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귀국할 날짜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그간 중국, 특히나 이곳 상해대학에서의 1년을 보내면서 줄곧 들었던 생각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무슨 일이든지 급하게 하지 말고, 천천히 하되 하나라도 철저히 하면서 어제와는 진보된 오늘이 되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정체 또는 머물러 있지만 않다면 그것은 분명 발전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정신이 바로 “만만디”의 원래 뜻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흔히들 요즘 중국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결코 만만디가 아니라고 한다. 실재로 중국사람들과 함께 단체여행을 다녀봐도 식사를 우리보다도 더 빨리 끝내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그래서 현대의 중국인에 대한 수식어로 만만디란 말이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러나,
상해대학의 1년 간의 조용한 변화를 보면서, 그리고 크게는 신해혁명 이후 중국의 현대화 과정을 반추하고, 그리고 지금의 중국이란 나라의 발전과정을 지켜보면서, 만만디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음미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정체해있는 듯 하지만 어느 순간 저만큼 앞서가 있다는 느낌 바로 그것이다.
얼마 전 어느 기관에서 시행한 아시아 대학평가순위가 발표된 뉴스를 본 적이 있다.[대학평가의 잣대, 자체를 신뢰하지는 않지만] 거기에 상해대학이 70위에 올라있는데, 해당 뉴스에서는 특별히 상해대학의 발전속도가 두드러진다고 평가해놓고 있었다. 실재로 그 안에서 생활하면서 지켜 본 상해대학은 조용한 가운데 장기적인 안목으로 마치 정체된 듯 하지만 조금씩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누가 만든 비젼인지는 모르되 그 큰 비젼을 향해, 그야말로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그러나 중단이나 후퇴없이 발전을 지속해나가는 모습이 지금의 상해대학이라고 볼 수 있겠다.
각도를 조금 돌려보면,다른 모든 분야가 그렇지 않을까.
대학에는 총장의 교체와 관계없이 지속적인 발전이 이루어져야 하고, 국가는 대통령과 상관없이 국가와 민족의 큰 비젼을 향해 지속적으로 발전해가야 한다. 중간중간 교체되는 총장이나 대통령은 지속적 발전과 전진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조금씩이나마 없앨 수 있고, 지속적 발전과 전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된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굳이 자기가, 자기 재임기간 동안 뚜렷한 업적을 남기고자, 또는 무언가를 바꿔보고자하는 욕심 때문에 학교가 피곤하고, 국가가 피곤해지고, 결국 원래의 방향조차도 잃고 우왕좌왕하게 된다. 크게는 원래보다 후퇴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기도 한다.
이뿐인가.
최근 새로 지명된 내각 수반들이 청문회를 앞두고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여 좋지 않은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특히 교육부장관후보자 등 몇 명은 논문표절 의혹이 무성하다. 이것이 바로 만만디 정신을 망각하고 눈앞의 이익에만 현혹되어 자신의 전체 인생에 오점을 남기게 된 좋은 예가 아닐까. 비록 그 이면에는 질보다는 양을 우선시하는 경쟁체제를 조장하고 있는 위정자와 정부[교육부]가 자리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학문경력 전체에 대한 조망을 폐기하고 조급하게 반응하는 것은 자신의 실책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회의 모든 분야,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급해서는 될 게 없다. 늦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확실하게 조금씩조금씩 진보해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만만디 정신일 것이며, 위로는 내가 못하면 내 아들, 그리고 그 손자가 하면 된다는 "우공이산"의 지혜와 연결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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