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우환이 있으면
가족 모두가 힘들다.
그러나 이미 닥친 우환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나아가 헤쳐나갈 슬기를 발휘해야 한다.
우선은 내게 닥친 운명 같은 현실을 조용하게, 그리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관조해본다.
그리고 요동없는 마음상태로 어떻게 풀어나갈 지를 생각하면
조금은 편안하게, 그리고 분명하게 그 길이 보이게 된다.
서두가 길었다.
지난 8월 하순이었던 모양이다.
어쩌다 보니
딸과 함께 단 둘이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집 주변을 나섰다가
우연히 발견한 옛이야기란 민속촌을 들어서게 되었다.
이름에서 상당히 낭만적인 느낌을 받은데다
식당 입구의 메뉴를 보노라니
예전에 자주 찾던 문화회관 옆 민속촌 옛터를 연상하게 만들었다.
위치는 연수동 두진아파트 앞 일방도로 끝부분 쪽인데,
중국에 가기 전에는 이곳이 아마 한식집이었던 걸로 기억이 된다.
전, 막걸리, 홍어탕, 옛...
뭔가 옛터의 분위기와 흡사하다.
그 이후로도 자주 찾게 되었다는...
사장님의 이름도 낯이 익다.
알고 보니 문화회관 옆의 그 옛터 사장님이 맞다.
몇 년 전에 그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쉬고 있다가
얼마 전부터 이곳에 새로 그와 유사한 맛집을 열었다고 했다.
집이 가까우니 금상첨화다.
메뉴들.
현관을 들어서면 중앙에 홀이 있고 두 면에는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방 옆 방은 오픈된 큰 방이며, 다른 쪽은 독립된 작은 방으로 되어 있다.
메뉴책자.
예전 옛터의 메뉴들이 그대로다.
아쉬운 것은 모듬전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는 것.
사장님 모듬전을 메뉴에 추가해주세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정갈한 반찬들...
모듬전 대신에 메밀전병.
부족하다 싶어 해물파전을 추가시킨다.
다음에 들렀을 때 먹은 자연산버섯 전골.
현관 입구의 장식들.
뭔가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
누군가...
사장님과 스타들?
두번째의 저 남자는 '잠자는 공주'의 신유가 아닌지...
정겨운 풍경들.
최근에 들렀을 때는 술을 너무 마셨다.
고주망태가 되어 다시 2차, 3차를 갔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니 다음날 아침.
큰일이다.
핸드폰이 없다.
우여곡절 끝에 연락이 닿아 다음날 저녁 연락이 온 곳으로 찾아가니
구 연수동상가에 있는 한 선술집.
사장님왈, 간밤 자정을 넘긴 시간에 한 남자(나)가 비틀거리며 자기 식당쪽으로 오더니
문으로 들어서는가 싶더니 식당 앞 턱에 앉아서 졸더란다.
안으로 들이고 싶어도 안에 손님이 많아서
그럴 수가 없어 잠시 자게 두었는데
나중에 나와 보니 사람은 간데 없고, 그 자리에 핸드폰만 덩그러니 남아있더란다.
그래서 내것인 줄 알고, 그 밤에 통화기록에 따라 몇 곳에 연락하니 받지 않았고,
다음날 다시 식당이 문을 여는 시간인 저녁 나절에야 연락이 닿아 이렇게 내게 전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다음에 반드시 단골식당으로 삼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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