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양동역에서 무한역까지는 고속철로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여전히 안개 자욱한 흐린 날씨다. 도중의 풍경들은 산이 많다. 이제 호남에서 호북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무한역에 도착하니, 역시나 예상했던 것처럼 역사의 규모가 크다. 역사 출구를 빠져나오니 바로 버스정류장이 도열해 있다.
본래 인터넷으로 예약한 것은 원룸식 빈관으로 고층이며 교통이 편한 곳이라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틀 전에 여행사에서 연락이 와서 외국인은 안된다고 취소하라고 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다시 예약한 곳 역시 230원대의 원룸식 빈관인데, 검색해보니 역앞에서 108번 버스를 타면 바로 갈 수 있다고 하여 버스를 타고 갔다. 그런데 분명 빌딩도 맞건만 그 빈관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보안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이리저리 헤매는데 마침 10층이 원룸식 빈관으로 쓰고 있는 다른 이름의 빈관이 있으며, 물어보니 예약한 곳에 돈을 아직 지불하지 않았다면 자기들에게 묵으라고 한다. 본래 158원인데, 148원에 해주겠다고 하면서.
그 말을 듣고 다시 찾아 나서기도 그렇고 가격도 싸기에 방을 본 후 바로 체크인. 인터넷을 통해 숙소예약을 취소했다. 새로운 숙소에 짐을 풀고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부근 거리로 나가본다. 거리구경은 할 게 없고 다만 제법 규모가 있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그중 한 곳 들어가니 종업원 아가씨가 친절하게 음식주문에서부터 기타 서비스를 열정적으로 해준다. 한국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숙소 때문에 찜찜한 기분을 날려버리기 위해 郞이란 빠이주 250미리 짜리 한 병을 시켜 먹고 숙소로 돌아오 무한에서의 첫밤을 보냈다.
무한은 중국철도교통의 중심지답게[상해에서 광동성 가는 고속철은 없지만 무한에서는 있음] 역사 내부나 외부 등 시설의 규모가 엄청나다.
무한역사의 우아한 곡선지붕이 큰 규모에 놀란 시야를 진정시켜 준다.
역사 바로 앞에 이렇게 버스 정류장이 겹겹이 있어 다른 지역의 역들에 비해 버스 타기에 편리하다.
내가 예약한 곳은 검색해보니 108번을 타고 얼마 가지 않는 쉬동다제 왕쟈둔 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원룸식 숙소를 찾지 못해 무한 도착 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부근 식당에서 독한 술을 마시니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메뉴 제일 상단의 볶음국수.
맛이 괜찮다.
그리고 라조기라고 할까, 고추닭고기볶음. 역시 술안주로 괜찮다.
거기에다 광동식 갈비탕까지.
본래 계획상으로 무한은 도시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2박3일 일정을 잡았었다.
그렇게 무한에서의 첫날을 보낸 후, 황학루를 검색해보니 호텔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짐을 챙겨서 체크아웃 후 우선 황학루로 향했다.
그래도 아침은 먹고 출발해야지.
호텔 부근의 24시간 샤오츠 집에서 탕면을 하나 먹는다.
바로 이 집에서.
나중에 보니 황학루 부근에도 같은 상호가 보이는 걸로 보아 체인점인 것 같다.
첫날 묵었던 숙소 부근 거리와 도로.
깨끗하게 정비가 잘 되어 있다.
도로도 시원하게 뚫려 있다.
그래서 그런지 비록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무한에 있는 동안 차량 정체되는 곳을 거의 보지 못했다.
첫날 숙소가 있던 곳의 버스정류장.
버스정류장도 대부분 이용자 시민들이 편리하게끔 정비가 잘 되어 있다.
버스의 도착 시간 표시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으니...
호남성의 성도인 장사와는 비교가 많이 된다.
이층버스도 많이 다닌다.
무한은 도시 전체가 대륙적인 중국의 본색을 많이 지니고 있는 느낌이 든다.
무한에서의 둘째날, 종일 황학루와 그 일대 구경을 마치고 무작정 황학루 부근에서 보이는 한 호텔로 찾아들어갔다.
위치는 황학루 부근 수의(首義)광장 바로 곁이다.
들어갈 때는 몇 군데 다녀볼 생각이었으나, 종일 무거운 배낭을 지고 돌아다녀 피곤하기도 한데다 가격도 싼 편이어서 하룻밤 묵기로 했다. 고급1인실 198원.
호텔 이름은 무한첩신회동상무주점(우한제천훼이둥상우쥬덴).
프론트 데스크에서 명함을 챙기는데 우연히 눈에 들어온 노래방 한 시간 공짜 티켓.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냐 하면서 일단 챙겨본다.
벚꽃인가.
황학루는 무한을 가로질러 흐르는 장강 가에 장강과 수직으로 뻗은 야트막하면서도 좁고 길어서 붙은 이름인 사산(蛇山)의 서쪽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바로 그 사산 자락에 위치한 오래된 호북성도서관.
무한은 옛날에는 무창이라고 했다.
중국 현대사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 무창기의라고도 하는 신해혁명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기울어져 가는 무능하고 부패한 봉건왕조인 청나라는 아편전쟁 패전을 계기로 서구열강의 침입이 본격화되고, 이에 각성한 지식인들이 중심이 되어 봉건왕조와 외세 타도를 외치며 혁명에 나섰다.
광동성 광주로부터 시작된 혁명은 실패를 거듭한 끝에, 장지동 등 이 지역의 방백을 잘 만난 덕분에 타 지역에 비해 경제적 기반 등이 선진적이었던 무한에서, 1911년 10월 10일 드디어 혁명군은 관군에게 최초의 승리를 거두게 되고, 무한을 접수하게 된다.
그래서 신해혁명을 무창기의라고 하기도 하고, 처음 성공한 의거란 뜻의 "수의"라고 하기도 한다.
근래 신해혁명박물관을 깨끗이 새로 지었고, 그 앞의 광장을 수의광장이라고 부른다.
호텔 건물이 높다.
바라는 바다. 그래야만 객실에서 장강의 한 자락이나마 볼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18층 건물의 18층에 있는 객실이다.
기대도 않고 들어갔는데, 제법 그럴싸하다.
뭐 그다지 아쉬운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혼자 쓰는 더블베드.ㅋㅋ 쇼파도 색달라서 좋다.
이 정도면 200원짜리 숙소 치고는 괜찮다.
다음에 혹시 가더라도 이곳에 다시 묵고 싶을 정도다.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이 무한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다면, 무조건 이곳을 추천한다.
부근에 황학루, 신해혁명박물관, 장강대교, 호부항먹자골목 등 웬만한 볼거리는 다 있다.
슬리퍼가 마음에 든다.
창에서 내려다 본 신해혁명박물관.
미래로의 전진을 형성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건 그렇고 이번 여행에 비는 정말 끈덕지게 나랑 함께 하고 있다.
무한의 둘째날에도 잠시 내렸었고, 마지막 떠나오는 날 아침에도 이렇게 비가 내렸다.
황학루에서 보이는 장강대교는 두 개다.
보이는 것은 숙소 창문을 통해 보이는 장강대교.
이 호텔이 좋은 점은 바로 옆이 시장처럼 생긴, 다양한 먹거리의 식당들이 밀집해 있어 먹는 걱정은 안해도 된다는 것이다.
여기는 마시는 차, 파는 곳인 차시장이다.
2층에 올라가야 한다.
1층에는 이렇게 먹거리시장이 있다.
저렴하다.
연갈비탕. 무한의 특색 음식이다.
한 그릇에 10원이다.
대부분 메뉴가 10원 이하.
시장이 아니라 수의원미식성.
숙소를 정해놓고, 미식성에서 간단하게 연갈비탕 한 그릇 한 후, 먹자골목으로 유명한 호부항 골목을 찾아나섰다.
호텔 맞은편 큰 극장이 있는 광장에 이러한 24시 자율도서관이 자동판매기처럼 있었다.
무한이란 도시 자체의 매력에 점점 감탄을 하는 순간이다.
모든 게 시민들의 편의 위주로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다.
화질이 좋지 않음에도 이렇게 올리게 된 것은 우리 나라의 각 도시들도 중국의 이런 점은 본받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 때문이다.
중국 전역을 나름대로 돌아다녀 보면 56개의 다른 민족, 언어와 풍속도 서로 통하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이런 광장 춤문화는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사회주의신중국의 건국 이후의 풍속이겠지만 어째 어디를 가나 좋아하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먹자골목 호부항(戶部巷)에 대해서는 장강과 함께 따로 소개하기로 한다.
여기에서는 호부항과 장강대교를 차례대로 구경한 후,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1시간 공짜라고 하는 명함에 적힌 주소를 찾아 가보았다. 숙소에서 대략 10분 정도 거리의 한 상가 지하에 위치하고 있었다.
가는 동안 내내 그냥 공짜일리는 없고, 노래방이 공짜인 대신에 비싼 음료나 술을 의무로 마셔야 하지나 않을까, 두 시간 기본에 한 시간만 공짜란 말일까 등등 온갖 상상이 다 되었다.
지하의 노래방으로 내려가니 사진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밝고 호화로와 보인다.
손님들 때문에 카운터에 말을 붙여볼 틈이 잘 나지 않는다.
겨우 찬스를 잡아 표를 내미니, 썩 달가와하는 표정이 아닌 채 한 방으로 안내한다.
작은방이라고는 하지만 5-6명도 거뜬히 놀 수 있는 공간이다.
개업한 지 반 년 정도 된다고 하며, 판촉 차원에서 공짜로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 대부분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공짜로 시설 좋은 넓은 노래방에서 혼자 노래를 부른다.
공짜로만 쓰기에 미안해서 카운터 앞 매점에 가서 맥주 두 병을 시켜 마신다.
이국땅 중국의 한 도시 지하노래방에서, 혼자 쓴 맥주를 마시면서 노래하는 나그네 신세.
갑자기 울적해져오는가 싶은데 한 시간이 다 되었음을 알린다.
마지막 날 신해혁명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무한역으로 가기 전 수의광장 부근에서 먹은 아점.
다시 버스를 타고 무한역에 도착,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안휘성 합비로 향한다.
중국어를 한자 발음으로 읽으면 조금 어감이 이상해지는 경우가 많다.ㅋㅋ
대합실이 여기에만 있는 게 아니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선로도 도대체 몇 개나 되나? 과연 철도교통의 중심지답다.
무한의 2박3일 여행은 그 시간에 비해서는 효율이 적었던 것 같아 많이 아쉽게 생각된다.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 갈 수 있는 구실로 삼으면서 스스로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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