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희생자의 영령 앞에 삼가 명복을 빕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그런데도 아직 실종자 수색, 구조 작업조차 다 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비록 현재 중국에 살고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매일같이 관련 뉴스를 볼 수 있으며, 심지어 중국 티비에서조차 최근까지 메인 뉴스로 방영하는 덕분?에 한국에 있는 것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다만 뉴스를 보고 분노와 슬픔, 안타까움을 함께 할 사람이 없다는 차이점은 있지만.
실종자에 대한 구조 소식에, 어쩌면 이란 희망을 갖고 뉴스를 찾아보는데, 안타깝게도 침몰 후 생존자에 대한 구조 소식은 티끌만큼은 없다. 그래서 희망은 체념으로 바뀌고, 슬픔과 분노로 바뀐다.
세월호 침몰은 어쩌면 그간 성장지상주의에 눈이 멀었던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가 가져온 결과일지도 모른다. 불가에서 말하는 인연, 단순한 사건 하나도 수많은 인연이 얽힌 결과이듯, 이번 세월호도 선장의 잘못이 전부는 아닐 지도 모른다. 경제발전이란 모토 하나로, 대한민국 사회의 모든 것이 자본으로 가치가 척도되어 왔던 결과가 아닐까. 학문도, 예술도, 심지어 사랑조차도. 행복을 최고의 통치가치라고 선언하면서도 실상은 그 행복구현을 핑계로 돈, 경쟁, 효율로 국민들을 내몰아 더욱 불행하게 만드는 바로 지금의 위정자들의 잘못이 더 크지는 않을까.
우리 사회의 이런 병폐는 사고 후 사고를 대중에게 전하는 언론에도 예외가 없다. 특종 의식에 사로잡혀 정확성 여부는 뒷전으로 미루고 시간 경쟁에만 매달리는 것, 어쩌면 조회수를 늘일까에 사로잡혀 선동적인 기사에 몰두하는 것, 특히 후자의 예로서 절명의 긴박한 순간에 지상을 향해 전해온 핸드폰 문자와 사진들을 국민들 앞에 보여주는 선정적인 보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그 절망의 순간, 폭발이 아닌 서서히 침몰해 물이 차들어오는 순간, 다가오는 죽음의 시간을 다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순간의 고통이 어떠할지를 국민들은 상상만으로도 충분하다. 국민 모두의 가슴에 평생 각인될 이런 선정적인 보도는 자제하는 게 옳지 않았을까.
세월호에 승선한 모든 승객들, 생존하지 못한 모든 승객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안타까운 죽음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들여다보면 모두 각자의 소중한 삶이 진행되고 있었던 사람들이다. 어느 한 사람인들 죽어도 괜찮을 사람이 있겠는가. 아! 하늘은 왜 이리 무심하게도 소중한 생명들의 사정을 헤아려주지 않았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노자에 보면 “천지는 인자하지 않다. 만물을 쓰다 버린 지푸라기인형처럼 취급한다.”(天地不仁, 以萬物爲芻拘)라고 하는데, 천지라는 것은 하늘일 것이며, 지금 생각해보면 하늘보다는 시간, 또는 세월이란 말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시간은 정말 무자비하다. 의로운 사람, 악한 사람, 행복한 사람, 불행한 사람,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 쾌락에 빠진 사람, 그 누구에게도 공평하게 대한다. 어쩌면 이번 세월호 침몰은 이름 자체에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인간들 하나하나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는 이 무정한 세월처럼, 승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하디 소중한 삶을 무시한 채 무자비하게 죽음으로 내모는 이 야속한 이름의 세월호여! 하 답답한 마음에 스스로 위안거리를 찾아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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