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개천절을 포함한 3일 연휴 전날 저녁이었다.
학창시절 절친이었던 두 친구가 각각 서울에서 대구에서 불원천리 중원으로 모였다.
만나자 마자 반가운 마음에 우선 천변의 토속시장 안쪽에서 도토리묵을 안주 삼아 동동주 한 단지를 비운 후
숙소에 짐을 풀고 밖으로 나와 저녁식사 할 식당을 찾았다.
수안보는 온천으로 유명하다.
아주 오래 전, 그러니까 대략 10여 년 전에만 해도 주말이면 수안보 전역이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댔었다.
그런데 전국에 스파다 뭐다 하면서 대형 물놀이시설과 현대식 온천이 개발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수안보를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고,
지금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연휴 전날 밤이건만 거리에 사람들이 드물고,
그래서 그런지 한 집 건너 한 집씩은 불꺼진 가게들이 많이 보인다.
수안보 관내 중앙거리에 설치된 오색등 장식.
면민들의 자구노력을 엿볼 수 있다.
수안보에서 비교적 유명한 산채전문점으로 알려져 있는 청솔식당을 찾았다.
붐빌 줄로 알았던 식당 안이 어째 휑하다.
관월관화색색호: 달 구경 꽃 구경 색색이 아름답지만
불여일가화안색: 온가족 화락한 얼굴빛만 같으랴
탄금락추성성호: 거문고 가락 소리소리 좋건만
불여자손독서성: 자손들 책 읽는 소리보단 못하네
산채와 버섯, 더덕, 두부 등이 주 메뉴이다.
가을이니 버섯전골을 먹기로 했는데,
더덕도 먹고 싶으니 어쩌나.
버섯전골.
그런데 두 음식 모두 맛에 대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왜?
안주도 나오기 전에 벌써 소맥을 말기 시작했으니...
더덕구이가 상에 오를 때 쯤 벌써 취기가 많이 오른 상태이니
음식들은 거의 젓가락도 대지 않았었던 것 같다.
그렇게 불목[불타는 목요일]의 밤은 술에 취하고 정에 취하면서 깊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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