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년 전부터 계획했던 중국에서의 1년 살이가
드디어 내일부터 시작된다.
오랜 시간 준비해온 만큼 거의 완벽한 출발 준비임에도
중국 도착과 함께 곧바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임시로 10여 일 지내야만 되는 현지 상황 때문에
조금은 찜찜한 기분이다.
가려는 학교가 9월 1일부터 초대소에 입소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할 수 없이 짐을 어정쩡하게 푼 상태에서 지내야만 한다.
그래도 좋다.
그 사이 주변 도시, 특히 송나라 수도였던 카이펑(개봉) 여행이나 하면 된다.
요며칠 본격적인 출국 준비를 하면서 든 생각이다.
내가 없을 1년 동안의 집안에 가능하면 나의 흔적을 치우고 가는 게 좋을 듯 해서 이리저리 정리하다 보니,
마치 죽음을 앞두고 가족들에게 유언을 남기는 심정이랄까 뭐 그런 기분이 들어 마음이 이상해진다.
그동안 집안에서의 나의 역할이나 위치, 혹시 나의 부재시에도 집안이 잘 돌아갈까 싶은 걱정이 들기도 한다.
특히 유경재의 모든 것들은 나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데, 내가 없어도 과연 유경재가 제대로 있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아들을 불러다 예초와 텃밭, 태리 관리 등에 대해서 자사하게 당부를 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게 무슨 소용이랴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없으면 남은 가족들이 또 알아서들 잘 할 테고, 설사 잘 못한다고 하더라도 나와 무슨 상관이랴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5년 전에 비명에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이 나서 눈시울이 붉어진다.
늘그막에 그렇게도 가족들에게 자상하시고, 집안일에 열심이셨는데
만약 당신께서 이승의 끝날을 미리 알았더라면 우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얼마나 많았을까 싶은데,
한마디 말도 못 남기시고 불귀의 객이 되었어도 집안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금새 아무일 없었다는 듯 평온을 되찾았으니,
걱정은 떠나는 자의 몫일 뿐, 남은 자는 살아가기 위해 삶의 챗바퀴 속으로 금새 들어가게 될 뿐이다.
이제 내일 아침 이른 시간에 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공항으로 가고 나를 태운 비행기는 시간에 맞춰 상하이홍차오 공항으로 날아갈 테고 내리면 다시 지하철로 홍차오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고 서주로 가게 되겠지.
서주공정대학의 무미 교수가 미리 끊어준 기차표에 의하면 대략 밤 10시가 되어야 서주에 도착하게 될 것이며, 그로부터 본격적인 나의 중국살이 1년이 시작될 것이다.
새로운 만남과 인연들은 또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오늘밤 좋은 꿈을 꿀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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