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을 다녀 온 다음 날은
학회 일정상 희망에 따라 두 팀으로 나눠서 탐방을 떠난다고 한다.
하나는 북한이고, 하나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
나는 원래 북한에 갈 수 있으면 가고, 그렇지 못하면 차선으로 러시아에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운이 나쁘게도 두 곳 다 가지 못하는 운명을 만나고 말았다.
이유인 즉,
북한은 한국 국적인 사람은 절대 불가이고(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
러시아는 일정상, 나의 귀국날 저녁에 연길로 돌아오게 되어 있어서 부득이하게 두 곳 다 참여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
비행기표를 좀 늦출 생각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하루빨리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이 더 간절했기 때문에 러시아 여행을 포기하기로 했다.
게다가 한국은 내가 없는 사이 청주와 충주 지역에 폭우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하는데...
빨리 돌아가 복구를 도와야 한다는 마음도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잠시 중국의 일반적 학회 일정을 소개하면,
거의 대부분 학회들이 보통 전체 일주일 전후의 일정을 가지는데, 그 중 하루 이틀 정도 학술대회를 가지고,
나머지 일정은 지역 탐사라는 명목으로 여행을 하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중국의 학회만 자주 참석해도 중국여행을 많이 할 수 있게 되는 장점이 있다.
어쨌거나
나는 두 지역 모두 가지 못하니, 혼자서 2박3일 일정으로 연길시내 위주로 그야말로 느긋하게 힐링의 여행 시간을 가질 생각이었다.
그런데, 나를 이 학회에 참석케 해준 연변대학의 쑨 교수가 다음날 아침 일찍 호텔로 찾아와 함께 아침을 먹게 되었는데,
그가 제안하기로, 자신과 자신의 대학원생 제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고, 오후에는 박물관이든 어디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자기 학생들이 나를 동행해 가이드해 주겠다고 했다.
내가 한사코 사양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어쩔 수 없이 점심을 함께 하기로 했는데...
이른 점심 시간에 쑨 교수의 안내에 따라 찾아간 식당은
바로 개장집이라는 이름의 보신탕집.
사전에 나에게 양해도 구하지 않고 막무가내식이다. ㅠㅠ
처음에는 고원전설이란 집에 가는 줄 알고, 양고기를 예상했었는데...
바로 옆 신련자라는 개고기집이었다 ㅠㅠ
싫어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여름에는 개고기가 최고라고 하면서 나를 끌고 들어간다.ㅠㅠ
쑨교수가 아는 단골 맛집이라고 하는데, 공간이 상당이 넓다.
홀 옆으로는 독립된 방이 있는데, 그 중 한 곳으로 들어간다.
맨 뒷쪽 손짓하는 남학생은 나를 호텔에서 여기까지 안내해온 연변대학교 중문과 대학원생.
한족인데 우리말을 어느 정도 구사한다.
이 학생과 나머지 두 학생 포함, 이번 학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도와주고 있다.
메뉴를 잠시 볼까?
이 식당 대표 메뉴가 바로 개고기 훠꿔.
나는 그냥 메뉴판 구경만 할 뿐 주문은 당연히 쑨 교수 몫이다.
나의 음주 취향을 잘 알고 있는 쑨 교수,
아예 밖에서 백주 한 병을 사 왔다.
이건 궈디.
이른바 훠궈 육수.
이어서 삶은 수육이 들어오는데, 비계치 있는 고기와 살코기 두 종류.
그냥 먹어도 될 법 한데, 솥에 쏱아붓는다.
연변의 순대.
우리의 순대와는 좀 다르게, 안에 그냥 찹쌀밥뿐이다.
그래도 쫀득하니 맛은 괜찮다.
이건 양념장.
개의 내장을 으깨고 거기에 고춧가루 등을 섞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일단 말만 듣고는 거부감이 들었으나,
고기를 한 번 찍어먹어 본 후로는 이 양념장 없이는 먹지 못할 정도였다.
신기하게도,
일행 10명 중 개고기 못먹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중간이 쑨 교수.
우리말을 거의 못하는 줄 알았는데,
이야기 중에 자신이 김일성종합대학에서 1년 유학했다고 하니,
비록 말은 하지 않더라고 우리말을 어느 정도 할 줄 알 것이다.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어떻게 그렇게 호락호락 공부를 시켰겠는가 ㅎㅎ
그 왼쪽은 자기 대학원생 제자의 엄마,
하문에서 왔다고 한다.
나도 2015년 하문을 여행했다고 하니 한참 이야기가 된다.
연변대학교 중문과 대학원생들.
중간의 남학생의 엄마가 바로 위의 여자.
이들 외에도 학회 도우미 대학원생 세 명이 더 자리했었는데,
급히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가버리는 바람에 사진에 담지 못했다.
보신탕 세트 메뉴.
보신탕의 본고장 연길에서 제대로 보신탕의 맛을 본 시간이었다.
고기가 부드럽고, 전혀 거부감이 없을 정도.
말하지 않았다면 그냥 양고기 전골 정도인 줄 알았을 것 같다.
2007년 장춘에 갔을 때 일반 식당에서도 메뉴 한쪽은 항상 개고기 메뉴가 있었던 걸로 보고,
이 지역 길림성 사람들, 특히 조선족들은 개고기를 정말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진짜 그 본고장에 맛을 보게 될 줄이야...ㅎㅎㅎ
이 지역은 명태도 유명한 모양이다.
점심 식사 후 대학원생 두 사람의 안내로 택시를 타고, 시 외곽에 있는 연변박물관으로 향했는데,
내가 쑨교수에게 한국은 월요일에는 박물관이 휴관이니 아마 여기도 그럴 것 아니냐고 하니,
아니라고 하고, 택시 기사조차도 아니라고 하니 기꺼이 찾아갔던 박물관은 휴관이었다.
연변박물관의 모습.
닫힌 문 앞에서 기념 촬영 ㅎㅎㅎ
택시에서 내릴 때까지도 멀쩡하던 하늘이,
갑자기 열대지역의 스콜처럼 요란한 번개천둥과 함께 한 바탕 소나기를 뿌린다.
어찌 하나?
점심 때 반주로 먹은 백주로 오로지 숙소로 돌아가 쉬고 싶을 따름이다.
시간이 지나니 비는 더 요란하게 쏟아진다.
나를 안내했던 두 대학원생 왕펑과 쑨팅.
이들이 한참을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더니 얼마 후 빈 택시 한 대가 우리 앞에 도착했다.
아마도 콜택시였던 모양이다.
시내로 돌아오니, 시내에는 비가 온 흔적이 없다.
우리의 여름 국지성 호우처럼, 여기도 마찬가지인 듯.
대학원생들과 헤어진 후, 호텔에 돌아와 쉰다.
저녁에는 한국의 지인 한 분과 인연이 있는[그 지인의 부인이 바로 연길 출신 조선족이다] 한 가족을 만나게 되었다.
그들이 나를 위해 소개한 연길 특색 맛집이라고 하는 한 꼬치집.
이 집 상호는 연길 공항에 내리면서 처음 대한 공항 내의 광고를 통해서였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초대한 지인의 처남 조선족의 학교 동기동창이 사장으로 있는 전국 60여 개 유명 체인점이라고 한다.
내부는 꽤 현대적이고 넓다.
여러 종류의 소스.
양꼬치는 즉석에서 꽤어야 맛이 좋다~~
미국에도 분점이 있을 정도이니, 아마 한국에도 있을 것이다.
27년 전통의 57개 체인점을 가졌다.
양꼬치 하나에 2.5원, 대략 400원.
양고기뿐아니라 소고기 돼지고기까지.
중간이 바로 지인의 처남, 그리고 그의 고등학생 아들.
지인의 처남댁과 질녀.
처남댁은 대화 중에 알고 보니 현직 교사이며, 나와 같은 성씨다.
그래서 유독 대화가 화기애애해지고.
질녀는 연변대학 문예이론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고생이 많다.
원래는 자동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었으나,
도로 이렇게 수동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본토에서 먹는 양꼬치, 정말 육즙이 줄줄 흐른다.
미리 구워져 나오는 양갈비.
가장 맛있게 먹었던 걸로 기억된다.
마지막으로 후식(중국인에게는 주식)으로 역시 이 지역 특색인 냉면.
냉면은 보기엔 푸짐해도 맛에는 뭔가 부족한 듯, 아마도 우리와 식성이 달라서일 것이다.
보신탕집 명함.
꼬치집 명함.
이것은 다음날 투먼시에 갔다가 돌아와 이른 저녁식사를 했던 한 소고기국집.
이것이 바로 소고기 따로국밥.
너무 기름져서 내 입에는 맞지 않았다.
그런데 안내하는 두 여학생은 깨끗이 비운다.
빨간 반찬은 먹어보니 얼핏 명태포무침 같은데,
실제로는 소고기근육살 무침이라고 한다.
여학생들이 무척 좋아했으며, 남으니 포장해서 가져간다.
백두산 여행 다음날은 점심과 저녁으로, 이렇게 연길의 대표적인 요리, 보신탕과 꼬치를 실컷 맛보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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