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청지 관람을 마치고,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면 바로 병마용이다.
버스 종점에서 병마용 정문까지는 조금 걸어야 하는데, 유료 전동차를 탈 정도로 멀지는 않다.
차에서 내려 입구까지 걸어가는데, 그야말로 춥고 배고프다.
그제사 점심을 먹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여러 식당 중에 한 곳에 들어가 요기를 한다.
국수는 언제 먹어도 좋다.
식사 후 입장권을 사서 병마용을 보기 위해 들어간다.
정식 명칭은 진시황병마용박물관.
이전에 산동성 곡부에 갔을 때 느낀 것은 2500년 전의 공자님이 지금도 한 지역을 먹여살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곳을 보니, 서안은 분서갱유의 주인공인 진시황이 먹여살리고 있는 듯 하다.
이 추운 날씨에도 관람객은 줄을 잇는다.
발굴 순서에 따라 몇 호, 몇 호 하면서 몇 개의 갱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갱인 1호갱에 들어서자 일단 그 웅장한 규모에 놀라게 된다.
지위가 높을수록, 가진 게 많을수록 죽음을 인정하기가 싫을 지도.
그래서 천하의 황제 진시황이 어찌 죽음을 쉽게 맞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동방으로 선남선녀를 파견해 불로초를 찾아오게 했던 모양이다.
아니 죽음 자체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으리라.
그래서 사후에도 생전처럼 여전히 세상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었고,
그래서 천자의 지위를 사후 세계에서도 누리고 싶었으리라.
그러나 어쩌랴.
그도 지천명의 수명도 채 누리지 못했으니.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특히 고대 유적지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라는데,
한편으로는 거기에 동원된 인력과
그 인력의 희생들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된다.
만리장성이 그렇고, 명십삼릉이 그렇고...
2천 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직접 보고 있다.
마치 그 당시 사람들과 만나고 있는 착각이 언뜻 든다.
거의 사람의 실재 사이즈처럼 보인다.
어느 곳에 이르자 이렇게 돈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해 놓은 곳도 있다.
여긴 아직 발굴이 안된 듯.
아마도 그 높이로 보아 속의 병마용들이 부수어진 것으로 판단한 듯 하다.
흔적들.
3호갱까지 관람 완료.
뭔가 허전하고 무상한 느낌이다.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식당이나 기념품 가게가 도열하듯 늘어서 있다.
흰 글씨로는 중경과 사천 음식 전문이라고 하면서, 막상 상호는 섬서성 식당이라고 하니,
어찌 되었던 간에 손님만 많이 받으면 된다는 말씀.
한나라 때 음악 관서를 '악부'라고 하였듯이, 식당은 음식을 관장하는 곳이란 뜻으로 '식부'라고도 하는 모양이다.
이 집도 뺭뺭면을 파는 모양이다. 글자를 자세히 보며 획수를 헤아려보니 대충 58획 정도 된다.
큰 글자 밑에 글자에 대한 풀이가 있다.
점 하나는 하늘로 날아오르고, 황하의 두 줄기 구비흐르고, 여덟 팔자로 입을 크게 벌리며, 말씀 언자가 안을 향해 달려간다.
왼쪽으로 한 번 비틀고, 오른쪽으로 한 번 비틀고, 너도 장수하고 나도 장수한다...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로 돌아오면서 서안의 핵심 두 곳의 여행을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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