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꽤나 중국을 오고 갔고 장기간 체류하기도 했지만 아직 운남성은 가 보지 못했다.
이번의 상해 1년 체류 기간 동안의 첫번째 여행 목표지로 삼았었는데, 어영부영 하는 동안 어느새
그 1년이 끝나가려 하고 있다.
조급하다.
그래서 급히 계획을 세우고 인터넷을 통해 가격이나 정보도 비교하던 끝에, 마침내
운남여행을 성사시키게 되어 지난 6일부터 장장 12일 간의 여행을 다녀왔다.
본래 운남성은 사시사철 꽃이 피는 봄날 같다고 하여 춘성(春城)이라고도 하는,
날씨가 덥지도 춥지도 않는 살기 좋은 곳이다.
게다가 중국의 서남단 국경지대에 있다 보니 중앙정부의 세력이 미치기 어려운 지역인데다
산수가 깊고 수려하다 보니 정치와는 다른 무협의 세계가 펼쳐지던 곳이기도 하다.
내가 특별히 운남성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33년 영국의 소설가 제임스 힐튼이 쓴 소설 <Lost Horizon>(잃어버린 지평선)과 이에 바탕한 1937년 로널드 콜만, 제인 와이어트 주연의 동명의 영화 때문이다.
이들 작품에서 묘사하고 있는 시공간을 초월한 유토피아가 바로 샹그릴라[中甸]인데, 어쩌면 세상에는 그런 유토피아, 이상향이 아직도 존재할 것만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후 나의 연구 방향도 세상에 다툼이 없는 살기좋은 이상향 구현을 위한 해답을 중국고전에서 찾는 것으로 전환되었던 것이었다.
어렵게 다녀온 운남성 여행, 그러나 장기간의 여행에 지치기도 했거니와 상해로 돌아오니 해야할 묵은 숙제들이 산적해서
여행기를 제대로 기록하지 못하고 그야말로 주마간산격으로나마도 기록해 둬야 할 것 같아 이렇게 여행기의 막을 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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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맞춰 상해 홍챠오제2터미널에 도착, 공항 내로 들어가 부칠 짐이 없으니 자동발매기에서 표를 뽑고 나니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이리저리 쇼핑도 하고 시간을 보내다가 드디어 탑승. 그런데 탑승 이후 이륙까지 무려 한 시간 이상 대기, 활주로 이용이 여의치 않은 모양이다. 이륙 후 대략 세 시간이 좀 넘어 곤명국제공항에 도착, 대기한 차량에 타고 곤명시내 한 여관에 도착하여 운남에서의 첫날을 보내게 되었다. 짐을 풀고 있는 동안 곤명국제여행사에서 듬직한 체격의 맘씨 좋게 생긴 남자직원 한 사람이 방으로 찾아와서 계약서를 작성하였다. 9박10일, 석림, 대리, 여강, 샹그릴라, 시솽반나까지 기본 1580원에 1인 숙박비 300원 포함 1900원을 지불했다. 비행기삯이 왕복 2000원 정도니, 공식적으로 4000원이 든 셈이다. 여행일정을 보니, 곳곳에 쇼핑 일정, 자비 부담 일정이 있었다. 아마도 기본 금액의 두 배는 들 것으로 생각된다. 계약서 작성 후, 그의 도움으로 부근 약국에서 모기예방약 20원에 한 병을 사고, 그와 헤어져 나는 시내구경을 갔다. 곤명시내, 출퇴큰 시간이라 그런지 차가 너무 막힌다. 몽골 울란바타르에 갔을 때의 정체를 생각나게 한다. 그때 몽골의 가이드가 한 말, 지금도 생각나는데, 워낙 막히다 보니, 차를 몰고 가던 사람이 차도 옆 인도를 걸어가는 아는 사람을 발견하고 자기 차를 타라고 하니, 걸어가는 사람이 하는 말이 걸작이다. “바빠서 걸어갈게.”
걷는 게 너무 힘들다. 아침에 기상했을 때 잠시 나았던 것은 심리적인 것이었나 보다. 한참을 걸어가는데, 비가 오기 시작한다. 운남은 열대성 소나기인 스콜이 자주 내린다고 한다. 까르푸도 보이고, 조금 더 가니 南屛步行街가 나온다. 중국 도시의 특징은 어느 도시나 광장과 보행가가 있어 번화하다는 것. 구경하다 저녁을 먹기로 하고,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다가 홍등이 제법 근사하게 여러 개 걸려있는 식당을 발견하고 들어가보니 미센집이다. 建新園이라는 1905년 이래, 백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고 한다. 상해에서도 먹어본 적이 있는 과교미센세트[40원]를 시켰다. 수정과 비슷한 음료도 나오고, 작은 도자기 그릇에 갈비탕 같은 탕도 곁들여 나왔다. 그리고 닭고기로 육수를 낸 탕이 큰 사발에 담겨나오고, 이어서 하얀 쌀국수 미센과 곁들여 넣는 여러 종류의 고명이 나온다. 종업원이 생고기 고명을 메추리알에 묻혀서 탕에 넣는다. 고명을 다 넣고, 미센을 넣고 저어서 먹으면 된다. 그런데 국물이나 전체적으로 맛은 괜찮은 것 같은데, 그렇다고 혹할 맛은 아니라, 그냥 유명하다니 한 번 먹어볼 정도로 내입에는 썩 맞지는 않다. 게다가 보통보다 좀 굵은 우동면발 크기의 미센은 너무 쉽게 끊어져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할 정도라 역시 나의 식성과는 맞지 않았다. 식사를 끝내고 나오니 날이 이미 어두어졌다. 큰길로 나와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러시아워가 지나서 그런지 차막힘은 없다. 숙소에서 첫밤, 호텔에 투숙한 사람들이 대부분 나와 같은 여행객들이다. 호텔의 안내에 따라 내일 아침 6시에 일어나 호텔의 간단한 아침식사를 한 후 체크아웃, 그리고 각각 배정되는 버스에 올라 여행이 시작된다고 한다. 기대가 된다.
<아침에 출발에 앞서 기념>
상해의 두 공항 중 서쪽의 홍차오공항, 그 중에서도 제2청사.
비행시간만 세 시간이 조금 넘어 운남성 곤명국제공항에 도착.
마중나온 여행사 직원을 따라 호텔로 가기 위해 주차장으로 가니 차에서 장미 한 송이를 선사한다.
운남성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뜻이리라.
곤명시내 모습.
기온이 상해와 큰 차이가 나는 것 같지는 않다. 조금 덥다.
하늘은 상해보다는 맑지만 그렇다고 해서 눈이 시리게 푸르지는 않다.
호텔 앞의 간선도로인 동교로.
차량들이 꽉 막혀 있다. 여행사 직원의 말에 의하면 러시아워라서 그렇다고 하고, 대략 7시 반 정도 되면 해소된다고 한다.
호텔방에서 여행사에 나온 직원과 계약서 작성하고, 돈 지불하고,
시내구경도 할 겸 난핑보행가를 찾아간다.
택시를 타려니 워낙 정채되어 택시기사조차도 걸어가는 게 빠르다고 해서 걸어간다.
갑자기 비가 온다. 스콜인가 보다.
거의 다 와 갈 무렵에 보이는 상운로의 미식성.
바쁠 게 없으니 안으로 한 번 들어가보자.
이렇게 사방으로 식당이고 중앙에 좌석이 놓여있는데 사진 반대편인 뒷쪽으로 이 정도 크기의 자리가 있다.
상운로.
이 멀리까지 외국 할인마트가 진출해 있다니...
여기가 남병보행가[난핑제 보행가]
여기도 보행가.
저녁을 먹기 위해 찾은 백년전통을 자랑하는 미센집을 찾았다.
건신원. 1906년에 설립되었다고 하니 역사가 백 년도 넘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곤명에만도 여러 곳에 분점이 있었다.
얼핏 상해의 한 백화점 식당에 자리잡은 미센집도 이 집이 아니었나 싶다.
40원하는 세트를 시켰다.
닭육수가 큰 대접에 나오고, 미센의 고명거리가 이렇게 따라 나온다.
이건 반찬.
좌측은 수정과 비슷한 단 음료.
생고기는 매추리알에 묻혀서 국물에 넣어준다.
쌀국수를 최종적으로 넣어서 먹으면 된다.
광동스타일의 닭고기 탕도 곁들여 나온다.
내가 먹은 게 바로 풍미과교미센40원.
입구.
숙소로 돌아오는 길 다시 보행가를 지나온다.
가게 이름이 재미있다.
소설 <삼국지>를 패러디한 셔츠[삼]를 파는 옷가게. ㅎㅎ
이제 많이 어두어졌다.
보행가 중앙의 간식파트에 한국식 김밥도 보인다.
반갑다. 하지만 이미 배가 불러서 패~스.
숙소 이름이 명춘주점이고 그 앞길이 동교로.
미센을 먹고 나오면서 종업원에게 왜 미센 이름이 과교[過橋]인가라고 하니, 대답 대신 광고지를 하나 준다.
아래쪽에 그 유래가 나와 있다.
아주 옛날 한 서생이 운남의 남호 가운데 섬의 정자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그 아내가 매일같이 미센을 해서 다리를 건너 남편에게 전달했는데, 식어서 별 맛이 없었다.
어느날 아내가 토기 그릇에 고생하는 남편의 원기를 돋와주기 위해 닭을 고와서 담아갔더니 아직 식지 않았으며, 남편이 아주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이후로 계속 그렇게 하다 보니, 그게 유명해져 다리를 건너 전달된 미센이란 뜻의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사 직원과 채팅을 하면서 준비물을 물었는데,
운남은 자외선이 강렬하니, 썬블록, 썬글라서가 필요하고, 또 수시로 스콜이 내리니 우산, 우의가 필요하며,
마지막으로 운남의 모기는 악명이 높은데, 세 마리가 한 접시가 될 정도라고 하면서 모기에 안물리는 약이 필수라고 하여 산 것.
그런데 막상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어, 여행 마지막 날 어느 중국인에게 선물했었다는 것...
다음날 일찍 숙소 앞에서 여행사 버스를 타고 본격적인 운남 여행을 시작한다. 일행은 대략 30명 정도 빈자리가 하나도 없다.
이족 출신의 가이드.
첫번째 여행지인 곤명 동쪽의 석림.
아침에 숙소 로비는 나와 같이 여행을 떠나기 위해 차와 가이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시간이 되어 몇 명의 가이드들이 차례대로 들어와 호명하여 한 무리씩 데리고 차에 태워 떠난다. 나 또한 어느 이족 여성 가이드의 호명에 따라 중형여행버스에 태워져 운남성 여행의 일정을 시작한다. 첫 행선지는 곤명시 동쪽의 석림이다. 云南省昆明市石林彝族自治县. 가이드가 감정이 매우 풍부하다. 자기 집안 이야기를 하다가 눈물을 글썽이고, 또 말레이시아항공기 실종, 한국여객선침몰 등을 이야기하다 또 눈물이 글썽해지고... 얼마나 갔을까 기억에는 잘 없지만 한 시간 조금 더 걸렸던 것 같은데, 창 밖으로 기암괴석들이 융기해있는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석림에 도착한 것이다. 석림은 아주 오래 전 석회암지대가 융기되어 형성된 기암괴석 지대이다. 워낙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으며, 그것이 마치 숲을 이룬 듯 하다 하여 석림이라고 한다. 정말 장관이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여행객들도 매우 많다.
인터넷에 올리는 작업이 매우 어렵다.
전체적인 것은 여행기를 참고하고, 사진은 그냥 감상만 하셔도 될 듯.
다음편에도 석림사진이 계속 소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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