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3. 17:30]
설날 연휴를 맞아 일찌감치 귀성길에 올랐다.
오전에 출발했음에도 일부 구간은 벌써 정체다.
뉴스를 보니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길에 나서는 여행객들 또한
올해가 신기록이라고 하는데, 그야말로 민족 대이동인 셈이다.
매년 맞는 설이나 추석이지만 요즘 들어 조상에게 올례는 차례 폐지 여부 및 방식의 변경 등에 관해 논의가 뜨겁다.
일전에 퇴계종손은 설, 추석은 차례를 아예 지내지 않고
그냥 휴일로 즐긴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는데, 하긴 조상에 대한 차례나 제사 등 전통 풍속도
핸드폰의 변화 속도만큼이나 빨라진 시대의 변화에 맞게 어느 정도 변화를 주어야 마땅한 듯 하다.
그 일례로
조상의 산소들이 이 산 저 산 산재해 있다보니 후손들이 벌초나 성묘, 시제 등이 어렵다고 해서
요즘은 차량의 접근성이 좋은 야트막한 산지에 새롭게 선영을 조성해 산소들을 모두 이장하여
단출하게 묘비 정도만 남긴 새로운 선영을 만드는 게 유행이다.
제사도 한때 양반가들이 다투어 지내던 사대봉사는 일찌감치 이대봉사(할아버지, 아버지) 정도로 줄이는 게 대세이며,
이마저도 조부, 조모의 합제나 제사날짜를 주말로 잡는 등 변화가 한창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예측컨대
앞으로 5-10년 후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조상 숭배 문화들이 등장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건 그렇고
우리는 시골에 도착 즉시,
지난 1월 13일, 팔순 생신 이후 다시 찾은 어머님을 모시고 저녁 외식을 위해 미리 검색해 둔 유강의 한 아구찜 집으로 향했다.
집에서 불과 10여 분만에 도착한 바로 이 집, 동화식당.
아구찜은 물론 대구뽈찜도 잘하는 모양이다.
여기 유강은 연일읍에 속한다.
문득 중학교 때 뉴스를 통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철도건널목 교통사고 기억이 떠오른다.
마침 등교길에 학생들을 빼곡히 실었던 시내버스가 기차건널목을 지나다 기차와 충돌하여 엄청난 희생자를 내었던 새삼스런 그 기억이 갑자기 가슴을 아리게 한다. 아~~ ㅠㅠ
지금은 도시의 팽창과 함께 옛날의 흔적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대목 밑이라 다들 귀성길에 올랐을 터이고,
그렇지 않은 집들은 설날을 위해 마련한 음식들이 가득할 테니
이런 날 식당을 찾는 사람이 우리 말고 또 누가 있으랴 싶기도 하다.
공간은 중앙홀, 그리고 그 옆으로 미닫이 문으로 차단된 긴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필요하다면 중앙을 커튼으로 가려도 되고.
더 좁게는 가림벽으로 가려도 된다.
메뉴판.
대부분 나의 구미가 당기는 음식이다.
갈치찌개도 좋겠고, 소(고기)찌개도 괜찮을 듯 하고,
찌개 종류도 착한 가격과 함께 한 번 맛봤으면 싶은 메뉴들이다.
그러나,
오늘은 첫 방문이니 이 집의 대표 메뉴인 아구찜을 먹기로 한다.
어머님 포함 총 5명이니, 아구찜대자 하나와 국물 있는 동태찌개 2인분을 주문해본다.
아구찜이나 대구뽈찜이 다른 지역, 식당들에 비해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주문이 끝나고 잠시 기다리니
큰 뚝배기에 먹음직스러운 계란찜(탕?)이 일등으로 상에 오른다.
그리고 이어지는 밑반찬들.
이렇게 중앙의 주인공 메뉴 자리를 남겨 둔채 1차로 상이 차려지고.
이어서 오늘의 메인디쉬 아구찜이 자리를 잡는다.
적당한 매운 맛에 부드러우면서도 아삭한 콩나물이 아귓살과 어우러져 깊은 맛을 낸다.
맛이 괜찮다.
아구찜 뒤를 이어 동태탕이 상에 오른다.
그렇게 맵지는 않으면서 얼큰한 동태탕이 아구찜으로 얼얼해진 입속을 위로해주어 좋다.
2019년 돼지해의 설 연휴를 멋지게 보내자고 다짐도 하면서 삼대가 함께 하는 만찬은 즐겁다.
이렇게 아구찜에 밥을 비벼도 맛이 그럴 듯 하다.
유강의 동화식당 아구찜, 해산물 찜을 먹은 후 후회하지 않은 적이 거의 없었던 기억에 비하면 이 집은 확실히 괜찮은 집이라 추천할 만하다고 하겠다.
대구뽈찜을 맛보기 위해 훗날을 기약할 맛집이다.
추가: 위치는 약간 변동 있지만 유강에서 20년 넘게 운영해온 식당이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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