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옆 공터는 완전히 잡초를 뒤덮혔다.
끝자락에 잡초를 뽑고 상추를 심었더니
두 달이 다 되자 제법 이 정도로 자랐다.
그 사이 농협에 가서 퇴비도 한 포대 사 와서 뿌려 주었고,
내친 김에 이 여름에 파종할 만한 것을 사다가 상추 옆 공간을 더 일구어 씨를 뿌렸다.
잡초의 공간은 날로 줄어들고,
채소의 공간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그러는 동안 나의 여가 시간은 모두 사라지고,
얼마 전까지도 무성하게 짙푸르던 풀밭이
8월 하순으로 접어들자 기세가 한 풀 꺾인 듯
색이 연두색으로 바래지기 시작한다.
잡초라고?
인간에게 유용하지 않다고 해서 제 이름들을 무시당한 채
깡끄리 잡초라고 치부당하다니,
그래서 약간의 애정으로 풀밭 중앙은 남겨두기로 했다.
대신에 머위밭에 자란 풀들은 뽑아주고,
돌을 주어와 경계도 지어주고,
머위 밭 옆으로는 조그만 잔디밭을 만들기로 했다.
시내의 조경가게에 가서 2만 원 어치의 잔디를 사다가 심었다.
너무 좁은 듯 하여 다음에 시간 날 때 좀 더 사다 심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 동진 때 유명한 전원시인 도연명의 싯구가 생각이 난다.
그가 팽택현령을 하다가 80일만에 귀거래사를 지으며 고향으로 돌아와
죽을 때까지 농사를 짓고 살면서 지은 시들 중,
귀원전거(歸園田居) 중의 한 구절,
"뽕나무와 삼은 날로 자라고, 내 밭은 날로 더욱 넓어지네."
(桑痲日已長, 我土日已廣.)
내 이런 어설픈 모습이 전원생활의 흉내가 아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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