 어려운 것 같기도 했다.
1박 한들 어떠랴.
어쨌거나 일단 떠나보자는 간단히 가방을 챙겨[여권 필수] 집에서 나와 시내버스를 타고 서주남터미널로 갔다.
서주남부버스터미널.
37원. 좀 비싼 편이다.
차표는 분명 37원인데 40원을 내라기에 보니 3원 보험금이 추가되었다.
차비에 보험금까지 포함된 게 아닌가.
터미널 대합실.
9번 출구 앞에 영벽(灵璧링비)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내가 일착이다.
잠시 후 출발시간이 다 되어가니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가득 찬다.
그리고 출발, 거의 완행 수준으로 중간중간 많이도 선다.
서주를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창 밖으로 기이한 모양의 돌들이 많이 보인다.
영벽의 벽자가 구슬벽자인데, 바로 이러한 기석이 유명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득 운남성 여행할 때 대리석으로 유명한 대리를 지날 때가 생각난다.
마침 옆자리의 젊은 여자의 고향이 영벽이라고 하기에 저러한 돌은 땅속에서 파낸 것인가라고 물으니 산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영벽이 우희묘도 유명하지만 영벽기석도 유명하며 전시관도 있다고 하며 시간이 되면 한 번 가보라고 권한다.
대략 2시간 반 정도 걸려 영벽 터미널에 도착, 터미널 부근 택시를 타려니 친절한 옆자리 아가씨가 속기 쉬우니 핸드폰 택시어플을 사용하라고 한다.
권하는대로 택시를 호출하니 금방 택시가 온다. 우희묘는 조금 외곽지에 있는 듯, 대략 25원 정도 요금이 나온 듯 하다.
우희묘에 도착. 국경절 연휴라 사람이 조금 보인다.
대문을 들어선다.
여기가 바로 해하성에서 자결한 우희의 시신을 가지고 도망치다가 이 자리에 묻었다고 하는 우희의 무덤.
무덤을 근거로 해서 부근을 하나의 공원으로 조성했다. 여기는 글씨를 조각한 비석을 전시한 곳인 비랑.
우희묘 공원 전체.
한병이략지, 사면초가성. 대왕의기진, 천첩하료생? 한나라 군대가 이미 땅을 다 차지했는지, 사방에 초나라 노래 소리. 대왕의 의기가 다했으니 미천한 제가 어찌 살기를 바라리오? 해하성에서 항우의 <해하가>를 듣고 우희가 부른 절명사인 <답가>.
항우의 <해하가>
역발산혜기개세, 시불리혜추불서. 추불서혜가내하? 우혜우혜내약하?
힘은 산을 뽑을 듯 하고 기상은 세상을 뒤덮을 정도였지만, 시운이 불리하니 오추마가 나아가지를 못하네. 오추마가 나아가지 못하니 이를 어이 하면 좋은가? 우야, 우야, 너는 또 어찌 하랴?
비랑에서 바라본 공원의 한 풍경.
우희의 무덤.
헌화.
정말 우희의 무덤일까란 생각이 살짝 든다.
현대의 조각품.
동그라미 안에 춤을 추는 여인이 우미인.
뒤쪽에서 본 무덤.
우희의 사당?
백옥으로 조각한 우희동상.
바로 이 사람.
인증샷은 필수 ㅎ
우희사당 내부.
천추만대에 빛나는 여성 영웅.
초한전쟁 관련 고사성어 회랑.
다다익선: 유방이 한신에게 자신은 군사를 어느 정도 거느릴 수 있겠느냐고 물으니 10만 정도라고 하자, 그럼 너는 얼마나 거느릴 수 있느냐고 하니 자신은 다다익선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자 유방이 그런데 어찌 내 밑에 있느냐고 하니 대왕은 군사를 거느리는 것은 능하지 못하지만 장수를 잘 거느리기 때문이다 라고 했다 한다.
사면초가.
해하성에 포위된 항우가 사방에 초나라 노래소리를 듣고 이미 한나라 군대가 초나라를 다 차지했다고 생각하고 <해하가>를 지었다. 유방의 휘하 장량의 계책으로, 집을 떠나 오랜 전쟁으로 지친 항우의 초나라 군사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초나라 노래를 불러주니 하나둘 항우에게서 빠져나갔다고 한다. 그래서 사방을 에워싸고 있는 한나라 군대에 이미 초나라 병사들이 다 투항했다고 본 것이다.
한신의 전법. 적은 숫자의 군사로 대군을 대적할 때 쓰는 용병법. 후퇴할 퇴로를 아예 없애버리면 살기 위해서는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게 마련이다.
항우 휘하의 계포라는 장수는 한 번 약속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켰기 때문에 그의 한 번 약속은 천금의 가치가 있다고 한 것이다. 계포일락이라고도 한다.
여기는 또 어딜까?
홍문의 연회를 재현, 설명해 놓은 곳.
해하성에 사면초가 포위당한 항우의 군대를 형용한 말.
자결한 우희를 안고 슬퍼하는 항우.
서초패왕 항우가 우미인과 영별하는 모습.
작고한 장국영(장궈롱)이 우미인으로 주연한 영화 패왕별희가 유명하다.
초한의 전쟁은 지금까지도 장기판으로 남아있다.
항우의 해하가와 우미인의 답가
해하성의 전투를 재현, 설명하는 건물.
그림으로 재현.
전장터에 자신의 애첩을 데리고 다닌 특이한 인물 항우.
다음편에서 계속 더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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