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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맛집

[경주맛집] 경주에 가면 한번쯤 들러볼 한식집 보문단지의 진수성찬

by 유경재 2018. 1. 4.

작년 봄, 5월 5일

어버이날 겸 겸사겸사 아이들 모두와 함께 고향집에 들렀다.

아침부터 두 딸을 위해 아내가 만든 실용한복 한꾸러미를 가지고 우선 조상의 사당이 있는 운곡서원으로 향했다.

옷을 갈아입히고, 사진 촬영.

오래된 폰이라 실물에 비해 화질이 영 아니다.

이곳이 운곡서원 본채.

서원 뒷쪽 건물이 안동권씨 시조 태사공을 봉향하는 전국 유일의 사당인 태사묘가 있다.

(좌우로 동무배향은 죽림공 산해, 서무배향은 귀봉공 덕린)

이 서원은 정조 8년 1784년에 건립되었으니, 역사가 200년이 훌쩍 넘는다.

나의 대학 3학년 여름방학 때가 다시 떠오른다.

입학과 함께 반유신독재 데모, 2학기 박통의 피살, 유신독재의 종말, 그리고

12.12, 민주화의 봄은 꽃을 피우지 못하고 다시 5.18로 이어지고,

군부독재 타도 데모, 휴교와 휴업의 연속,

나의 대학 2년은 그렇게 흘러가버리고, 시험도 치루지 않은 성적은 겨우 학사경고나 면할 정도.

이래서는 안된다는 절박감, 3학년 여름방학 달랑 전공서적 몇 권, 쌀 한 말 싸들고 찾은 곳이 바로 여기 이곳이다.

식사는 서원관리인 집에서 해결하고, 서원의 방 한 칸을 차지한 채 밤낮으로 전공책을 외우고 또 외웠다.

그리고 한 달 후, 하산? 2학기부터는 전공수업에 자신이 붙고...

아마도 오늘 이 자리는 그 때 그 한 달이 아니었나 싶으며,

그 때 이후 무엇이든 집중적으로 달려들어 한계를 넘어버려야 한다는 걸 깨달았던 바로 그 곳.

이 아이들은 알려나


서원 동편 끝자락의 유연정.

순조 11년 1811년 건립되었으며, 중국의 전원시의 대가인 동진-송의 도연명의 <음주>20수 중 제5수의 중간 부분인,

 "采菊東籬下(채국동리하)  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를 따는데

悠然見南山(유연견남산)  아스라이 남산이 눈에 들어오네"

에서 따온 것으로 생각된다.

정자 옆으로 용추폭포의 물소리가 시원했었다.

중학교 때 1박2일 초등학교 반창회를 했던 추억이 서린 곳에

오늘 나의 2세들이 다시 자기들 추억을 사진에 담고 있다.  


나의 분신, 삼남매~~

부디 큰 굴곡없는 삶을 살 수 있기를.

아이들 뒷편의 은행나무는 태사묘 동무배향의 선조인 단종의 이모부 죽림공 권산해와 관련된 나무이다.

사육신의 참사 소식을 들은 죽림공은 누각 위에서 투신자결로 순절하니, 이후 세조는 금고100년이란 혹독한 보복을 가하게 되어 우리 조상들의 관계 진출이 차단되었는데, 이후 조정이 몇 차례 바뀌자 후손들이 신원을 상소하고, 마침내 정조 13년 1789년 죽림공의 12세손인 갈산공 종락께서 죽림공의 복작교지를 받아서 고향으로 내려오는 길에, 순흥(영주)의 한 객사 옆에 있는 은행나무 가지 하나를 꺽어서 5월 15일 출발, 4백여 이를 걸어서 6.16일 이곳에 도착하여 심으려고 하니, 나뭇가지가 다 말라비틀어져서 살 수 없을 지경이었는데, 갈산공께서, 죽림공의 충절이 다시 빛나듯 이 나무도 반드시 다시 소생할 것이라고 말하며 심었던 것이라고 한다. 대단한 나무다.

요즘 종종 느끼는 것은 우리 인간들보다 식물들이 더 고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운곡서원을 빠져나와 경주로 향한다.

우선 출출하니 식사부터 해결하자.

아이들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할머니에게 괜찮을 메뉴와 맛집을 알려준다.

일단 가보자.


진수성찬. 말처럼 산해진미가 푸짐하리라.


보문단지 중간쯤에 있다.

물레방아 부근.


공간이 워낙 넓어 그 넓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인터넷상에는 석쇠불고기가 괜찮다고 하던데...







우리는 한우불고기정식을 먹기로 했다.


불고기.




한우불고기정식 상차림.

명실상부한 맛은 아닌 듯. 그냥 유명 맛집이니 한번쯤 찾을 만한 집인 정도.




다음에 혹 다시 찾게 되면 꼭 석쇠불고기를 먹어보기로 하고 식당을 나와서

모교 부근의 분황사를 찾았다.


어머님의 허리는 갈수록 굽어간다.

더 늦기 전에 좋은 곳 많이 구경시켜드려야 한다 생각하니 조바심이 난다.


분황사를 나와서 바로 앞 신라 최대의 사찰이었던 황룡사의 터를 찾았다.

그렇게 우리의 2017년 5월은 또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을 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