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은 날: 2019.2.1.18:30]
주당들에게 술 마실 구실을 대보라면 아마도 공원묘역의 무덤들 만큼이나 이유가 많을 것이다.
2월 첫날이라는 핑계, 게다가 하필이면 불금이니 술을 어찌 찾지 않으랴 ㅎㅎ
중국 사마씨의 서진 시대, 노장사상에 심취하여 현실을 도피해 자연 속에서 술과 현담으로 한 세상을 살았던 "죽림칠현"이란 인물들이 모두 평생을 술독에 빠져 살았었는데,
그 중에서 특히 술을 찬미한 <주덕송(酒德頌)>이란 명문을 남겼던 유령(劉伶)의 일화는 유명하다.
술을 못마시게 바가지를 긁는 아내 때문에,
하루는 아내에게 오늘부터 금주할 것이며, 금주를 신에게 맹세하기 위해 제주를 마련해 오라고 했는데,
아내는 금주라는 말에 반색하며 기꺼이 술을 받아다 그에게 주니,
그는 술을 신에게 올리면서 아녀자의 말에 어찌 따르겠느냐며 그 술을 마시며 또 대취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대단했던 사람들이다.
또 생각나는 것은 한 시절 야구해설가로 이름을 날리던 고 하일성씨가 티비에 출연해서 하던 이야기.
자신이 젊었을 때는 친구들 입대 때 환송을 위한 술자리는 당연했고,
심지어는 동원예비군 훈련 가는 친구를 위해 환송연을 했을 정도라고 했다 하니 그들 또한 대단하며, 그 시대가 대단히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싶다.
어쨌거나
이번 불금의 술자리는 칠금동의 한 양꼬치 집으로 정해졌다.
바로 이 집, 칭따오양고기.
공간을 상당히 여유있게 배치하여,
중앙은 비워두고 양 벽쪽으로 자리를 배치했다.
메뉴판을 보니 다른 양꼬치집들과는 좀 다른 듯,
다른 집들이 기본적으로 꿔바로우 등 한국인이 좋아함직한 몇 가지 중국요리를 비롯해 옥수수온면, 물만두 등이 있는데 비해 이 집은 그런 메뉴 대신에 밀면, 일본오뎅탕 등이 있다.
양꼬치를 맛보기 위해 왔으니, 당연히 양꼬치를 주문한다.
양꼬치엔 칭따오맥주라고 하니 기본적으로 칭따오맥주와 취하기 위해서 바이주를 마시기로 한다.
가격으로는 설원이 나을 듯 한데, 도수가 좀 낮은 게 흠이다.
그래서 늘 마시던 대로 38도의 공부가주(5백ml) 콜.
소금과 즈란을 곁들인 붉은 양념.
야채 샐러드.
월남고추 절임.
명이나물 절임.
시래기국.
얼큰하면서 시원해서 리필할 정도로 좋았다.
불은 참숯불, 불판은 수동 석쇠.
미리 1차 익혀온 양꼬치들이 석쇠 위에 오르고.
뒤집을 때는 한꺼번에 끝을 잡고 석쇠 위에 몇 차례 털면
꼬치에 참숯불의 불맛이 밴다고 한다.
사진에서 보듯 양꼬치의 고기양은 조금 부족한 듯 생각되었다.
다만 고기의 맛은 직화라서 그런지 불맛이 나면서 약간은 촉촉한 맛이었다는 기억이다.
즉, 어떤 집들의 퍽퍽한 양꼬치보다는 나앗다는 말.
양꼬치와 칭따오 맥주, 공부가주가 병이 비어갈수록 우리몸은 점차 취기로 가득해져
마침내는 언제 어떻게 나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2019년 2월 첫날, 불금의 술자리는 그렇게 끝이 났다.
그런데 앞의 사진에 이어서 이러한 낯선 사진이 내 핸드폰 갤러리에 들어있는 게 다음날 발견되었다.
어찌된 셈인가?
부근의 무슨 횟집에 간 것 같은데, 도무지 그 자세한 내막은 기억에 없다. ㅠㅠ
그런데 지금 보니 이 횟집도 특이하다.
양구이가 메뉴에 있는 횟집이라니 ~~
위치는 칠동동주민센터 앞 식당골목 중간 쯤.
酒德頌(주덕송) ____ 劉伶(유령)
(1)
有大人先生하니 以天地爲一朝하고 萬期爲須臾하고 日月爲扃牖하고 八荒爲庭衢라. 行無轍跡하며 居無室廬하고 幕天席地하여 縱意所如라. 止則操巵執觚하며 動則挈榼提壺하여 唯酒是務하니 焉知其餘리오?
大人先生이란 사람이 있었으니 천지개벽 이래의 시간을 하루아침으로 삼고, 만 년을 순간으로 삼으며, 해와 달을 창의 빗장으로 삼고, 광활한 천지를 뜰이나 길거리로 삼았다. 길을 감에 바퀴자국이 없고(大道無門) 거처함에 한정된 집이 없이, 하늘을 천막으로 삼고 땅을 돗자리로 삼으며 마음이 가는대로 내맡긴다. 머물러 있을 때는 크고 작은 술잔을 잡고, 움직일 때는 술통과 술병을 들고 오직 술에만 힘쓰니 어찌 그밖의 것을 알겠는가?
- 大人先生 : 작자 劉伶이 자신을 가리켜 한 말이다. 大人은 老莊에서 말하는 천지 자연의 大道를 얻은 사람. 곧 작자가 자신의 志氣의 광대함을 나타낸 말이다.
- 萬期 : 期는 백년을 뜻함. 곧 헤아릴 수 없는 오랜 세월.
(역자는 萬期를 만백 년으로 번역하였으나, 만 번의 주기 곧 만 년이거나 혹은 만 번의 백년 곧 백만 년을 의미하는 것으로 파악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단순히 생각해보더라도 어느 누가 만백 년이라는 구차하면서도 의미없는 시간 단위를 언급하겠는가? 참고로 중국 사이트에서는 주로 만 년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 須臾수유 : 아주 짧은 시간.
- 扃牖경유 : 빗장과 창문.
- 八荒 : 광활한 천지.
- 轍跡철적 : 수레바퀴의 자취. 즉 사람이나 수레가 언제고 다니는 길.
(行無轍跡이란 설마 수레를 타지 않고 걸어 다니기 때문에 바퀴자국이 없다는 뜻은 아닐테고, 너무나 크기 때문에 그 자취가 일반적인 사람의 눈에는 띄지 않는다는 것이리라. 수레바퀴 자국이 아니라 발자국으로 비유하자면 태평양 정도가 지나간 발자국에 물 고인 정도랄까...그러니 일반적인 사람의 시야에 보일 리가 없겠지라고 생각해본다.)
- 縱意所如 : 마음이 가고자 하는대로 하다.
- 操巵執觚조치집고 : 크고 작은 술잔을 잡음. 巵는 큰 술잔이고, 觚는 모가 난 작은 술잔이다.
- 挈榼提壺설합제호 : 술통을 끌어당기고 술병을 듦. 榼은 술통. 提는 擧의 뜻.
(2)
有貴介公子와 搢紳處士가 聞吾風聲하고 議其所以라. 乃奮袂攘衿하고 怒目切齒하여 陳說禮法하여 是非鋒起라.
귀족 공자 및 고위관리와 隱者들이 대인선생의 소문을 듣고서 그러한 행동을 따지러 왔었다. 곧 소매를 떨치며 옷깃을 걷어 붙이고 눈을 부라리고 이를 갈면서, 예법을 늘어놓고는 칼끝처럼 날카롭게 시비를 따졌다.
- 貴介 : 신분이 귀한 사람. 介는 大의 뜻.
- 公子 : 귀족의 자제.
- 搢紳진신 : 본디는 笏홀을 朝服의 大帶에 꽂는다는 뜻인데, 轉하여 貴顯한 사람. 즉 높은 벼슬아치.
(이 책에서 뿐만이 아니라 간혹 중국 사이트의 글에서도 搢대신 縉이라고 표현된 곳도 있는데 둘 다 꽂는다라는 동일한 의미의 단어이고, 아래 조맹부의 글에서도 搢이라고 되어 있기에 이 단어로 통일하여 사용한다.)
- 處士 : 초야에 묻혀 사는 덕이 높은 선비.
- 是非鋒起 : 옳고 그른 것을 따지는 것이 칼날의 끝으로 찌르듯 날카롭다.
(3)
先生於是에 方捧甖承槽하고 銜盃漱醪하여 奮髥踑踞하여 枕麴藉糟하니 無思無慮요 其樂陶陶라. 兀然而醉하고 恍爾而醒하여 靜聽不聞雷霆之聲이오 熟視不見泰山之形이라. 不覺寒暑之切肌와 嗜慾之感情하여 俯觀萬物에 擾擾焉如江漢之浮萍이오 二豪侍側焉에 如蜾蠃之與螟蛉이러라.
대인선생은 이때에 바로 술단지를 들고 술통을 받들고는 술잔을 입에 대고 탁주를 마시고서, 수염을 떨고 두 다리를 쭉뻗고 앉아서는 누룩을 베개로 삼고 술찌게미를 깔고 누웠는데, 생각도 없고 걱정도 없으며 오직 즐거움만이 도도하였다. 멍청히 취해 있는가 하면 어슴푸레히 깨어 있기도 하는데, 조용히 들어 보아도 우뢰소리가 들리지 않고, 자세히 보아도 태산의 형상이 보이지 않으며, 피부에 파고드는 추위와 더위나 기호와 욕심의 감정도 느끼지 못하였다. 만물을 굽어보니 어지러이 마치 장강이나 漢水에 떠있는 부평초와 같았다. 따지러온 두 호걸이 옆에 서 있어도 마치 나나니벌과 배추벌레나 같았다.
- 捧甖承槽봉앵승조 : 술단지를 들고 술통을 받듬. 甖은 작은 술단지. 槽는 술을 저장해 놓는 통.
- 漱醪수료 : 탁주로 양치질 함. 즉 탁주를 마신다는 뜻이다.
- 奮髥분염 : 수염을 떨침. 一說에는 술이 묻은 수염을 손으로 쓰다듬는다는 뜻이라고 함.
(상황적으로 봤을 때 一說이란 것이 훨씬 타당해 보인다.)
- 踑踞기거 : 두 다리를 쭉 뻗고 앉음.
- 枕麴藉糟침국자조 : 누룩을 베개삼고 지게미를 깔고 누움. 麴은 누룩. 糟는 술을 거른 지게미.
- 陶陶도도 : 和樂한 모양.
- 兀然올연 : 아무 것도 모르는. 멍청한.
- 恍爾황이 : 희미한.
- 寒暑之切肌한서지절기 : 살가죽을 파고드는 추위와 더위.
- 擾擾요요: 많은 것이 뒤섞여 어지러운 모양.
- 江漢 : 長江과 漢水.
- 蜾蠃과라 : 나나니벌. 가늘고 작은 벌.
- 螟蛉명령 : 나비나 나방류의 유충. 배추벌레. 나나니벌이 명령을 잡아다 새끼를 먹이는데, 옛사람들은 나나니벌이 명령을 잡아다가 나나니벌로 길러낸다고 생각했었다.
출처 : 신완역 고문진보 후집/김학주 역저/명문당
[출처]
유령_주덕송(劉伶_酒德頌)/고문진보 후집|작성자
붕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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